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여지껏 이 책에 그 흔한 서평 하나 달려 있지 않은지 알 수가 없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하나같이 심하게 게으른 사람들이거나, 아니면 너무 바쁜 사람들이거나, 또는 이 책을 혼자만의 보물상자처럼 여기는 사람들인지도 모르겠다.사진을 잘 몰라도 카메라에는 공연히 욕심이 난다. 남들 보기 그럴 듯한 반자동 카메라, 거액을 들여 산 캠코더, 생일날 친구들을 부추겨 얻어낸 폴라로이드. 요즘은 디지털 카메라와 수동카메라에도 욕심이 생긴다. 그렇지만 내가 무엇을 찍어야 하는지, 무엇을 찍고자 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그냥 막연히 멋있는 사진을 생각했고, 선명하고 예쁘게 나오는 사진들을 생각했었다. 나는 사진을 볼때 한 번도 '질감'이라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 책의 친절한 안내를 통해 나는 사진속에서 느껴지는 어쩐 질감을 언뜻 보았다. 그 안에서 풍기는 냄새도 맡았다. 흐릿함의 역설적인 진실성도 이 안에 있다.말 할 수 없이 따듯한 시선을 가진 사진작가 장 모르와 사진에 대한 이론적 철학관을 냉철하게 설명하는 글쟁이 존 버거는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한꺼번에 나에게 쏟아부어 주었다.받아들이는 것은 나의 몫이다. 이 책을 읽게 될 당신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