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시나무 2006-04-19  

반갑습니다..
서재가 있는줄을 알았는데 서재질 시작한지는 얼마안된 초보 알라디너입니다. 메일을 보니 방명록에 새글이 등록되었다길래 후다닥 보니 조선인님이시네요.(남친말고 처음이십니다). 평소에 리뷰 보고 책을 많이 사는 편인데 님 리뷰보고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제가 은사시나무 닉을 쓴건 이정하님 시보구 나서였는데요..오늘처럼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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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은 싫습니다.
그대가 오는 길목을 오래 바라볼 수 없으므로.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비에 젖을수록 오히려 생기 넘치는 은사시나무,
그 은사시나무의 푸르름으로 그대의 가슴에
한 점 나뭇잎으로 찍혀 있고 싶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그대.
비 오는 날이라도 상관없어요.
아무런 연락 없이 갑자기 오실 땐
햇볕 좋은 날보다 비 오는 날이 제격이지요.
그대의 젖은 어깨, 그대의 지친 마음을
기대게 해주는 은사시나무. 비 오는 간이역,
그리고 젖은 기적소리.
스쳐 지나가는 급행열차는 싫습니다.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지나가버려
차창 너머 그대와 닮은 사람 하나 찾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그대처럼 더디게 오는 완행열차,
그 열차를 기다리는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알라딘 서재는 온라인상에서 드문 또다른 세상 같아요^^
 
 
조선인 2006-04-19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근사한 시를 알려주시다니 고맙습니다.
전 문학맹이라 아는 게 없었거든요.
아이를 낳으면 은사리(은사시의 사투리)라고 이름짓고 싶었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