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s In Jazz]앨범을 통해 몇가지 비슷한 팝, 락 넘버들을 재즈로 변형시킨 앨범들에 대한 기사에 이어 이번에는 좀 더 확장된 또 다른 재즈감상에 대한 기사를 마련하였다.
지난주에 재즈 메인기사로 업데이트되었던 [황덕호의 그 남자의 재즈일기]처럼 책을 통해 알게된 곡을 음반을 통해 접하는 것도 분명 재즈를 듣는 사람들에게나 다른 음악을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이다. 여러가지의 감상방법이 있을 수 있고, 또 이것은 재즈에서 같은 곡을 다양하게 편곡한 버젼이 존재하는 관계로 매우 다양한 앨범들을 또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 많은 감상방법들이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클래식 곡들을 재즈로 편곡한 앨범 위주로 더욱 다양한 재즈의 세계를 맛볼 수 있는 음반들을 소개할까 한다. 이를 통해 좀 더 재미있게 음악을 듣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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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로 듣는 팝송 Pops In Jazz

글 / 강대원 in changgo.com
디자인 / 홍선영 in changgo.com

바흐의 작품들을 재즈화하여 유명해진 프랑스 출신의 재즈 피아니스트 자끄 루시에(Jacques Loussier). 최근 몇년간 그의 활동과 앨범들을 살펴보면 바흐와 다른 클래식 작곡가들의 작품에도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는데 현재까지 그가 텍스트로 삼은 클래식 작곡가들을 살펴보면 핸델, 드뷔시, 라벨, 비발디, 사티 등이다. 올해 텔락에서 발표한 신작에는 베토벤의 7번 교향곡을 텍스트로 "클래식의 재즈화작업"을 꾸준히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앨범은 11월 중순경에 국내에 수입으로 소개될 예정에 있다.)


Jacques Loussier / Play Bach No.1
Jacques Loussier / Play Bach No.2
Jacques Loussier / Play Bach No.3
Jacques Loussier / Play Bach No.4
Jacques Loussier / Play Bach No.5


전통과 현대를 오가며 또한 새로운 음악과 다양한 스타일, 장르의 음악들로 항상 놀라움을 전해주고 있는 피아니스트 유리 케인(Uri Caine) 역시 클래식을 재즈화하는 작업을 전개해나가고 있다.
그의 초기작부터 클래식 작곡가들의 곡의 일부를 텍스트로 끌어와 새로운 곡을 만들기도 하였는데
이후 말러와 바흐, 슈만, 베토벤 그리고 곧 발표예정 중인 앨범에서는 다시 말러의 곡에 도전하고 있다. 자끄 루시에와 다르게 유리 케인은 클래식을 재즈화하는 과정에서 더욱 현대적이고 파격적으로 변형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흐와 최근에 시도하였던 베토벤의 곡에 이어 유리 케인은 2003년 신작에 다시 한번 구스타프 말러의 곡을 텍스트로 신보 [Dark Flame]을 발표하였는데 말러의 곡에 대해 상당한 관심과 애착을 갖고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다.(아쉽게도 현재 유리 케인의 리더작이 발표된 JMT와 W&W레이블의 수입이 중단된 상태이다.)



Uri Caine Ensemble & La Gaia Scienza / Robert Schumann Love Fugue
Uri Caine Ensemble / The Goldberg Variations
Uri Caine / Gustav Mahler-Urlicht, Primal Light
Uri Caine / Concerto koln: Diabelli Variations(Ludwig Van Beethoven)


피아니스트 키스 자렛(Keith Jarrett) 역시 클래식곡들에 도전하여 몇장의 앨범을 발표한 바 있는데 그의 작품들에 대한 평가가 현재까지도 매우 상반되기에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보류할까 한다.


Keith Jarrett / J.s. bach : Das Wohltemperierte Klavier, Buch II
Keith Jarrett / Mozart Piano Concertos K. 271, 453, 466 : Adagio and Fugue K. 546


대체로 다른 악기들보다 피아니스트들에게서 이러한 작업들이 많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재즈 피아니스트들이 클래식을 기초로 학업하고 이후에 재즈로 전환하는 것에서 기인하지 않나 싶다. 특히 ECM에서 발표된 유러피안 피아니스트들의 경우 대부분 클래식과 유럽적인 음악 토대를 밑바탕으로 자신의 음악을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와 미국연주자들에게서도 많이 찾아 볼 수 있는 사례이기는 하지만...)

