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뉴미디어 축제 열린다

2006.11.15 / 온라인 편집부

홍대 앞에 전세계 뉴미디어 예술 작품들의 축제 마당이 펼쳐진다. 오는 17일부터 열리는 제 6회 서울 뉴미디어 페스티벌은 '나는 미디어(魚), 감성을 요리하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대안공간 루프. 갤러리 이비단의 방, 갤러리 킹, 카페와 클럽 14곳 등 홍익 대학교 주변에서 '뉴미디어, 뉴장르 공공예술 축제'를 연다.

"뉴미디어의 테크놀로지에서 궁극적으로 우리가 담아내야할 담론과 장르, 그리고 코드를 보여준다"는 기조 아래 열리는 뉴미디어 페스티벌은 '네마 구애전 : 아시아 공모전', '네마 친구열전 : 해외 교류전', '홍대 앞 문화연대 프로젝트'과 사운드 아트 공연, 학술강좌 등을 준비했다. 아시아권의 작가의 작품 가운데 예심을 거친 49편을 상영, 시상하는 '네마 구애전'은 한국, 대만 작가들의 실험영상과 애니메이션, 극영화, 넷아트, 설치영상 등이 소개된다. 심사위원으로는 김소영 영화평론가, 김선아 서울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김준기, 유진상 미술평론가, 이훈송 비트폼 갤러리 실장 등 영화계와 미술계 인사들이 참여했다.

또한 '네마 친구열전'은 일본, 홍콩, 미국 등 총 10개국에서 온 신인과 기성 작가들의 작품 60여편을 선보인다. '해외 교류전'에서는 일본의 미디어아트 축제인 '닷무브페스티벌' 상영작, '한일 단편애니메이션 대회' 우수작, 홍콩의 '마이크로웨이브 국제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의 미디어아트 작품들을 두루 전시, 상영한다. 사운드아트 공연 프로그램으로는 전자 즉흥 음악을 연주하는 'RELAY'의 실시간 영상과의 협연이 기획됐다. 디지털 미디어의 이해와 변화에 대한 논의를 펼칠 학술 강좌, '열마자리 프로그램 <디지로그 프로그램>'은 미디어와 미학적 성찰성, 페미니즘과 뉴미디어 등 총 9개 주제를 가지고 열린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 뉴미디어 페스티벌 2006 공식 홈페이지(www.nemaf.net)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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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다. 사진 관련 서적들이 물밀듯이 출판되고 있다. 대형서점에는 이제 전문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을 정도다. 디지털카메라 보급에 따른 여파일 것이다. 그러나 고민이 뒤따른다. 이 많은 책들을 다 볼 순 없는 일이다. 그래서 7인의 사진 전문가들에게 청했다. 알찬 책을 추천해달라고. 그들의 Choice는 국내에 출간된 책들이다. 그들의 Another Choice는 외서와 지금은 절판된, 시중에서 손쉽게 구하긴 어려운 책들이다. 업그레이드된 사진을 찍고 싶다면 똑딱이 카메라와 DSLR을 잠시 놓아두라. 셔터에서 손을 떼고 책을 보자. 봐야 찍는다.

자식을 믿지 못하는 근심 많은 부모 같은 책

영화스틸작가 한세준의 베스트, <사진학 강의>

Choice/ <사진학 강의> 바바라 런던, 존 업튼 외 지음/ 김승곤 옮김/ 타임스페이스/ 2004년 <사진> 바바라 런던, 존 업튼/ 이준식 옮김/ 미진사/ 2003년

