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이사 한 후 이야기는 하나도 전하지 못한 듯 하다.

방도 거실도 욕실도 꽤 넓은 집이다.

가장 맘에 드는 것이 옥상.

다섯 평은 될 것같은 텃밭이 있고, 골프연습장도 마련되어 있다.

서울나기에게도 '농사'는 아련한 향수다.

욕심 닿는데로 이것저것 가꿔보는 중이다.

흔한 상추랑 고추, 부추 말고도 아욱, 시금치, 알타리무, 치커리, 청경채, 케일, 도라지를 키운다.

딸기 모종 두 개와 파 몇 뿌리도...

하루에도 몇 번씩 옥상에 올라가면 넋 놓고 있다가 한 시간을 훌쩍 넘기기가 일수다.

잡초를 골라 뿌리를 뽑는 일이 가장 힘들다. 육체적으로 힘든 것 보다 고녀석들 생명을 앗는 일이 맘 아프다. 무슨 권리로 내가 살아남을 생명과 그렇지 못한 생명을 선택하고 있는 건가 싶을 때가 여러번이다.  생각이 많으면 하기 어려운 게 농사인 것 같다.

당신에게 나와 하늘과 땅속 지렁이가 함께 가꾼 이 야채들을 선물하고 싶다.

공연히 몸이 좋아지는 기분이 들텐데

조금더 사는 게 재미있어 질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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