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그러셨다, 대단한 작품이라고, 신들리지 않고서야 이렇게 쓸 수 없다고.

엄마의 평이라면 믿을수 있다.

평소 소위 말하는 大作들에 대한  부담감과 거부감을 겨우겨우 옆으로 밀어두고 책장을 펴든다. 시작부터 예사롭지는 않다.

이제 겨우 2권째이니 아직 모르겠다. 이야기의 전개가 느리다 싶으면 빨라진다. 조였던 숨통을 턱 풀어주는 식이다. 시적인 묘사들이 아름답기 보다는 무겁다. 누구랄 것도 없이 등장인물 모두의 삶의 질곡들이 좀 버겁다. 이 세상에 어디 순탄키만한 삶이 있으랴만은 그게 너무 적나라하고 선명하니 자꾸 마음이 가라앉는다. (이래서 대작들이 싫다.)

가끔 사투리 대사들을 소리내어 읽어본다. 양반네들 대사에는 사투리가 없다. 의도된 글쓰기이겠지만 리얼리티를 반감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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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이사 한 후 이야기는 하나도 전하지 못한 듯 하다.

방도 거실도 욕실도 꽤 넓은 집이다.

가장 맘에 드는 것이 옥상.

다섯 평은 될 것같은 텃밭이 있고, 골프연습장도 마련되어 있다.

서울나기에게도 '농사'는 아련한 향수다.

욕심 닿는데로 이것저것 가꿔보는 중이다.

흔한 상추랑 고추, 부추 말고도 아욱, 시금치, 알타리무, 치커리, 청경채, 케일, 도라지를 키운다.

딸기 모종 두 개와 파 몇 뿌리도...

하루에도 몇 번씩 옥상에 올라가면 넋 놓고 있다가 한 시간을 훌쩍 넘기기가 일수다.

잡초를 골라 뿌리를 뽑는 일이 가장 힘들다. 육체적으로 힘든 것 보다 고녀석들 생명을 앗는 일이 맘 아프다. 무슨 권리로 내가 살아남을 생명과 그렇지 못한 생명을 선택하고 있는 건가 싶을 때가 여러번이다.  생각이 많으면 하기 어려운 게 농사인 것 같다.

당신에게 나와 하늘과 땅속 지렁이가 함께 가꾼 이 야채들을 선물하고 싶다.

공연히 몸이 좋아지는 기분이 들텐데

조금더 사는 게 재미있어 질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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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에코의 열혈팬이었던 건지, 이윤기의 열혈팬이었던 건지 의심스럽게 하는 책.

이윤기가 번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기전부터 망설였었다.

덥썩 사버린 결과는 후회막급.

에코 특유의 해박한 지식으로 양념된 칼날같은 유머는 좀처럼 우리말로 표현되지 못했다.  때로는 초보자처럼 어색한 문장마저 보인다.

거대한 역사의 물결속을 사는 주인공의 엄청난 삶의 이야기는, 갑갑하고 무미건조하고 팍팍한 번역문 속에 갇혀 버렸다.

한 권을 읽는데 벌써 3주가 넘었다. 어려워서가 아니라 지겨워서 오래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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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빗방울 소리 후두두둑 들리는 것이 그리도 좋았다.

얼마만에 꺼내 든 우산인지 모르겠다.

조금 모자르다 싶은데 오늘은 창-!한 하늘이다. 나쁘지는 않다.

뒷산에 봄나물이라도 캐러 나서봐야 하지 않을까.

'야생초 편지'를 밍기적 거리다 최근에야 읽었다.

잡초라 부르며 무심히 지나는 풀들이 보기에도 먹기에도 훌륭하단다.

먹는 것이야 몰랐지만, 보기에는 나도 좋았었다.

키 낮은 그 풀들을 들여다 보는 것이 즐거울 때가 많았다.

작아도 다부진 녀석, 너무 여려 숨길도 못 견딜 것 같은 녀석, 좀 도도하고 콧대 높아 보이는 녀석...

어쩌다 몇 포기 캐어다 집에서 심어보기도 했는데,

금새 시들어 버리곤 했다.

약해 보이기 보다는, 적의 진영에서는 살 수 없다는 듯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버티다 스러지는 꼿꼿한 의인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당신이 봄을 느끼고 있었으면 한다.

저 싱싱한 초록들을 즐기고 누리는 건강한 당신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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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륭 책을 집어들고 책장을 펴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머리 속이 너무 복잡해서도 안돼고, 들떠 있어도 안돼고, 너무 무거워도 되지 않는다.

내가 지금 그런 적당한 상태인지는 모르겠으나, 크게 호흡을 한 번 가다듬고 덥썩 책을 펴들었다. 이제 겨우 몇 십 페이지, 생각만큼 버겁지는 않다. 너무 깊이는 말고 그냥 읽어 나가려고 한다. 시린 은유와 질펀한 삶의 반추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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