제목부터 ‘사진학 강의’다. 단시간에 고수가 되는 비결을 일러주겠다고 꾀는 책들이 쏟아지는데, ‘사진학 강의’라니. 하지만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대형서점에 가면 사진 코너 한가운데 딱딱하기 그지없는 이 책이 떡하니 버티고 있음을. 피어슨사에서 초판을 출판한 <사진학 강의>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사진학 교과서로 삼고 있는 ‘바이블’이다. 한세준 작가 또한 이 책으로 사진을 처음 배웠다. “처음 접한 게 1991년경이었을 거다. 사진 전공하기 전으로 동호회 등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때였는데 군대 간 친구에게서 건네받았다. 그때 본 책은 미진사 출판본이었다.” 첫장을 펼쳐보면 알겠지만 <사진학 강의>는 자식 믿지 못하는 근심 많은 부모 같다. 필름 끼우는 방법부터 인화까지 시시콜콜 일러준다. “속성을 강조하는 책들은 어떻게 아웃포커스가 가능한지에 대한 설명조차 없다. 사진은 예술 이전에 과학이다. 카메라는 붓 이전에 기계다. 카메라의 구조, 광선의 원리 등을 모르면 창조적으로 응용할 수가 없다. 촬영 중에 문제가 일어나도 해결할 수가 없다.” 유명 작가들이 찍은 600여장의 사진도판들이 풍부하게 예시되어 있다는 점도 돋보이는 장점이다. 타임스페이스가 펴낸 7판에는 디지털 사진에 대한 강의도 덧붙여져 이전 판보다 더욱 뚱뚱해졌다. “강의할 때도 이 책을 쓴다. 학생들이 좀처럼 책을 잘 안 사는 편이라 중요한 설명은 아예 사진으로 찍어서 슬라이드로 쏘아가면서 설명한다. (웃음) 구관이 명관이라고. 출판된 지 오래됐지만 훌륭한 쓰임은 여전하다.”

Another Choice/ 에드워드 S. 커티스의 <북미 인디언>(The North American Indians)

“1895년부터 마차를 타고 다니며 30년 이상 인디언들을 찍은 사진들을 모은 책이다. 네거티브만 무려 4만장이라는 것도 놀랍지만, 20세기 초에 이런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는 시도와 의식 자체가 대단하다. 슬픈 표정의 인물들이 많은 걸 보면 지배자의 입장에서 인디언의 삶을 기록했다는 일부의 비판이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처럼 간편한 장비도 없는 20세기 초에 사라져가는 삶의 양식에 대한 기록으로서의 다큐멘터리 사진을 정초했다는 업적까지 무시할 순 없다.”

한세준/ 영화스틸작가·<해피엔드> <공동경비구역 JSA> <살인의 추억> <친절한 금자씨> <남극일기> <범죄의 재구성> <괴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거룩한 계보> 촬영

브레송을 엿볼 수 있는 유일한 단서

다큐멘터리 사진가 이상엽의 베스트, <영혼의 시선: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사진 에세이>

Choice/ <영혼의 시선: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사진 에세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지음/ 권오룡 옮김/ 열화당/ 2006년

“모두들 브레송에 대해 좀더 알고 싶어했다. 하지만 외국 서적을 뒤져봐도 피상적이고 간접적인 인용 뿐이었다.” 이상엽이 <영혼의 시선: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사진 에세이>를 첫손에 꼽는 건 당연하다. 사진을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 있다면, 누구나 홍역처럼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증후군을 경험한다. 라이카 M3로 무장하고 ‘결정적 순간’을 잡아내기 위해 보이지 않는 유령처럼 ‘살금살금’ 현실에 침입했다는 거장 브레송에 대해선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생전에 그는 사진 철학을 책으로 묶어낸 적이 없다. 그가 직접 쓴 짧은 글들을 묶어 펴낸 <영혼의 시선…>은 브레송을 엿볼 수 있는 유일한 단서다.” 1996년 프랑스에서 초판이 발행된 것을 시작으로 미국(1999년)을 거쳐 10년 만에 한국에 당도한 이 에세이는 거장의 단호하고 매혹적인 잠언들로 시작한다. 특히 “사진가들의 참고서이자 시학으로 남은” 사진집 <결정적 순간>(1954)의 서문을 포함하고 있는 ‘스케치북으로서의 카메라’에서 브레송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성찰을 드로잉하는 순간적인 행위”며, “머리와 눈 그리고 마음을 동일한 조준선 위에 놓고”, “달아나는 현실의 숨결을 포착”할 때만 가능함을 간결한 필치로 설명한다. 일독만으로는 알쏭달쏭하다고 포기하지 말 것. <시간과 장소>와 <사진가들과 친구들에 관하여>에선 기관총이 잔뜩 실린 캐딜락을 타고 피델 카스트로를 만나러 갔던 일 등을 비롯한 흥미진진한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브레송은 사진 해설에서도 알 수 있듯 자신의 사진에 대한 다른 해석을 용납치 않던 강퍅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는 자신의 사진을 책임지겠다는 오롯한 작가의 태도이기도 하다. 여전히 글이 사진을 자의적으로 왜곡하고 누르는 국내 포토저널리즘의 관행을 감안하면 두고 곱씹을 만한 태도다.”(이상엽)

