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감기가 조금 심하다. 당신에게는 차마 들려주기 싫은 껄끄러운 목소리가 내 안에서 나온다. 당신에게 말 할 수 없다는 것이 오늘처럼 다행스러울 때도 있다니...

많이 춥다. 누군가에게 포근한 목도리라도 선물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걸로 칭칭 얼굴부터 어깨까지 감아말고서 씩씩한 전사처럼 나서고 싶다.

세상에는 가 볼만한 곳, 가 봐야 할 곳이 그렇게도 많은가보다. 신문이고 잡지고 여기를 가 보시라, 저기를 가 봐야 한다 시끄럽다 싶을 만큼 수다들이다. 솔깃한 마음으로 붕 뜰 때도 있지만, 아예 질려서 멀부터 설레설레 흔들 때도 한 두번이 아니다. 이런 부정적인 마음으론 안된다구? 당신 말이 맞다. 시니컬한 사람은 패배자이기 쉽다. 내가 아직 패배자가 아니기를 응원하는 당신이 있으니 다시 힘을 내야할 이유가 충분하다.

많이 춥다. 서랍 속 꾸깃꾸깃한 낡은 목도리라도 감고, 다시 세상 속, 내가 가야 할 곳으로 간다. 당신이 함께 간다 믿으며, 친구가 기다린다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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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역시 박상륭만큼은 아니었다. 이 무섭도록 유식하고 창조적인 아저씨의 유머를  조금은 알아들을 것 같다.

'... 현재란 규정될 수가 없는 거고, 미래란 현실적 실체가 없는 마치 현재적 기다림과 같고, 과거란 현실적 실체가 없는 현재적 기억과 같은 것...' 이라고 틀뢴이라는 가상 공간의 어느 학파가 주장했다고 능청을 떠는 보르헤스.

깨알같은 역주들이 처음엔 부담스럽기만 하더니, 이제 와서는 친절한 길잡이로 느껴지기도 한다.

아직 50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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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한 번 거창하다. (지금보다) 어린 시절, 그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집어들었던 기억이 있다. 나도 궁굼했었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가 누구인지.

오랜만에 타인의 책장에 꽂힌 이 책에 눈길을 주었다. 뭔 내용이었더라....도무지 장면 하나 떠오르지 않는다. 마땅히 할 일도 없었기에 쓰윽 뽑아들고 휘리릭 넘겨본다. 그래도 당췌 떠오르는 것이 없다. 어라? 이거 읽은 책 맞어? 확인차 책장들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어느새 169페이지다.

아마추어의 책을 읽는 것은 가끔 고통스럽다. 더구나 의욕이 넘치는 신인의 글은 더하다. 의욕에 넘쳐 있는 이사람의 수다를, 아직 세련된 말주변을 체득치 못한 이 열에 들뜬 직설법을 어쩌란 말이냐, 어쩌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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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여지껏 겪어보지 못한 복통을 경험했다.

명치끝 어디쯤의 장이 배배 꼬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니면 가느다란 호스로 굵직한 무언가를 억지로 밀어넣느라 호스 입구가 갈라지고 헤지는 느낌이랄까.

가끔 느끼는건데 글로 쓰고보면 모든 것이 대단치 않게 느껴진다.

네 시간이 넘도록 데굴거리고 안절부절하던 그 고통이 이렇게 문자화되고 보니 참으로 대수롭지 않아 보인다. 후후후...

당신이라고 해서, 이런 하소연에 남다르게 절실히 느껴줄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당신이 나 아닌 객체라는 것을 어느 한 순간에도 잊지 않을 것이다. 그 사실을 잊는 순간부터 더 외로워지고 초라해 질 것을 안다. 이제 그런 바보짓은 그만한다.

첫눈이, 밟아볼 만큼 내려 주어 감사했다.

당신이 작게라도 행복하지 않았을까 하여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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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상한 작가가 아닌 것만은 틀림없다.

헌데, 박상륭을 만났을 때의 반만큼은 눈에 안들어온다.

벌써 나흘째인데, 이제 겨우 36페이지.

읽은 자리 또 읽기가 반복되고 있다.

<불한당들의 세계사>를 읽었다고 어디가서 얘기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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