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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에의 영화 수업 <카이에 뒤 시네마 영화이론 1, 2>(안느 위에, 엠마뉴엘 시에티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프랑스 영화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는 영화잡지 그 이상이었다. 작가정책, 정치적 모더니즘 등 현대영화의 굵직한 이슈들을 제기한 그들이 영화이론의 주요 개념들을 정리한 총서를 내놓았다. '카이에 뒤 시네마 영화이론' 시리즈는 카이에와 프랑스 문화성이 공동 기획한 '프티 카이에' 시리즈 중에서 일부를 선별한 책이다. 먼저 출간된 것은 1권 '시나리오'와 2권 '쇼트-영화의 시작'. 이후 몽타주, 시점, 대사, 영화음악, 애니메이션, 특수효과 등을 다룬 책들이 차례로 선을 보인다. 영화이론의 요람답게, 각 권마다 1부는 주제를 이론적으로 풀이한 해설을, 2부에서는 이론을 적용한 실제 사례들을 실었다. 특히 이론적 개념을 예시와 분석을 통해 해설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1권 '시나리오'에는 <400번의 구타> <무셰트> 등의 시나리오 예시, 스탠리 큐브릭의 <아이즈 와이드 셧>의 시퀀스 분석이, 2권 '쇼트'에는 샤트야지트 레이의 <길의 노래>, 자크 타티의 <플레이타임>에 대한 쇼트 분석이 수록돼 이해를 높이고 있다. '프티 카이에' 시리즈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어 감독론이나 작품론을 다룬 2차분 시리즈도 기획 중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가장 꼼꼼한 분석서 <이미지의 제국>(김준양 | 한나래)
일본 애니메이션에 관한 심도 깊은 본격 분석서가 나왔다. 일본애니메이션학회 국제 회원이자 <애니메이션, 이미지의 연금술> 등을 썼던 애니메이션 연구가 김준양은 체계적인 접근을 통해 일본사회와 그 근대사에 있어 '일본 애니메이션’이 갖는 실질적인 의미를 탐구한다. 데즈카 오사무의 <철완 아톰>부터 오토모 가츠히로의 <아키라>, 그리고 안노 히데아키의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이르기까지 주요 작품들에 대한 꼼꼼한 분석도 눈여겨볼 만하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다각적이고도 진지한 접근이 인상적이다.
장난 아니게 섬세한 그림 <해적 이삭> 1~2권(크리스토프 블랭 | 세미콜론) 세상에 그림 잘 그리는 인간이 한둘이 아니다. 만화 <해적 이삭>을 보면 그런 생각이 절로 든다. 18세기 파리 뒷골목에 사는 화가 이삭이 뜻하지 않게 해적선에 오르게 되면서 벌어지는 모험담을 그린 이 만화는, 사실 이야기보다 그림 보는 재미가 더하다. 풍랑, 선상 반란, 욕망으로 꽉 차 있는 유곽 등 기이한 18세기의 삶을 그려낸 작가는 해군 복무시절 극지방을 탐험하며 얻은 경험담을 바탕으로 <해적 이삭>을 만들었다고. 아무나 이렇게 그릴 순 없다. 2002년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 최우수작품상 수상작.
‘청춘예찬’ 하려 해도 돈이 있어야지 <천 유로 세대> (안토니오 인코르바이아, 알레산드로 리마싸 | 예담)
쩨쩨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고 싶지만, 쥐꼬리만 한 월급에 쩨쩨하게 살 수밖에 없는 게 청년실업 시대 우리들의 실상. 아니 근데 유럽 청춘들도 돈에 목마르기는 마찬가지란다. ‘천 유로 세대’라 불리는 그들의 다이내믹하게 궁핍한 일상이 이탈리아 청년들에 의해 소설화됐다. 집세, 생활비 걱정이며, 마트에서 계산기 끼고 사는 모습이며, 정규직이 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며 어쩜 그리 우리네 청춘과 다를 바 없는지. 시트콤을 보는 듯 위트와 풍자가 넘치는 이 책을 손에 쥐면, 마지막 페이지까지 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된다.
파리의 조선궁녀 리심 김탁환 | 민음사 100여 년 전, 초대 프랑스 공사 빅토르 콜랭과 사랑에 빠졌던 궁중 기생 리심. 조선여성 최초로 유럽과 아프리카 땅을 밟았던 리심의 일대기가 세 권의 책에 펼쳐진다. 근대 여성의 삶을 가장 빨리 체현하지만, 남편이 프랑스 공사로 재부임한 후 궁중무희로 복직되면서 봉건적 폭압을 견디지 못하고 자결한 불운의 여인이기도 하다. 김탁환은 리심의 눈에 발견된 놀라운 기록들을 가상의 기행문에 담는다. 짧게 남겨진 기록을 보충한 것은 결국 김탁환의 발품이었다. 리심에 관한 기록을 모자이크처럼 추적한 작가의 1년 반의 노력이 경이롭다.
가라, 아이야, 가라 데니스 루헤인 | 황금가지 범죄소설, 특히 하드보일드는 도시의 산물이다. 그만큼 도시의 무드를 정확히 잡아내는 장르란 없다. <살인자들의 섬> <미스틱 리버> 작가 데니스 루헤인의 켄지&제나로 시리즈를 읽다가 영화 <굿 윌 헌팅>에서 심리학자 로빈 윌리엄스가 천재소년 윌 헌팅이 보스턴의 사우스 출신이라는 말에 잠깐 놀라움을 표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하버드, MIT가 있는 보스턴, 이주민들의 첫 정착지였던 보스턴은 실상 계급과 인종 갈등이 낡고 음습한 벽돌 하나하나에 어려 있다. 데니스 루헤인의 소설은 박력 넘치는 범죄 스릴러의 세계라기보다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현대 자본주의 도시의 그 사무치는 공기다.
흡연의 역사 샌더 L. 길먼, 저우 쉰 | 이마고 그야말로 흡연에 관한 모든 것. 그러나 ‘모든 것’이라는 이름하에 엉성한 구성, 신뢰할 수 없는 정보를 들이대진 않는다. 흡연의 역사와 문화, 예술과 문화 속의 흡연, 성과 민족성에 따른 흡연 태도, 현대의 흡연과 건강 논쟁까지 모두 다뤄지지만 각 토픽들을 다양한 입장에서 살펴보는 저자들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다. 게다가 이번 한국어 번역판에서는 조선후기 담배문화의 멋과 여유에 대한 명지대 안대희 교수의 글까지 수록됐으니 이만하면 편집자의 노력도 담보할 수 있다.
심리학 콘서트 다고 아키라 | 스타북스 추석이다. 설날과 더불어 최고의 명절인 추석이면 동네방네 집집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열심히 ‘만화책’을 들여다보기 일쑤다. 알록달록한 ‘만화책’, 즉 화투 패다. 영화 <타짜>까지 나온 마당이다. <타짜>가 그리고 있는 ‘섯다’는 순전히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이니 그 핵심은 심리전이다. 상대를 알아야 재물을 얻을 수 있는 법. <심리학 콘서트>는 감춰진 상대의 속마음을 파악하고 나아가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심리술을 세세한 항목별로 나눠 소개한다. 추석 큰판을 앞둔 마당에 한번 읽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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