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노는 일이 즐거워.

필름 아껴가며 신중하게 찍어야 하는 카메라 말고

아무렇게나 닥치는 대로 찍어 볼 수 있는 디카가 친구같아.

렌즈를 바라보지 않는 피사물을

곁에서 지켜봐 주는 느낌으로 셔터를 눌러.

엄청나게 쌓여가는 사진파일이 내 컴퓨터의 저장 용량을 실컷 소모할 수 있도록

찍고 또 찍고 자구 찍어대고....

당신이 어떤 존재인지 궁금해 하지 않기로 늘 결심하지만

가끔은 내가 찍어댄 사진들 속에서 당신을 상상해 봐.

깡통이기도, 화분이기도, 전봇대이기도, 처마끝이기도 한 그런 당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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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서 패러디! 이토록 근사한 도전이니 만큼 예사 사람이고는 쓰지 못할 거침없는 말들이 넉살도 좋게 쓰여 있다. 글 속에서 시시각각 고개를 치켜드는 맹랑한 삶의 진실들 앞에 가끔은 두려워 무릎이라도 꿇고 싶다.

작가의 유쾌하고 날카로운 시선 몇 가지......

 

'야브넬의 기적' 中,

'...부정한 사람과 정결한 사람 사이에는 어떠한 공통점도 없다. 부정한 사람에게는 죄가 있고 정결한 사람에게는 죄가 없다. 죄악은 부정한 사람과 정결한 사람 사이에 창조주가 놓아둔 돌아오지 못하는 좁다란 다리 같은 것이다. 정결한 자들은 문둥이를 두려워 한다더라만, 문둥이에게도 정결한 자들을 두려워할 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정결한 사람의 도시와 문둥병자들의 도시로 이분된 야브넬, 문둥병으로 정결한 도시에서 쫓겨나 문둥병자의 도시에서 살던 여인 에글라를 예수가 낫게 한다. 그러나 정결한 도시에서는 그녀의 치유를 의심하여 받아들이지 않고, 문둥병자의 도시에서는 치유된 그녀를 받아들여 주지 않는다. 문둥병자의 도시에서 그녀를 쫓아내며 하는 누군가의 말. ) 

'예루살렘의 기적' 中,

'...내가 보기에, 원래 신이라고 하는 것은, 자기가 보호하는 백성보다 영리할 수 없는 법이고, 백성의 지력(智力)도 저희가 섬기는 신의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 같소. 백성은 저희 분수에 맞는 신을 섬기고, 신은 저와 가장 비슷한 백성을 골라 단물을 뽑아 먹는다는 게 내 생각인데, 그래, 본디오 빌라도 각하의 생각은 어떻소?'

(예수살렘에 새로 부임한 본디오 빌라도에게 전임총리 그라투스가 예루살렘의 그리스도교인들을 비아냥거리며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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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만화에 염증이 느껴진다.

그래서 같은 곰 이야기라도 '브라더 베어'보다는 '곰이 되고 싶어요'를 선택해 아이에게 보여준다.

'Prince and princess'를 만들었던 프랑스 에니메이션팀의 신작이라고 한다. 몇 가지 상을 수상했다니 '좋은 만화'의 객관성도 어느정도 확보된 셈이다.

배경은 아마 북극인듯 하다. 아기곰을 잃고 슬퍼하는 엄마곰을 위해 아빠곰은 인간의 아기를 훔쳐다 준다. 엄마곰의 사랑 속에 스스로를 곰으로 알고 자라는 아이. 그러나 아기를 잃어버린 엄마와 아빠는 아이를 되찾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결국 아빠는 엄마곰과 아기의 보금자리를 찾아낸다. 지키려는 엄마곰과 되찾으려는 아빠의 사투끝에 엄마곰은 아빠의 창에 찔려 쓰러지고 아이는 인간의 집으로 데려와 진다. 시간이 지나도 인간의 생활에 길들여 지지 않는 아이는 언제나 엄마곰을 그리워 하며 곰의 생활로 돌아가기를 갈망하고, 결국 산신이 알려준 세가지 고난을 견뎌내어 곰이 된다는 이야기.

가끔 아이를 괴롭히는 늑대말고는 이렇다할 악한도 없는데, 이야기는 계속 갈등과 대립속에 있다. 아무도 미워할 수 없다. 아기를 훔친 아빠곰도, 엄마곰을 죽인 아빠도. 늘  정의의 주인공이 악당과 대결하여 멋지게 승리해 내는 디즈니 만화와 가장 큰 다른 점이다. 인생은 선과 악으로 구분지어져 있기 보다는 이것인가 저것인가 선택에 의해 더 자주 구분되곤 한다는 진실이 담긴 에니메이션이다. 끝내 곰이 되어버린 아이의 선택이 옳은지 그른지는 우리가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다만, 같이 본 아이는 재밌었냐는 질문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엄마 곰이 죽어서 슬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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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도 생소하고 책 제목도 생소한데 순전히 이윤기 아저씨를 믿고 골라본 책.

'신약의 재구성'이라는 소재가 마음에 끌린다.

이문열 '사람의 아들'을 읽었던 10대 어느날의 충격이 삼십대의 나에게 재현될 것인가.....하는 기대감.

80페이지 가량을 읽은 현재, 한없이 즐겁고 또 즐겁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서 사려깊고 유머와 상상력 넘치는 작가 보리슬라프 페키치에게 동경에 찬 박수를 보내는 순간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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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을 가장 원형 그대로 복원했다는 영화 '피터팬'을 보다.

영원히 늙지 않는 동심의 나라 네버랜드와 그 곳의 진정한 주인 피터팬은 그간 지나치게 미화된 채 우리 아이들에게 군림해 왔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는 월트 디즈니사의 죄가 크다.

하여 피터팬은 어린이의 동심을 영원히 간직한 동경의 대상이 되었으며 현재 나의 닷서살짜리 꼬맹이의 영웅이기도 하다. 네버랜드는 그러한 어린이들의 모험에 가득찬 천국.

헌데, 영화가 노골적으로 이러한 피터팬의 환상에 불만을 토로한다. 피터팬은 사랑을 알지 못하는 반쪽인간이란다. 네버랜드의 인어들은 음산하고 사악한 모습이며, 그곳의 아이들은 사실은 엄마의 사랑을 그리워하는 보통의 아이들이란다.

그러고 보니 그랬다. 반쪽인간 피터팬, 사랑을 알지 못하는 미완의 존재.그러나 어쨌든 그 덕에 그가 겪는 고통은 웬디의, 마이클의, 존의 일백분의 일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반쪽인간 피터팬이 동경의 대상인 것도 영 어불성설은 아닌 셈이다.

어른인 당신에게 이 영화를 한 번 들여다 보도록 권하고 싶다. 어딘지 모를 갑갑함과 슬픔이 복받쳐 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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