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서 패러디! 이토록 근사한 도전이니 만큼 예사 사람이고는 쓰지 못할 거침없는 말들이 넉살도 좋게 쓰여 있다. 글 속에서 시시각각 고개를 치켜드는 맹랑한 삶의 진실들 앞에 가끔은 두려워 무릎이라도 꿇고 싶다.
작가의 유쾌하고 날카로운 시선 몇 가지......
'야브넬의 기적' 中,
'...부정한 사람과 정결한 사람 사이에는 어떠한 공통점도 없다. 부정한 사람에게는 죄가 있고 정결한 사람에게는 죄가 없다. 죄악은 부정한 사람과 정결한 사람 사이에 창조주가 놓아둔 돌아오지 못하는 좁다란 다리 같은 것이다. 정결한 자들은 문둥이를 두려워 한다더라만, 문둥이에게도 정결한 자들을 두려워할 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정결한 사람의 도시와 문둥병자들의 도시로 이분된 야브넬, 문둥병으로 정결한 도시에서 쫓겨나 문둥병자의 도시에서 살던 여인 에글라를 예수가 낫게 한다. 그러나 정결한 도시에서는 그녀의 치유를 의심하여 받아들이지 않고, 문둥병자의 도시에서는 치유된 그녀를 받아들여 주지 않는다. 문둥병자의 도시에서 그녀를 쫓아내며 하는 누군가의 말. )
'예루살렘의 기적' 中,
'...내가 보기에, 원래 신이라고 하는 것은, 자기가 보호하는 백성보다 영리할 수 없는 법이고, 백성의 지력(智力)도 저희가 섬기는 신의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 같소. 백성은 저희 분수에 맞는 신을 섬기고, 신은 저와 가장 비슷한 백성을 골라 단물을 뽑아 먹는다는 게 내 생각인데, 그래, 본디오 빌라도 각하의 생각은 어떻소?'
(예수살렘에 새로 부임한 본디오 빌라도에게 전임총리 그라투스가 예루살렘의 그리스도교인들을 비아냥거리며 하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