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2.0 강추 리스트 | BOOK
2006.08.25 / 편집부 

피로도 채울 수 없는 불사(不死)의 허기
<뱀파이어 걸작선>(책세상), <어두워지면 일어나라>(열린책들)


최초의 뱀파이어 소설인 존 폴리도리의 <뱀파이어>를 비롯, 브램 스토커의 또 다른 드라큘라 소설인 <드라큘라의 손님>, 가장 뛰어난 뱀파이어 소설로 일컬어지는 <사라의 묘> 등 19세기 이래 대표적인 뱀파이어 소설 10편이 <뱀파이어 걸작선>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였다. 특히 흡혈을 거부하다 어쩔 수 없이 연인에게서 죽지 않을 만큼씩 피를 취하거나, 억울하게 살해당한 뒤 사악한 요부로 거듭나는 등 순진한 소녀부터 팜므파탈까지 여자 뱀파이어들의 매력이 두드러진다. <뱀파이어 걸작선>의 작가 대부분이 고스(Goth) 문화의 본산지 영국 출신이라면 샬레인 해리스의 <어두워지면 일어나라>는 6권까지 발행된 미국 ‘남부 뱀파이어 시리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미드나잇 가든>에서 묘사된 남부를 떠올려보건대 더없이 우아하면서도 한사코 변화를 거부하는 그 습지 아래엔 도통 무엇이 묻혀 있는지 알 수 없는 일. 인간과 뱀파이어의 공존이 자연스런 세상에서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 때문에 오히려 경직돼 관계 맺기에 서툰 여자가 미남 뱀파이어와 사랑에 빠진다. 미국 남부의 지방색, 살인사건과 로맨스, 또 다른 '소수자' 뱀파이어가 한데 뒤섞였다. 홍지은 기자

얇지만 강한 미국문학사
<보르헤스의 미국문학 강의>(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청어람미디어)


쇠약해져 앞을 볼 수 없는 두 눈이 더욱 투명하고 명징하게 이 세계를 꿰뚫어본다. 보르헤스는 고향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풍성한 라틴 문화권 전통의 상속자일 뿐 아니라, 그 자신이 지극히 사랑했던 미국문학의 적자이기도 하다. 그는 마치 구전문학의 한 부분처럼, 미국문학의 300년 역사를 불과 170페이지짜리로 간결하고 심오하게 압축시킨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나다니엘 호손과 포, 에밀리 디킨슨과 레이 브래드버리, 엘러리 퀸과 허먼 멜빌, 그리고 이름 모를 인디언 시인들까지 전부 다 다시 읽고 싶어진다. 김용언 기자

식인귀의 행복을 위하여
다니엘 페낙 | 문학동네


소설 마지막까지 종잡을 수가 없다. 페이지마다 깔려 있는 엄청난 긴장감 때문이냐고? 천만에. 추리소설 치고 제목도 남다른 <식인귀의 행복을 위하여>는 말랑말랑한 문체로 살갑게 굴더니 어느 순간 불에 덴 고양이처럼 털을 삐죽 세운다. 유쾌한 익살에 배꼽 잡으며 웃고 있는데 느닷없는 서스펜스의 등장으로 깜짝 놀라게 하는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사건은 뱅자맹 말로센이 품질 관리인으로 일하는 백화점에 연쇄폭발사건이 터지면서 시작된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가 각각 다른 네 동생들이 사건에 연루된다. 프랑스에서 매 편마다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말로센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다.

넥스트
필립 K.딕 | 집사재


상상력에 값을 매길 수 있다면 이 사람의 상상력은 도대체 얼마일까. 필립 K. 딕이 살아 있었다면 아마 지금쯤 할리우드를 돌아다니며 수금을 했으리라. <블레이드 러너>부터 <토탈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 <페이첵>까지. 할리우드는 여전히 필립 K.딕이 4,50년 전에 발표한 SF소설을 뒤적이고 있다. 암울한 미래사회를 통해 인간의 실존 문제를 탐구했던 필립 K. 딕의 단편소설이 출간됐다. 그중에서도 특히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된 작품 6편만 골라 실었다. 즐겁게 본 영화의 원작을 감상할 기회다. 맨 앞에 실린 ‘넥스트’는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으로 영화화돼 2007년 개봉 예정이다.

일본 침몰
고마쓰 사쿄 | 범우사


일본은 한국에 비해 일찍부터 장르 소설의 발전이 두드러졌다. 일본 SF소설의 거두인 고마쓰 사쿄 역시 그러한 문화적 공기 안에서 자유롭게 작품 활동을 해온 경우다. 그의 대표작 <일본 침몰>(1973)은 아틀란티스 전설을 현대 일본의 공간으로 가져와 다양한 인간군상의 드라마를 펼쳐놓는다. 미증유의 자연재해를 둘러싸고 국제사회에서 철저히 외면당한 자본주의 대국의 참상은 지금 시점에서 읽어보더라도 많은 것들을 환기시킨다. 일본에서 두 번에 걸쳐 영화화됐으며, <투모로우> 같은 할리우드 재난영화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역작이다.

사주를 아는 여자 팔자를 모르는 남자
김현민 | 거북이북스


설날이면 찾아가곤 했다. 직장생활에서 얻은 울분을 삭이거나 진로 변경을 앞두고도 찾아가곤 했다. 뭔 소리인고 하니 사주 얘기다. 인간 사주팔자란 이미 정해져 있는 거라는데 왜 매번 조금씩 다른 얘기를 듣게 되는 걸까. 어차피 재미 삼아 보는 사주 차라리 내가 직접 보고 말지. 그렇다면 <사주를 아는 여자 팔자를 모르는 남자>가 길잡이가 되어줄지도. 역학 관련 온라인 콘텐츠 기획회사 나눔미디어에서 초보자들이 쉽고 빠르게 역학을 익힐 수 있도록 책을 펴냈다. 과연 성형수술을 하면 사주가 달라지는지, 팔자란 바뀔 수 있는지, 정말 아홉수에 결혼하면 안 되는지 등 생활 속 궁금증에 대한 해답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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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8-26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넥스트는 출판사가 넘 얍삽해요.
그리고 일본침몰은 일본의 군국주의를 다룬거라고 하더군요 ㅡㅡ;;;

키노 2006-08-26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보르헤스의 미국문학강의는 어때요??? 나온지는 좀 됐지만^^

Koni 2006-08-26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의 군국주의를 '어떻게' 다뤘느냐가 좀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