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악담해서 미안해. 경황없고 미안한 마음이 정제되지 않고 비뚜른 길을 가버렸네.
근데 나만 그런 거 아니야. 이모씨도 박모씨도 송모씨도 정모씨도 다 비슷한 마음이었다더라.
니가 떠난 자리에 참 많이들 모였다고? 계좌이체 부조는 받지 않겠다는 너의 유언에 허둥지둥 모여든 사람들이, 결국 이게 너의 큰 그림이었다고 입 모으더라. 어제는 옆지기와 통화하다 줄줄이 넘겨주는 손 덕분에 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뭐가 그리 바쁘다고 5년, 10년을 연락 못 하고 지냈던 사람들이었는데 말이지. 이걸 너 덕분이라고 해야 하나...
지금은 발인 끝나고 화장장이겠구나. 너는 훨훨 이렇게 떠나가네. 이 생에 너에게 갚지 못한 신세는 빚으로 짊어지고 살아갈게. 니 독야청청 고집스런 유언을 지키겠다고 끝내 계좌번호 공개를 거부한 니 마누라는 애들도 잘 키울 거야. 잘 가라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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