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 베틀북 그림책 47
루스 브라운 글 그림, 이상희 옮김 / 베틀북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스누피에 나오던 라이너스를 기억하시는지?
혹은 그가 늘 들고 다니던 물건을 기억하시는지?
스누피에 나오는 여자주인공들이 하나같이 앙팡지고 얄미우리만치 야물딱진 것에 비해
찰스며, 라이너스며, 남자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모성애를 자극하는, 어딘가 모자란 구석으로 그려졌더랬죠.
어린 마음에도 어리숙한 찰스가 걱정되었고,
담요가 없어지면 신경쇠약 증세까지 보이는 라이너스가 한없이 안쓰러웠더랬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 막내여동생도 라이너스처럼 낡은 담요를 항상 들고 다닙니다.
그러고보면 프랑스엔 '두두'라는 손수건 비슷한 헝겊인형 장난감이 있고,
털빠진 테디베어나 조각조각 기운 퀼트인형 이야기가 서양에선 곧잘 나옵니다.
우리나라의 한 아동심리학자는 주장하길, 서양은 갓난아기때부터 아이가 부모와 떨어져 자기 때문에
동양 아이들과 달리 부모와의 애착과 분리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특정 물건에 대해 장기간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양 육아서를 보면 아이가 유치원이나 학교에 들어갈 때쯤
다양한 사물을 경험하게 하고 호기심과 관심을 자극하여
특정 물건에 대한 애착을 극복하도록 유도하라는 지침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으 막내여동생에게도 어느 순간 담요를 버리라고 해야 옳을까요?
저자 루스 브라운은 반대로 담요에 대한 애착이 바탕할 때,
담요로부터 졸업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하는 듯 합니다.
울보 바바라 불리던 여동생은 늘 담요를 끼고 칭얼거리기만 했지만
아끼는 담요의 털실이 몽땅 풀러지자 이를 구하기 위해 용감해집니다.
혼자서 오솔길을 달리고 가시텀불을 헤치고 시냇물을 훌쩍 건너뛰고 씩씩하게 젖소들을 지나치고
울타리까지 혼자 타넘어가며 풀어졌던 털실을 몽땅 감고선 활짝 웃습니다.
한순간 성큼 커버린 꼬맹이와 함께 활짝 웃으며 털실공을 가지고 노는 큰언니와 두오빠의 모습,
거기에 점잖게 앉아있는 검은 개까지, 아주 흐뭇한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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