V.A.(Various Artists) / Jaclassic - 재즈 명인들이 재즈로 들려주는 클래식 명곡

가장 최근에 발표된 재클래식 앨범은 이러한 클래식과 재즈에 대한 이해를 돕는 기획력이 돋보이는 음반 중 하나이다. 재즈와 클래식의 합성어인 "Jaclassic"은 다양한 클래식 작곡가들의 곡을 수록하고 있으며 또한 그 동안 듣기 힘들었던 음원들을 선별하여 재즈와 클래식의 만남이라는 이젠 너무나 진부해질 수 있는 주제를 다양한 음악들로 접근용이하게 하고 있다. 대부분 블루노트 레이블의 음원들로 돈 바이런(Don Byron), 론 카터(Ron Carter), 추초 발데스(Chucho Valdes), 제이슨 모란(Jason Moran), 엘리아니 엘리아스(Eliane Elias)같은 뮤지션들의 앨범에서 선곡되었다. 이밖에 최근 신보 Saxophonic을 발표한바있는 데이브 코즈(Dave Koz)과 사라 본(Sarah Vaughan), 엘라 핏제랄드(Ella Fitzgerald), 냇 킹 콜(Nat King Cole) 등의 옛 재즈 보컬리스트들의 곡까지 수록하여 더욱 흥미를 돋구고 있다.

수록된 클래식 곡들 : 모짜르트의 'Marche La Turque', 바흐의 'Air', 쇼팽의 'Prelude In E Minor', 라벨의 'Bolero'등과 이밖에 바흐, 드뷔시, 브람스, 푸치니, 포레 등 다양한 클래식 작곡가들의 곡을 재즈로 흥미롭게 들어볼 수 있다. 2CD에 총 31곡 수록.



Regina Carter / Paganini : After A Dream

재즈와 바이올린은 왠지 잘 안어울릴 듯 싶지만 이미 스윙시대부터 스테판 그라펠리(Stephan Grappelli)라는 걸출한 뮤지션으로 인해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는 재즈계에서 이미 그 효용성을 인정받은 상태이다. 반면 그라펠리 사후 등장한 몇몇 뮤지션을 제외하고는 현재 그다지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뮤지션이 없어 아쉬운 편인데 여성 바이올린 연주자 레지나 카터는 이러한 공백을 확실하게 메울수 있는 인재로 현대 재즈신에 자리하고 있다.
2003년에 발표된 본 작은 그녀의 새앨범으로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파가니니라는 클래식의 대표적인 바이올린 연주자에 대한 경의감을 클래식 곡들과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la)의 탱고곡 그리고 영화음악가 엔리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의 곡들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본 작은 미국에서 발매되고 얼마후 많은 차트에 1위에 등극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던 앨범이기도 하다.

수록된 클래식 곡들 : 이 앨범에는 파가니니를 내세운 타이틀처럼 파가니니의 곡 위주로 선곡하였을 것 같은데 실상은 다른 클래식 작곡가들의 곡과 탱고, 영화음악등 매우 이미지적인 곡들을 수록하고 있다. 라벨의 'Pavane Pour Une Infante Defunte', 포레의 'Pavane' 'Apres Un Reve' 등의 클래식곡과 피아졸라의 'Oblivion' 그리고 "흑인 올페"와 "시네마 천국"의 테마곡 등 영화음악까지 다룸으로써 선곡에서의 신선함이 음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European Jazz Trio / Classics, Adagio

국내에 내한하기도 했던 유러피안 재즈 트리오는 "재즈(Jazz)"를 자신들의 팀이름에 붙이고 있지만 단지 재즈에 귀속되지 않는, 매우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곡들을 새로운 해석으로 들려주고 있다.
비틀즈(The Beatles)의 곡을 타이틀로 발표한 이들의 첫 데뷔작 Norwegian Wood는 좀 더 재즈적인 맛이 강한 반면 지금 소개하는 Classics, Adagio 두 앨범은 완전히 클래식 레파토리를 선곡하여 수록하고 있다. 유러피안 재즈 특유의 섬세하면서 깔끔한 연주가 매우 돋보이며 트리오 각 섹션간에 적절한 긴장과 이완을 통해 표현의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수록된 클래식 곡들 : Classics에는 모짜르트의 'Turkish March(Sonata No.1I.Rondo)', 쇼팽의 ' Mazurka No.1 (Op.46-1)', 포레의 'Pavane' 그리고 헨델의 오페라 '세르세' 중 라르고,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중 하바네라 등 오페라 곡들까지 섭렵하고 있다.
Adagio에는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24개의 카프리치오' ' G 선상의 아리아' '헝가리 무곡 제5번' 그리고 호두까기 인형 중 '꽃의 왈츠' 등 Classics앨범의 레파토리에 버금가는 다양한 곡들을 수록하고 있다.


