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일으킨 국가가 자신의 피해를 내세우면 얄미워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그 대상이 북한이다? 복잡 미묘한 심정으로 책을 골랐다. 그러나 다 읽은 지금 느끼는 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북한에서 발생한 학살과 전시 성폭력에 대해 공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6장과 7장에 이어지는 고발은 너무 적나라하게 잔인하고 고통스러워 읽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여과없는 사진이 역사의 기록이라지만 보기 힘들어 손으로 가려가며, 건너뛰어가며 봐야 했다.
다만 전반적으로 중언부언 겹치는 글귀들이 눈에 걸린다. 필자가 쓰고 쓰고 또 써서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라 했더라도 편집자가 덜어내라고 충고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었다. 덕분에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을 사람에겐 편할 지도 모르겠다.
국제여맹 : 2,3,8장
북한 전쟁피해: 4장-7장
국제여맹의 UN 제명과 조사위원회에 참여했던 여성들의 사회적 고립은 여러 모로 씁쓸하다. 인류 박애와 진실 규명을 위해 냉전에 맞섰던 여성들은 모두 마녀사냥을 당해 버렸고, 오랜 시간 역사에서 지워지다시피한 존재였다. 이제는 그 흔적을 찾기도 힘든 인물들이라니 김태우 교수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