Another Choice/ 로버트 프랭크의 <미국인들>(The Americans)

“브레송과 대척점에 서 있는 로버트 프랭크는 현대사진의 문을 연 거장이다. 특정한 결정적 순간이 있다는 믿음은 착각이라고 여겼던 그는 일생 동안 매그넘 같은 조직에 속하지 않고 개인작업을 하면서 사적인 일상을 통해 사회를 드러내보였다. <미국인들>은 1960, 70년대 미국인들의 유복한 삶의 허약한 실체를 까발린 사진집으로 유명하다. 미국보다 프랑스에서 한해 먼저 출판된 것도 그 때문이다. 아직까지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건 어쩌면 우리 사회가 아직 자신의 허위를 폭로할 만한 용기가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이상엽/ 다큐멘터리 사진가·웹진 <이미지 프레스> 대표·<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 <이미지 프레스 01, 여행하는 나무> 기획

지금은 사라진 사랑의 흔적에 대한 마술적 소묘

사진평론가 진동선의 베스트, <사랑의 방: 베르나르 포콩 사진집>

Choice/ <사랑의 방: 베르나르 포콩 사진집> 베르나르 포콩 지음/ 심민화 옮김/ 마음산책/ 2003년

“흔히 훌륭한 사진은 ‘보면 볼수록 비밀이 새어나오는 사진’이라고 한다. 또 사진의 비극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되 진실을 말하지 않는 데 있다’고 한다. 베르나르 포콩의 <사랑의 방: 베르나르 포콩 사진집>은 이를 사진과 글로 보여준다.” 진동선은 포콩을 브레송과 맞먹는(!) 프랑스 사진가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눈앞의 세상의 결정적인 순간을 인식하는 대신 그는 존재하나 사라진 감정의 파편들을 되살려 맞춘다. 진동선은 <사랑의 방…>의 발문에 “최초로 사랑의 실체를 사진으로 표현한 작가는 포콩이 아닐까 한다… (중략)… 지금까지 사진에 찍힌 사랑이란 순간적인 행복의 표정이었거나 열락의 포즈였을 뿐 사랑의 실체는 아니었다”라고 썼다. “<사랑의 방…>은 보이지 않는 것, 말해질 수 없는 것, 그러나 분명히 존재했던 너, 나, 우리의 지난 기억들을 돌려세운다.” 책에 실린 50장의 사진과 글은 존재했으나, 지금은 사라진 사랑의 흔적들에 대한 마술적 소묘다. 작가 스스로 ‘광기’라 불렀던 열정은 사진 속에서 불가능한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명징의 빛’으로 변하고, 이 마술의 빛 아래서 보이지 않던 시간의 상처와 감정의 자국이 어슴푸레하게 드러난다. 작가는 “가장 찍고 싶은 것이 가장 찍을 수 없는 것이다. 사랑의 얼굴”, “온갖 갈망의 대상이 되는 것, 바로 그것을 잡았다고 늘 생각하는데, 그것은 슬그머니 미끄러져 달아나고, 또다시 미끄러져 달아나, 껍질만 남기고”라고 토로하지만 말이다. 포콩이 안내하는 마법의 성을 둘러보고 나면 포토숍으로 느낌을 창조할 수 없음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Another Choice/ 롤랑 바르트의 <카메라 루시다>

