제철 행복 - 가장 알맞은 시절에 건네는 스물네 번의 다정한 안부
김신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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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입춘

- 나만의 의미와 운율을 담은 입춘첩 써보기

- 절기력으로는 입춘이 새해 첫날, 작심삼일이 있다면 다시 시작하기

- 사소하게라도 누군가를 위한 일 남몰래하기: 적선공덕행

 

2. 우수

- 이른 봄나물을 찾아 먹는 것으로 봄이 온 것을 기념해보기: 쑥국. 도다리쑥국은 해먹기 힘드니 도다리 대신 도미어묵을 넣어보자.

- 올해 계절마다 어떤 제철 음식을 즐기고 싶은지 적어보기: 내가 기다리는 건 5월의 제주당근. 여름의 황도, 10월의 사과대추. 겨울의 귤.

- 우수의 동물 수달이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모습 찾아보기: 내년 4월까지는 여의도로 출근하니 한강변의 수달을 열심히 찾아보련다.

 

3. 경첩

- 기온이 오른 날을 골라서 창문을 활짝 열고 봄맞이 청소하기

- 동네 꽃집에서 봄꽃이나 화분을 사서 집 안에 먼저 봄을 들이기

- 마음 맞는 친구들과 우리만의 제철 모임 규약 만들어보기: 일년에 두 번 4월과 10월에 만나는 대학친구들. 우리 모임에 규약은커녕 이름도 없는데, 이 기회에 지어보자고 졸라볼까나.

 

4. 춘분

- 동네 구석구석으로 '봄을 찾기' 산책 나가기: 도시에서도 나물을 캘 수 있다. 쑥은 어디나 지천이고, 그만큼 흔한 게 개망초. 꽃이 피기 전까지 개망초는 꽤 길게 먹을 수 있다.

- 내가 찾은 봄의 작은 기척을 사진으로 남겨보기

- 비슷하게 생긴 봄꽃의 이름과 구분법 익혀보기

 

5, 청명

- 골목길이나 산책로에서 앞으로 1년간 지켜볼 '내 나무' 정해보기: 내 나무는 아니고, 내 할 일. 환삼덩굴과 돼지풀 새싹이 돋기 시작할 무렵이다. 출퇴근길 틈틈이, 주말에는 아침 먹고 1-2시간 정도 김매기

- 꽃달임 나갈 날짜와 장소를 정해 미리 약속 만들어두기: 라일락, 아카시아, 쥐똥나무, 등꽃... 차례대로 피던 꽃들이 요새는 4월이면 한꺼번에 피기 일쑤이다. 도시의 매연/미세먼지와 섞인 꽃내는 나에겐 고문. 조금은 멀리 걸으러 가기. 산 속에서 문득 만나는 아까시나무는 견딜 만 하니까.

- 청명주와 진달래를 대신할 나만의 꽃놀이 페어링 메뉴 찾기: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은 슬프다. 대신 올해 첫 작설차가 나왔는지 찾아볼 것

 

6. 곡우

- 봄비를 기다리며 돌미나리전을 사 먹거나 해 먹어보기: 미나리전도 좋지만 그보다는 냉이된장국, 달래간장도 재워야 한다.

- 가장 맑은 연두와 분홍으로 빛나는 이맘때의 봄 산 바라보기: 초등학교 몇 학년때인지는 가물가물하지만 봄 느낌이 나는 디자인을 해보라는 미술시간이 있었다. 나는 과감히 연두와 분홍, 노랑으로 물결 무늬를 그렸는데, 머리 속 구상과 달리 한없이 촌스러워 찢어버리고 싶었던 기억 한 자락.

- 3개월 뒤의 나를 위해 제철 행복 미리 심어두기: 프로젝트 기간에 맞춰 사는 게 일상인 나는 3개월 뒤를 감히 예약할 엄두를 못 냈다. 12월에는 연력을 사서 미리 미리 계획해보기.

 

7. 입하

- 5,6월에 피는 하얀 꽃을 검색해 이름을 익히고 주변에서 찾아보기. 이따만해서 이팝, 조그마한 조팝. 사실 난 비속어로 배웠지만.

