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륭 책을 집어들고 책장을 펴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머리 속이 너무 복잡해서도 안돼고, 들떠 있어도 안돼고, 너무 무거워도 되지 않는다.

내가 지금 그런 적당한 상태인지는 모르겠으나, 크게 호흡을 한 번 가다듬고 덥썩 책을 펴들었다. 이제 겨우 몇 십 페이지, 생각만큼 버겁지는 않다. 너무 깊이는 말고 그냥 읽어 나가려고 한다. 시린 은유와 질펀한 삶의 반추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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