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7/20 17:30
경미씨에게 경미가 보냅니다.
이랜드일반노조 김경미 분회장님께
카테고리 : 취재 그 후.../같은 현장, 다른 생각
"나는 파리 목숨보다 못한 존재구나" 그녀가 이 문장을 말하는 순간, 냉정하던 얼굴에 눈물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곧 울음을 참고 홈에버 월드컵몰점을 대표하는 분회장답게 차분히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그리고 카메라가 꺼진 걸 확인했을 때, 40대의 그녀가 내 앞에서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을 하는 것이 가장 좋았을까요? 무슨 말을 더 해야 했을까요?
'카메라를 다시 켜야겠지? 켠 후에 안 울면 어떻게 하지? 우는 사람에게 더 무슨 말을 물어야하지?'
카메라를 든 사람은 정말 잔인한가 봅니다. 그 때 전 그녀에게 위로의 말이나 따뜻하게 손 한번 잡아주지 않고 다시 카메라를 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이후로 저는 그 분께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가지게 되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찾아가지 않았다면 하지 않아도 되었을 말들을, 내가 부탁하지 않았다면 그 이야기를 하며 울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지만 한편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사무실에서 내가 울었습니다. 그녀가 그 곳에서 또 울고 있었습니다. 그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그건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나 자신의 처량함이 아닌 권력에 대한 울분의 눈물이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미안해서 내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오마이뉴스 최윤석 기자
"나중에 경찰들 오면 싸우지 마세요. 몸 다치면 절대 안되요. 그냥 연행에 응하라는 건 아니구요. ...뭐, 그래도 몸 다치면 가족들이 걱정하니까...하여간 그렇게 하면 안되요."
"난 하나도 안 무서워요. 연행되면 갇힐 게...그래서 우리 조합원들하고 같이 있지 못하니까...그게 걱정이죠. 잡혀가면 뭐 어때요.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또 점거할 수 있어요. 우리는 떳떳하니까."
지난 19일 낮, 홈에버 월드컵점에 있는 여자화장실에서 우리는 이를 닦았습니다. 참 어색하게도 이를 닦으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난 7일에 처음 만나서 제가 다시 농성장을 찾은 것이 18일 밤이었으니까, 두 번째 만남이었고, 어두운 매장 안에서 우리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화장실에서 이를 닦으며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색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단지 그 땐 제가 그 현장을 벗어나야 한다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사람은 모든 순간 자신의 것을 자신이 선택할 수 없습니다. 현재의 제 삶도 그러하고, 그녀의 삶도 그러하듯..... 그래서 제가 18일 밤을 지켰지만 20일 오전에는 사무실에서 다른 영상을 편집하고 있어야 했던 것이겠지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만약 제가 오늘 현장에 있었다면 입사 이후 가장 눈물을 참기 힘들 현장이 되었을테니까요...
노충국씨 노제에서 눈물을 참으며 카메라를 찍는 법을 배웠고, 시사저널 기자들의 눈물 앞에서도 냉정을 찾으려 애썼던 저는, 비극적인 현장이 얼마나 영상 기자들에게 잔인한 것인지 대충은 설명할 수 있을 듯도 합니다.
그녀를 다른 선배가 촬영해 왔습니다.
나는 오늘 하루 마음이 이렇게 미안함과 씁쓸함과 비참함으로 가득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행인지도 모릅니다. 비극은 또 다른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그녀가 웃는 얼굴을 하고 경찰차에 앉아 사람들의 위로인사에 활짝 웃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오마이뉴스 최윤석 기자
힘내세요. 경미 조장님.
당신이 마흔두살에 다시 시작한 일.
그 자리에 다시 돌아갈 수 있을거라.
따뜻한 엄마의 모습으로
다정한 아내의 모습으로 곧 돌아갈거라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예전보다 더 행복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전 믿으니까요.
감사합니다.
제 입사 후 가장 맛있고 시원한 수박을 선물해준 당신.
그렇게 제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던 취재원 경미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