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노는 일이 즐거워.
필름 아껴가며 신중하게 찍어야 하는 카메라 말고
아무렇게나 닥치는 대로 찍어 볼 수 있는 디카가 친구같아.
렌즈를 바라보지 않는 피사물을
곁에서 지켜봐 주는 느낌으로 셔터를 눌러.
엄청나게 쌓여가는 사진파일이 내 컴퓨터의 저장 용량을 실컷 소모할 수 있도록
찍고 또 찍고 자구 찍어대고....
당신이 어떤 존재인지 궁금해 하지 않기로 늘 결심하지만
가끔은 내가 찍어댄 사진들 속에서 당신을 상상해 봐.
깡통이기도, 화분이기도, 전봇대이기도, 처마끝이기도 한 그런 당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