Roland Hanna Trio / Apres Un Reve

작년에 갑작스레 운명을 달리한 피아니스트 롤랜드 한나. 그가 죽고 난후 발표된 본 작은 그의 유작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오랜 기간 재즈에 본령을 두고 있던 한나 자신이 죽기 직전에 다시 한번 클래식 곡을 선곡하여 재즈 트리오로 연주했다는 면에서 상당히 특기할만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베이시스트 론 카터와 드러머 그레디 테이트(Grady Tate)의 트리오로 클래식의 명곡들을 엄선하여 맛깔스러운 스윙리듬과 서정적인 터치의 피아노 연주로 새롭게 연주하고 있다.

수록된 클래식 곡들 : 슈베르트의 '세레나데'와 포레의 '꿈꾸고 난 후에', 쇼팽의 '전주곡-작품번호 28, 제2번'과 모짜르트의 '엘비라 마디간' 그리고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의 테마를 따온 'Going Home' 등 8곡을 클래식 작품들로 수록하고 있다.

Emmanuel Pahud & Jacky Terrasson / Into The Blue

재즈 피아니스트로 블루노트 레이블에서 리더작을 발표하고 있는 재키 테라송이 근래에 자신의 신작 Smile과 더불어 발표한 Into The Blue는 사실 크로스 오버성향의 작품으로 기존에 자신이 보여주었던 성향과는 다소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다.
베를린 필의 수석 플룻티스트인 엠마뉴엘 파후드와의 만남을 통해 매우 조심스러우면서도 진지한 태도로 클래식곡을 재즈로 재편곡하고 있다. 사실 이젠 재즈와 클래식의 뮤지션이 만났다는 것이 그다지 특기할만한 일이 아닐정도로 이전부터 이러한 만남이 심심찮게 있어왔는데 파후드와 테라송은 이러한 통념적인 것을 뛰어넘어 재치와 다양한 편곡방법을 도입하여 클래식 곡들을 재즈화하고 있다. 두 뮤지션의 다양한 음악에 대한 열린 사고가 절묘하게 일치하면서 매우 흥미롭고 색다른 감상을 가능케 하고 있다.

수록된 클래식 곡들 : 라벨의 '파반느' '볼레로', 포레의 '꿈 꾼 후에',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 그리고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 등을 재키 테라송의 피아노 트리오와 파후드의 쿼텟(?!)연주로 들을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피아노와 플룻의 크로스 오버적인 만남을 이미 70년대 말에 시도하였던 끌로드 볼링(Claude Bolling)의 곡이 한곡 선곡된 것으로 이들이 끌로드 볼링과 또 어떻게 다른 진행을 보여주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밖에도 클래식곡들을 재즈로 하는 경우는 많은 앨범과 뮤지션을 통해 찾아 볼 수 있다. 최근에 발표된 앨범들 위주로 이번 기사의 음반들을 선정하였지만, 피아니스트 리치 바이라흐(Richie Beirach)가 작년에 발표한 No Borders와 ACT레이블에서 바이올린 연주자 그레고리 휴브너(Gregor Huebner)와 조지 므라즈(George Mraz) 등과 함께 비슷한 컨셉으로 발표한 Bartok, Round About Monteverdi같은 앨범들도 클래식 작곡가들의 음악을 텍스트로 상당한 수준의 편곡과 연주를 보여준 앨범들이다. 또한, 피아니스트 끌로드 볼링의 앨범들은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대로 크로스 오버 부분에서 대중과 마니아들에게 상당한 실효성을 거둔 앨범들로 어찌보면 클래식과 재즈의 크로스 오버에 대한 적절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봐도 무방 할 것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방향의 음반과 연주자들의 시도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단순한 크로스 오버 차원이 아닌 이젠 형식화된 두 장르의 음악이 만나 서로의 좋은 점을 받아들이며 여기에 또 실험적인 면을 추가하여 발전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재즈는 이젠 단순히 고전적 차원의 곡해석이 아니라 재즈 뮤지션 스스로가 현대음악적인 스타일의 작곡과 연주를 통해 미래의 새로운 클래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재즈는 여전히 진보와 변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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