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어디 있어요? - 생각이 넓어지는 그림책
이동진 글 그림 / 산하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정답 : 노을

'노을'은 MBC 창작동요제 2회 수상곡이란다. 알고 보니 1회 수상곡도 꽤 유명한 노래로 '우리들은 새싹들이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기억엔 '노을'이 1회 수상곡으로 기억되고 있으니, 그만큼 '노을'이 처음으로 널리 사랑받은 동요라는 증거인 듯. 아마 '노을'의 아성에 도전할 창작동요는 '아빠 힘내세요' 정도가 아닐런지.
뜬금없이 '노을' 이야기를 꺼내는 건 이 책의 글과 그림을 맡은 이가 이동진 선생이기 때문. '노을'이 만들어진 건 이동진 선생이 평택에서 교사생활을 하던 때라고 한다.

평택은 바다가 가까워 노을이 아주 아릅답습니다. 대추리 쪽에 들어가 보시면, 정말 다른데 어디를 가봐도 거기만큼 노을이 아름다운 데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때 그 노을은 다른 어느 고장보다도 들이 넓은 평택과 잘 어울렸습니다. 또 들이 넓다보니 노을을 오래 볼 수가 있죠.

그가 사랑했던 노을, 평택시 평택읍에서 팽성읍으로 넘어가는 안성천 '군문리 다리' 위에서 바라 본 '대추리 들판의 노을'은 이제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미군부대가 들어서면 당연히 민간인에겐 출입금지지역이 될테니까.

딸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준 뒤 저자의 약력을 확인하다가 완전히 샛길로 빠져버렸다. 애당초 저자의 약력을 꼼꼼하게 확인하게 된 건 책 뒤에 실린 '이 책을 아이들에게 보여 주려는 분께'라고 남긴 저자의 도움말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행복해지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는 글에는 '부모들은 아이들이 서툴러서 물건을 떨어뜨리고 깨거나 뒤집어 엎고 쏟더라도, 또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더라도 아이가 스스로 체험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어야' 한다는 조언이 실려있다. 자기가 쓰고 그린 그림책에 대한 자화자찬이라든지, 어떻게 활용해야 한다든지 하는 이야기는 일언반구 없다. 그저 자신의 책이 '스스로 재미있게 가지고 노는 놀이기구'로 여겨졌으면 한다는 바램일 뿐이란다.

그의 바램은 이루어진 듯 하다. 보리아기그림책의 사실적인 삽화에 길들여져 있는 딸은 동그라미 2개와 마름모, 6개의 작대기만으로 이루어진 잠자리애벌레의 모양새가 그저 우습댄다. 헬리콥터 같기도 하고, 민들레 홀씨 같기도 한 잠자리 성체를 보곤 아예 배꼽을 잡고 웃는다.

물속의 농담이나 물풀은 꽤 사실적인 색감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은 만화체로 그려져 눈에 확 들어오고, 이야기는 담담하면서도 훈훈하다. 잠자리애벌레의 이상한 생김을 놀리는 물고기도 있지만, 대부분은 엄마를 찾아 헤매는 잠자리애벌레를 너도 나도 도와준다. 마침내 하늘로 날아올라 엄마를 찾으러 떠나는 잠자리의 씩씩한 출발도 기분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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