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제8차 협상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방송시장 개방을 놓고 막판 ‘빅딜’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방송시장 개방이 미래유보로 된 사안을 반드시 관철 시키겠다”고 수차례 다짐한 바 있다. 하지만 8차 협상이 시작되면서 소위 ‘빅딜’이 가시화되고 각 부처가 호언하던 ‘미래유보’사안의 핵심 쟁점들이 하나둘씩 포기되고 있는 것이다.

방송시장 개방 저지를 위해 노력을 다하겠다는 정부기관의 약속을 전폭적으로 믿고 기다려왔던 케이블TV를 비롯한 방송계는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해외채널 더빙 및 국내광고 방송 허용 ▲외국인 지분제한 완화 ▲편성 쿼터 완화 ▲IPTV 등 방통융합서비스 개방은 이제 싹을 피우고 있는 뉴미디어 시장의 근간을 흔들 정도로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해외 보도채널에 한국어 더빙 허용과 함께 국내광고 방송을 허용할 경우 보도채널에 대해 승인제를 채택한 국내방송법의 적용을 받고 있는 국내사업자들과 역차별이 발생하며, 미국 미디어의 국내 여론에 대한 영향력에 시청자들이 무방비로 노출될 수 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해 미국 거대 미디어집단에 국내 여론이 휘둘릴 수밖에 없다. 이는 방송광고 및 프로그램에 대한 사전 및 사후심의제도를 기본으로 하는 국내 방송법의 근간을 흔드는 사태를 초래할 것이다.

외국사업자에 자본규제나 외국컨텐츠에 대한 편성 쿼터도 문화주권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 것이다.

이미 국내방송법에 외국사업자들의 지분참여를 49%까지 허용하여 문호를 열어 놓고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더빙을 통해 월경방송을 하겠다는 미국 미디어업계의 주장은 국내 방송법의 규제 자체를 무시한 억지이며 우리 정부는 이러한 미국의 터무니없는 주장에 휘둘리지 않고 냉정하게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케이블TV업계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우려를 표명해 왔듯이 유료방송 시장이 속수무책 상태에서 개방된다면 국내 미디어 산업의 붕괴는 명약관화하다.

방송시장 개방을 통해 양국의 방송사업자들끼리 아무런 조건도 없이 자유경쟁을 하라는 것은 주권국가의 문화정책의 자주적 수립과 실행권한을 일순간에 포기하겠다는 것이며,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자국의 정체성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상황에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최후의 문화 보루가 될 방송의 빗장을 푼다는 것은 더 이상 우리문화와 정체성을 유지하기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방송시장의 무분별한 개방은 현 정부가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문화정책의 성공사례인 한류문화 전파의 치적마저도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 주길 바란다.

그러나 우리정부는 내줄 것은 내주고 지킬 것은 지킬 것은 지킨다는 안일한 태도로 미디어 분야를 대폭 개방하자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이는 방송시장 개방을 이른바 고위급 정치협상의 빅딜 카드로 내세우고자 하는 것임에 다름아니다.

정부 및 협상단은 지금이라도 진행 중인 협상내용을 국민에게 공개하라.

우리의 법제도와 문화를 전적으로 무시하는 오만하기 짝이없는 미국 사업자의 태도에 대해 우리 정부와 협상단이 과연 어떻게 대응하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케이블TV는 이제부터 범 방송계를 비롯해 우리문화 콘텐츠를 제작하는 다양한 문화세력들과의 연대를 통해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한미 FTA저지를 위한 투쟁에 돌입할 것을 천명하는 바이다.

한미 FTA 방송시장 개방 저지를 위한

케 이 블 TV 비 상 대 책 위 원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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