“지금은 절판된 <카메라 루시다>에서 롤랑 바르트는 ‘사진이란 단 한 사람을 위한 불완전한 과학’이라고 규정한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단 한 사람을 위한 사진. 사진은 공동작업이 불가능한 매체다. 단 한 사람의 손가락으로부터 셔터가 눌려지고, 그리고 저마다, 각자의 살아온 경험과 이해로부터 해석되는 오묘한 코드다. 그래서 바르트는 한장의 사진은 누구에게나 홀연히 날아와 상처를 찌르는 푼크툼(punctum)이라고 했다. 존재증명이면서 동시에 부재증명인 사진의 존재론을 펼치는 이 책이야말로 사진이란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는 점에서 꼭 필요하다.”(참고로 이 책은 9월31일 동문선에서 <밝은 방>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됐다)

진동선/ 사진평론가·현대사진연구소 소장·<한국 현대사진의 흐름> <사진사 드라마 50, 영화보다 재미있는 사진 이야기> <현대사진의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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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붙일 곳 없는 세계 이웃들을 위한 작은 안식처

사진집단 일우 대표 김홍희의 베스트, <유민의 땅>

Choice/ <유민의 땅> 성남훈 지음/ 눈빛/ 2005년

‘잊어선 안 될 최초.’ 김홍희는 성남훈의 다큐멘터리 사진이 갖는 의미를 높이 친다. “우리의 문제뿐만 아니라 세계의 이웃에 관심을 돌린 첫 번째 한국 사진가라는 점에서 그렇다. 앞으로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한국 작가들이 많이 나올 텐데 성남훈의 <유민의 땅>은 교본이자 전범으로 남을 것이다.” <유민의 땅>은 성남훈이 프랑스 에이전시인 라포에 소속해 있던 지난 15년 동안 보스니아, 인도네시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르완다 등의 분쟁 지역을 돌며 찍은 사진들을 모은 사진집이다. “한숨과 울부짖음으로 가창되는 지구시대의 뼈아픈 노래”라고 박노해가 말미에 말하듯, <유민의 땅>은 삶의 터전을 잃고서 칠흑 같은 운명을 감수해야 하는 유민들의 비가(悲歌)다. 자신들의 흐느낌을 한 소절만 들어달라고 청하는(인물들의 포즈를 보라!) 유민들의 청을 성남훈의 카메라는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런 점에서 <유민의 땅>은 몸 붙일 곳 없는 세계 이웃들을 위한 작은 안식처인 셈이다. 안식처의 문을 조심스레 열면, 구슬픈 아코디언에 맞춰 우는 루마니아 집시 소녀와 총구 아래서 웃음을 내보이는 보스니아 소년과 맨홀에서 사는 몽골 소녀와 탱크 포대 위에서 고개를 떨어뜨린 아프가니스탄 소년이 선(善)이 저지른 참상을 모르는 낯선 이방인을 맞는다. 김홍희는 <유민의 땅>이 나오기까지 작가의 고군분투를 전하면서 “한국사회가 언제쯤 이런 이웃들을 따뜻하게 껴안을 만큼 성숙할 수 있을까” 하는 탄식을 내놓았다.

Another Choice/ 최민식의 <Human 1∼12>

“내가 고향이 부산이라서 선생님을 택한 건 아니다. 아마 100년 뒤에 한국 사진사를 다시 쓴다고 할 때 여전히 짱짱하게 남아 있는 분은 최민식 선생이 아닐까. 사진의 유파와 상관없이 그는 거목이다. 안목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선생의 사진에는 질곡의 시대가 드리워져 있다. 질곡의 시대를 기록했던 용기를 볼 수 있다. 연작 사진집 중 초창기 사진들을 특히 다시 보고 싶다. 덧붙여 후지와라 신야의 <인도방랑>은 절판됐는데,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일본에서 유학할 때 동경했던 작가다. 다들 카메라 들고 인도로 떠나지만 <인도방랑>에 비하면 모두 수박 겉핥기다. 카메라가 삶에 동화되는 걸 후지와라 신야는 직접 보여준다.”