- 나만의 '입하 꽃'을 고르고 보러 가기에 좋은 장소도 알아두기: 사과나무꽃, 배나무꽃, 과수원 옆 걷기. 평택에 가자꾸나.

- 5월의 화창한 어느 날, 자체 '솔라르프리' 감행하기. 그냥 화창한 날 말고 비 온 다음날 걷기

 

8. 소만

- 무언가를 보고 누군가 생각난다면 싱거운 안부 전해보기: 제일 많이 하는 건 업무 연락을 위해 초성으로 전화번호부 검색하다 지인도 검색되면 그 핑계로 전화하기.

- 효도가 제철. 이맘때 하면 좋은 일을 찾아 가족들과 시간 보내기. 잔인하다. 우리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는데. 노동절을 맞아 시댁 식구들과 점심 먹다가 어머니 부고를 받았는데. 시댁에 갈 때마다 남편을 질투하는 내 마음이라니...

- 여름을 부르는 개구리 소리, 소쩍새 소리 주변에서 채집해 보기. 내가 사는 동네에는 맹꽁이가 산다. 그런데 난 개구리와 두꺼비와 맹꽁이 소리를 구분 못 하는 도시촌년이다.

 

9.망종

- 바깥을 즐기기 좋은 장소를 알아두고 가까운 이들과 약속 정해보기: 경기옛길 마스터하는 그날까지!

- 살구, 자두, 앵두처럼 장마 전에 먹야야 더 다디단 과일 찾아 먹기: 복숭아!

- 지역 축제, 영화제, 음악 페스티벌 일정에 맞춰 제철 행복 계획해보기: 평창 계촌 클래식 축제

 

10. 하지

- 제철을 맞은 하지 감자를 다양한 요리로 즐겨보기: 감자전, 알감자조림, 감자수제비, 구운 감자, 메쉬드 포테이토, 감자볶음, 감자스프...

- 보리 맥주를 함께 마실 친구들과 하짓날 약속 정하기: 술은 못 마신다고! 여름에는 집순이가 최고라고!

- 1년 중 가장 긴 날을 기념하여 두고두고 얘기할 추억 남기기: 추억은 아니고 하지 전에 에어컨 청소하고 시험 가동해보기.

 

11. 소서

- 비 오는 날을 조금 더 즐겁게 만들어줄 음식 얘기해보기: 비빔국수

- 비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기 좋은 나만의 '비멍당' 찾아보기: 어디든 툇마루가 필요함

- 기와가 있는 곳에서 빗물 웅덩이의 행렬 찾아보기: 그러니까 툇마루.

 

12. 대서

- 여름 더위를 식히는 나만의 방법을 여덟 가지만 적어보기: 에어컨 + 무엇이든

- 그 목록을 하나씩 실천하면서 내게 맞는 휴식의 자세를 취해보기: 에어컨 틀어넣고 커피나 차 한 잔, 1, 음악도 내 맘대로

- 무더위의 보상이기도 한 여름 제철 과일 찾아 먹기: 우리 애들은 과일보다 삼계탕. 초복, 중복, 말복이 설/추석에 버금가는 명절

 

13. 입추

- 군청색 턱시도를 빼입고서 나는 제비 찾아보기: 제비요? 도시에서요?

- 크게 부푼 뭉게구름을 관찰하고 노을 감상하기: 서파랑길 걷기

- 늦가을까지 하늘을 기록한 후 '올해의 구름' '올해의 노을' 뽑아보기: 이건 우리 딸이 잘 하는 거

 

14, 처서

-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풀벌레 소리에 귀 기울여보기: 풀벌레 소리를 구별하고 싶지만, 풀벌레를 보고 싶지는 않다.

