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다는 말보다는 웃긴 물리학이라는 제목이 더 잘 어울릴 정도로 유머코드가 딱 내 취향이다. 혹은 낭만 물리학이라는 제목도 그럴싸하다. 후테르만스는 ˝별이 빛나는 이유를 바로 어제 알았어요˝라는 역대급 고백으로 결혼에 성공하고, 칼 세이건은 우리를 별의 직계후손이라 칭해준다.
소프트웨어의 문제점을 껐다 켜기로 해결하고, 코 들이대고 냄새 맡기로 화학분석법을 시도하고, 가모프와 후테르만스의 계산실수, 안개상자로 얻어걸린 입자의 발견, 힉스보손이 왜 신의 입자로 불리게 되었는지 유래, 회의 수를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는 연구팀 등을 생각하면 어나더 레벨 천재라고 여겼던 물리학자들이 시트콤 빅뱅이론에 나오는 너드마냥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19세기만 해도 인간은 결코 원자를 볼 수 없을 거라 했는데 오늘날의 물리학자들은 힉스입자의 존재까지 실험으로 증명했고 중력파도 찾아냈으며 LIGO도 만들고 있다.

19세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주 시작의 신비를 풀고자 한 물리학자들의 노력을 재미있게, 낭만적으로, 인간적으로, 쉽게 해설해준 작가의 재주에 경의를 표한다. 작가가 실험물리학자다 보니 물리이론을 쉽게 풀어쓰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 이론물리학자의 반증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열심히 공부했을 거라는 게 능히 상상된다. 

또한 이를 맛깔스럽게 번역하며, 본인의 전문지식을 뽐낸 역자에게도 감사 드린다. (역자의 유머감각도 최고다. 야릇한 쿼크만 형용사라며 투덜거릴 때 정말 빵 터졌다. 게다가 영어를 남발하지 않고 다 한국어로 번역해내려 한 노력도 감사하고, 슈퍼필드를 초장이라고 번역하지 않은 것도 고맙다. ㅋㅋ) 

이 두 사람의 노력 덕분에 1장부터 7장까지 읽을 때 고등학교때 물리수업과 지구과학 수업의 기억이 제법 되살아나는 기적이 발생했다. 8장에서 10장까지는 딸아이 물리 교과서를 슬쩍 읽어보고 뭔가 새로운 게 많이 추가했군 감탄했던 내용이 해설되어 있다. 11장 이후는 최근 과학기사나 다큐에서 다뤄지는 21세기 물리학의 현주소이다. 특히 12장에서는 드디어 이 책을 쓰게 된 이유 사과파이를 만들기 위한 표준모형이 다뤄진다. (작가는 368쪽에 이 그림을 삽입하면서 드디어 여기까지 썼어!!!라며 신나했을 거 같다. 사실 나도 신났다. 내가 여기가지 무사히 읽다니!!!)
아직도 물리학자들에게 파동함수의 붕괴와 파동 입자 이중성은 미스터리로 남아있다는데 물리학자인 외삼촌이 왜 신을 믿게 되었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이 책을 통해 물리와 외삼촌과 부쩍 친해진 느낌이 들었더랬다. 문과도 키득대며 읽을 수 있는 과학책으로 강추!

유일하게 마음에 걸린 점. 프랑스인의 프랑스어 사랑에 대한 비꼼이 혹시 대영주의 시각은 아닐까 살짝 걱정.

여성주의 뱀꼬리.
1.아인슈타인의 첫번째 아내 밀레바는 아인슈타인과 동거하며 그의 뒷바라지를 하다 졸업도 제때 못하고 임신으로 재시험도 못봤다.
2. 에미 뇌터라는 과학자를 지금이나마 알게 되어 기쁘다
3. 우젠슝은 중국인이고 여자라는 이유로 노벨상에 배제된 게 맞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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