김홍희/ 사진집단 일우 대표·<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방외지사> <암자로 가는 길> <예술가로 산다는 것> <인도기행> <세기말 초상> <방랑><나는 사진이다> 등

잠자고 있던 서울의 기억을 만나는 순간

다큐멘터리 사진가 성남훈의 베스트, <서울 1969-1990>

Choice/ <서울 1969-1990> 전민조 지음/ 눈빛/ 2006년

극장 앞에서 완장 찬 이가 관객을 줄세우던 종로가 있었다. 지게꾼과 미니스커트가 공존하던 명동이 있었다. 차력시범이 펼쳐지던 강남터미널이 있었다. 소가 쟁기 끌던 압구정이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100m 넘게 줄을 서야 했던 잠실이 있었다. 수해 때 세간살이와 목숨만 건져야 했던 중랑교가 있었다. 전민조의 <서울 1969-1990>은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서울’을 오래된 거울을 꺼내 샅샅이 비춘다. “<서울…>은 앞만 보고 달리는 우리에게 던져진 묵직한 화두”라며 성남훈은 “그의 사진은 볼 때마다 단순한 기록이라고 일컬을 수도, 그저 보도사진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솔솔한 휴머니즘과 일관된 미감이 배어나오는 작품들”이라고 말한다. 전민조의 사진들은 꼼꼼히 뜯어봐야 한다. 오래, 자주 봐야 많이 보인다. <서울…>을 가득 메운 군중 사진들이 특히 그렇다. 전민조의 군중은 점들의 집합이 아니다. 일례로 보행위반자들을 찍은 1975년의 동대문을 보면, 가슴 졸이며 딱지떼는 남자와 밀지말라고 손들어 제지하는 남자와 벌금을 확인하려고 애쓰는 뒷줄 남자와 담배 피우며 생계를 걱정하는 남자와 어디선가 나타난 카메라를 발견하고 포즈를 취하는 남자가 뒤섞여 있다. 특정 누군가를 클로즈업하고, 특정 누군가를 배제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민조의 사진집은 <서울…>이라는 제목을 가질 만한 가치가 있다. “미문화원 점거 당시의 함운경씨를 찍은 사진이 생각난다. 그때 난 전경이었다. 386이라 그런지 전경들 앞에서 분을 터트리는 국회의사당 사진 등이 생생하다.” 성남훈의 말처럼, 전민조의 <서울…>을 뒤적이다 보면 특별한 공명의 순간이 느껴질 것이다. 그땐 잠자고 있던 서울의 기억들이 깨어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Another Choice/ 이갑철의 <충돌과 반동>

“이갑철 선생은 카메라를 오래 잡았지만 숨겨진 인물이었다. 사보 등에 기고하면서 한국의 전통에 대한 개인작업을 하고 있음을 알고 있긴 했는데, <충돌과 반동>이 나오기 전까지 그의 작업에 대한 오해가 있었다. 일반적인 기록사진의 범위 안에서 그의 작업을 예상했는데, <충돌과 반동>은 완전히 다른 세계를 보여줬다. 무속, 불교 등의 행사를 뒤좇으면서 단순한 기록이 아닌 철저히 작가 개인의 사적 해석으로 채워넣었다. 두려움과 흥이 뒤섞인 신적 기운을 맛보면서, 한국적인 소재를 찍는다고 해서 한국적인 것이 전달되지 않음을 깨달았다. 길들여지지 않은 날것들의 강렬한 생동을 언제쯤 간직할 수 있을까.”