- 여름내 눅눅해진 나를 데리고 나가 햇볕과 바람에 말리기: 지구온난화로 이제는 입추 매직이 아니라 처서매직. 아 슬프다. 기후정의행진 걸어야지

- 하루 종일 잘 말린 마음을 차곡차곡 접어 집으로 돌아오기

 

15. 백로

- 가을 숲에 찾아가 도토리 6형제를 구별하기: 불가능

- 도토리 수업 이수 후, 산 아래 식당에서 도토리묵으로 책거리하기: 이건 대찬성

- 주변에서 다람쥐나 청설모가 만든 새우튀김 모양 솔방울 찾아보기; 이건 모르겠고 걷다 보면 다람쥐나 청설모는 보겠지

 

16. 추분

- 바닥에 떨어진 갈색 잎에서 달고나 향기가 나는 계수나무 발견하기: 이건 진짜 해보고 싶다

- 일몰을 끝까지 지켜볼 수 있는 나만의 '노을 명당' 찾아보기: 누구나 다 아는 궁평항

- 밤 산책이 제철. 고궁의 달밤기행이나 별빛야행 일정 알아보기: 일정은 늘 알아보지. 광클릭에 실패할 뿐...

 

17. 한로

- 햇볕과 바람과 이슬이 알알이 담긴 가을 제철 과일 먹기: 드디어 사과대추닷

- 등고하기 좋은 주변의 산을 찾아보고 시간 내서 다녀오기: 만만한 건 광교산

- 성곽 길, 왕릉, 고궁, 사찰 등 세월이 오래 쌓인 곳 어디든 걸으며 그곳에 담긴 옛이야기 찾아보기: 이번 가을 역사기행은 인천 차이나타운.

 

18. 상강

- 아래를 보며 걷는 단풍 산책하기, 가을의 색감을 모아서 찍어보기: 난 위를 보며 산책할테야

- 한 번쯤 보러 가고 싶은 커다랗고 근사한 나무 찾아보기: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다는 은행나무. 언제나 가보려나.

- 막바지단풍을 보러 남쪽으로 짧은 기차 여행 다녀오기: 공주교도소 은행나무

 

19. 입동

- 다가올 연말 모임을 위한 선물 틈틈이 사두기: 여바라 송년회를 위한 책 엄선하기

- 올해 남은 두 달 동안 하고 싶은 일, 만나고 싶은 사람 적어보기: 돌아가시기 전에 이모랑 고모. 한 번 더 안부 전하기

- 감나무 가지 끝에 달린 다정한 마음, 까치밥 찾아보기: 이 핑계로 걷기

 

20. 소설

- 나만의 '겨울철 작은 기쁨의 목록' 적어보기: 귤과 만화책이 진리. 그런데 요새는 만화가게가 없지요. 슬픔.

- 눈사람, 트리 등 만날 때마다 찍어서 모아두고픈 주체 찾아보기: 해보고 싶은 건 독립서점

- '굳이' 먹으러 가고 싶은 겨울 제철 음식에 무엇이 있나 살펴보기: '굳이'는 아니지만 어묵탕, 떡국, 미역국

 

21. 대설

- 눈 오는 날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일 계획 세워보기: 궁궐! 궁궐에 가보고 싶습니다! 특히 후원이요

- 눈 내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숙소 찾아보기. 이제는 제법 가는 귀가 먹어가고 있는 거 같은데 과연 눈 내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 운 좋게 눈이 온다면 우리 동네 구석구석으로 눈사람 순례 나서기: 눈 곰돌이 만들어야 함. 순례할 시간 없음

 

22. 동지

- 올해 좋았던 일을 하나씩 얘기하며 서로 축하해주기: 11일에 하던 건데 1231일에 해도 좋을 듯

- 말하는 것만으로 기분 좋아지는 '김칫국 토크' 이어가기: 이것도 11일에 하던 건데

- 새해의 이미지로 삼고 싶은 일력-달력-연력 나에게 선물하기: 꼭 연력을 사리라

 

23. 소한

- 빈 가지만 남은 나무에 숨겨진 봄, 겨울눈 찾아보기

- 눈이 쌓여 있는 장소에 남겨진 새 발자국 찾아보기

- 겨울이 허락해야 볼 수 있는 제철 풍경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기: 크리스마스에 대한 이중적 감정

 

24. 대한

- 다락방 같은 나만의 겨울 아지트 마련하기: 집이 최고

- 마음과 일상의 닳은 곳을 수리하고 다듬는 시간 보내기: 이건 해 봐야 할 듯

- 우리의 제철은 지금, 언제나 알맞은 시절을 보내고 있음을 잊지 않기: 지금도 동문회에 가면 내가 막내뻘. 나이 먹었다 움추리지 말고 열심히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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