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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두는 여자
샨 사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북스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번역한 이상해씨를 노벨상 수상작인 중국작가 가오싱젠의 '영혼의 산'을 통해 알게 되었다. 외국서적 특히나 문학작품을 읽으며 늘 느끼는 것은 번역의 중요함이다. 번역은 또 하나의 문학장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 면에서, '이 사람이라면..'하는 믿음을 가지고 그가 번역한 책들을 찾아 보았다. 그러다 눈에 뜨인 책이 바로 '바둑 두는 여자'.
책의 마지막을 읽으며 콧잔등을 타고 내려 손등으로 떨어지는 눈물방울에 흠칫했다. 책을 읽고 울어 본 것은 또 얼마만이던가...그렇게 청승맞게 울고 앉았는 나를 만나는 것이 행복했다.어쩌면 정확하게 나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한다. 사연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그 나이때쯤의 나의 사고방식, 관심사, 세상에 대한 시선이 정확하게 소녀에게 투영되어 있다는 얘기다. 작가의 섬세한 관찰력과 그또래 시절에 대한 정확한 기억력, 그리고 멋진 묘사력이 어우러진 결과일테다. (거기에다 원작을 빛나게 하는 번역까지!)
역자의 말처럼, 맛난 사탕을 숨겨두고 몰래 몰래 꺼내먹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책의 남은 페이지를 헤아려 보곤 하게 하는 잘 읽히는 책이다. 구질구질함이 없이 간결하고 아름답다. 전쟁이라는 험악한 시대배경에도 불구하고 읽을 때의 느낌은 새털처럼 사뿐하다. 그러나 사랑의 본질을 깊이 탐구한 작가의 통찰을 본다. 우리들이 발을 디뎌 살고 있는 이 삶의 허구성, 존재의 가벼움을 그녀가 알고 있다고 느낀다.
난 이미 그 시절을 살아버렸고, 다시 그렇게 치열하게 살 기회를 잃어버렸는지도 모르지만, 바둑 두는 중국 소녀, 그녀를 사랑한 남자들이여, 부디 후회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