성남훈/ 다큐멘터리 사진가·개인전 <루마니아 난민> <소록도> <아프가니스탄에 피는 꽃> <유민의 땅>· 단체전 <Salon 92> <세계보도사진 대전> <동강사진축전> 등 다수

얇지만 얄팍하지 않은, 초라하지만 진실한 입문서

사진작가 구성연의 베스트,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Choice/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필립 퍼키스 지음/ 박태희 옮김/ 눈빛/ 2006년

“사진 관련 서적 중에 아담하고 친근한 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한손으로 들기도 버거울 정도로 무겁고, 비싸기까지 하다. 절판된 김기창 선생의 <개가 있는 따뜻한 골목>을 좋아하는 이유는 한손에 담을 수 있어서다. 그리고 몇달 전에 선물받은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가 또 그러하다.” 물론 싸고, 휴대가 간편하다는 이유로 구성연이 이 책을 선택한 건 아니다. 안셀 애덤스, 도로시아 랭에게서 사진을 배운 필립 퍼키스는 프랫 인스티튜트를 비롯해 뉴욕대 등에서 오랫동안 강의를 맡아온 교육자. 출판 당시 소개글에 “초라한 책, 그러나 진실한 내용”이라고 적었다는 퍼키스는 도입부에서 “너무 성급하게 메타포나 상징으로 건너뛰지 마라. 문화적 의미를 담으려 하지 마라. 아직 이르다. 이런 것들은 나중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먼저 대상의 표면에 떨어진 빛의 실체를 느껴야 한다”고 충고한다. 대상을 서둘러 삼키려 들지 말고 천천히 음미하라는 그의 조언은 이 책을 읽는 방식에도 적용된다. 흑백사진, 인물, 풍경, 디지털 등의 세부 주제들에 관한 강의 내용을 달달 외워봤자 소용없다. 가까이 두고 오래 볼 일이다. “얇지만 절대 얄팍하지 않은 입문서”라고 소개하는 구성연은 굳이 사진가를 꿈꾸지 않더라도 비평 부문의 강의는 새겨들을 만하다고 말한다. “작품을 대할 때 저건 무슨 의도로 찍었지라고 물을 필요가 없다. 저자는 비평이 심리치료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저 고매한 작가가 숨겨놓은 의도는 뭘까라는 호기심이 혹시 난 천박한 감상자는 아닐까라는 의구심으로 변질되면 더이상 작품과 관객의 소통은 불가능해진다. 테크닉을 강조하는 입문서들에서 이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Another Choice/ 타린 사이먼의 <The Innocents>

“처음 봤을 땐 도시와 시골의 집들, 그곳에 사는 것 같은 인물들을 찍은 사진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캡션을 읽어보니 무고하게 살인범으로 몰려 감옥에 간 이들을 찍었더라. 모두 억울한 과거 때문에 삶이 일그러진 인물들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사진은 옥고 끝에 범행이 일어났던 장소를 다시 찾는 인물을 잡은 것이다. 사실 사진집을 보면 대개 전시됐던 오리지널 프린트보다 못하구나, 사진집은 그저 대용품이구나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 책은 달랐다. 전시장에서 이 사진만 봤거나 사진없이 그냥 텍스트로만 사연을 접했다면 어땠을까. 사진과 텍스트가 사이좋게 서로를 돕는다는 점에서 두고 볼 만한 책이다.”

구성연/ 개인전 <나비> <유리> <구성연전> <모래> <화분>·단체전 <사진의 피부, 회화의 껍질> 등·현재 <3인의 디지털 미장센> 전시

두려움을 에너지로 바꿔주는 설득의 화술

패션사진가 이전호의 베스트,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Choice/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데이비드 베일즈·테드 올랜드 지음/ 임경아 옮김/ 루비박스/ 2006년

흔히 예술가는 하늘이 내린 특별한 재능의 소유자라고 철석같이 믿어왔다.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는 첫장에서부터 그런 편견은 제발 좀 버리라고 말한다. “예술은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일갈하면서 말이다. 창조의 문턱에서 좌절한 이들은 수없이 많다.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사진 또한 마찬가지다. “사진을 시작하면 구체적인 테크닉을 습득하는 것보다 내가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이러한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고, 프로가 되더라도 마찬가지 두려움에 시달린다.” 이전호에게 <예술가여…>는 두려움을 에너지로 바꾸게 해준 비타민이다. “무슨 작업을 할 때마다 새로운 걸 내놓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곤 한다. 사진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다들 그렇지 않나. 그럴 때마다 이 책의 구절을 떠올리곤 한다.” 이전호가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입하는 구절은 이렇다. “훌륭한 작품을 완벽한 작품과 동일한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중략)… 왜냐하면 우리는 인간이고, 인간만이 결점을 드러내며 예술을 창조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무기는 다양한 사례와 조사를 통한 설득의 화술이다. “장면의 모든 요소들이 정확히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렸다면 아마 한장의 사진도 찍지 못했을 것”이라는 안셀 애덤스의 고백과 앗제로부터 위지에 이르기까지 많은 유명 사진작가들이 당대에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던 역사들을 언급하는 이 책은 ‘사진’에 빠져들기로 맘먹었다면 꼭 챙겨야 할 구명조끼다.

Another Choice/ 샬럿 코튼의 <Imperfect Beauty>

“뉴욕 출장 가서 전시회에서 산 책인데, 닉 나이트를 비롯한 그룹 쇼 스튜디오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사진집이다. 광고사진의 대가이지만 닉 나이트는 좀처럼 멈춰서지 않는다. 대개 마스터가 되면 이 정도 했으니까 됐어 하는 자위 같은 게 있는데 닉 나이트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이 책은 쇼 스튜디오가 단순한 파워집단으로서의 커넥션이 아니라 서로에게 자극이 되는 크리에이티브한 그룹임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우리는 경주를 하는 것도, 경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승자도 패자도 없다. 우리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을 표현할 뿐이다’라는 책 속 크랙 맥딘의 말처럼, 상업사진을 찍으면서도 사진의 본질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이전호/ 패션사진가·<올드보이> <가족> <주먹이 운다> <너는 내 운명> <태풍> <나의 결혼원정기> <왕의 남자>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포스터 촬영

사진 전문가 7인이 추천하는 사진책 14권 [1] 1/2
사진 전문가 7인이 추천하는 사진책 14권 [2] 2/2
글 : 이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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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왜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가?
미쓰토미 도시로 지음, 이상술 옮김 / 해나무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음악을 들으면 행복한가요? 라는 질문에 대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행복하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슬프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다양한 대답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아예 “음악은 왜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고 있다. 즉 음악에 대해 느끼는 많은 감정 중에서 다른 감정들은 논외로 하고, 행복이라는 것만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음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여태까지 “음악은 들어서 기분 좋으면 된거지, 거기에 뭐 특별한 이유가 잇을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을 하였지, 거기서 더 이상 나아가 본 적은 없었다. 이 책은 거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 음악이 어떻게 인간을 행복하는지에 대해 답을 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음악에 대한 기초적인 이론에서부터 음향학과 생물학, 의학 등 다양한 인접학문을 인용하며, 음악이 왜 우리들을 행복하는지에 대한 답을 ?으려고 하고 있다. 지은이는 7개장으로 구분하여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데, 사실 이야기의 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큰 제목과 작은 제목간의 연관성도 크게 없어 보인다. 지은이의 생각을 그냥 특별한 형식없이 옮겨 놓은 듯하다.

그래서인지 지은이가 이야기하려는 의도를 정확하게 잡아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무엇보다 “음악이 왜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가”에 대한 답은 대충 얼버무리고 구렁이 담넘어가듯 넘어가버린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음악은 어디까지나 인간이 만들어낸 기억 속에서 자라난 것이다. 감동도 행복도, 지금 현실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그런 감동과 행복을 얻기 위해 인간에게는 기억이 있고 또 그것을 키워 온 것인지도 모른다.”라고만 이야기하고 있을 따름이다.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읽은 책이어서인지 그만큼 실망도 큰 책이었다. 무슨 선문답을 하는 것도 아니고, 지은이가 체계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도 아니어서 책을 읽는 내내 답답하기만 하였다.
 
이 책에 대한 답은 이 구절로 끝맺어야하지 않을까.

“우리 인간에게 음악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 인간이 음악에서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이러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음악이라는 문제뿐 아니라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할 수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본서 159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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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천자문 2006-11-12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사람이 쓴 책은 유난히 제목만 요란한 경우가 많더군요. ㅎㅎ

키노 2006-11-12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루이드님 안녕하세요^^;; 실망을 많이 한 책이었어요^^
 
일하면서 책쓰기 - 컨셉의 명수에게 배우는 책쓰기 전략
탁정언.전미옥 지음 / 살림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누구나가 한번쯤은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기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직장생활로 가정생활로 학업 등으로 바쁜 생활을 하다보니, 글이란 작가나 전문인들이 쓰는 걸로만 여기게 되고, 자연이 그 사람들이 쓴 글을 읽고 만족하는 걸로 대신하게 되었다.

그런데 요즘 인터넷이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개인 블로그나 카페 등에 올린 자신들의 글이 일반인들에게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일약 대중적인 스타로 자리매김하며 책으로까지 출판하게 되는 경우가 부쩍 많아지고 있다.

그런 시점에서 “일하면서 책쓰기”라는 이 책은 나의 눈을 확 끌어 잡았다. 제목부터가 단순히 글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일하면서 책을 쓰는 것이라는 점이 크게 어필했다고 하겠다.

지은이들은 책쓰기는 그 자체로 아주 좋은 자기계발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라고 한다. 제대로 된 글쓰기를 하려면 '생각'이나 '사고'가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자신의 생활을 되돌아 보고 되고, 다시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므로 한마디로 아주 유익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좋은 글은 누구나 읽어서 알기 쉬운 말로 쓴 글로 자신의 삶과 밀접한 글이어야 한다며, 좋은 글에 대한 고정관념도 바꿀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는 즉시 글쓰기를 할 것을 권한다. 여기까지 읽으면 당장이라도 글을 잘 쓸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지만, 막상 펜을 들게되면 또 다시 뭔가 거대한 벽이 앞을 가로 막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여기서 이 책은 다른 글쓰기 책과 차별화를 보이는데, 지은이인 컨셉추얼리스트이자 작가인 탁정언과 자기계발과 커리어관리 전문가인 전미옥은, 그들의 직업에서 알 수 있듯이,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라 고객의 니즈(needs)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추어 자신만의 컨텐츠를 가지고, 전략을 수립하여 일정한 컨셉하에 글을 써야한다고 한다.

특히 컨셉에 관련하여서는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상세하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전문적인 작가와 달리 일하면서 글을 써야하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시간을 아껴서 최대한의 효과를 내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겠다. 

지은이들은 컨셉은 자신을 주장하되 일방적이지 않으며 다른 주장과 차별화 되어야 하며, 일상적이지 않고 보편적이지 않은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특별한 심리를 고려하여, 생각을 뒤집어 볼 것을 권한다.

이처럼 이 책은 일하면서 책을 써야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글쓰기가 될 것인지에 대해, 많은 사례와 도표등을 활용하여 지은이들의 생각을 전하고 있다. 물론 비슷한 내용들이 반복해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와닿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서 과연 이 책을 읽고 나면 제대로 된 글쓰기가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일단 글을 쓰는 버릇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한줄이라도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것이 생활화 되어야 하고, 그것이 밑바탕이 되어 나중에 책으로 옮기는 작업이 이루어질 때는 지은이들이 제시하는 방법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하면서 글을 써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정한 길라잡이가 되어 줄 것이지만, 이 책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바래서는 안될 것이다. 글은 자신이 쓰는 것이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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