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
서민 지음 / 다밋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이벤트를 통해서 손에 넣게 되었다. 큼직 큼직한 글씨와 여백의 미,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쉬운 글등은 이 책을 읽는데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게 하지는 않았다. 막상 리뷰를 쓰려고 보니 거의 모든 리뷰들이 찬사일색이어서 내가 이런 리뷰를 올려도 될까라는 생각이 든다. 지은이가 왕따를 무릎쓰고 의료계의 어두운 부분을 건드렸듯이 나는 이 책이 가진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 뒤에 가려진 것들에 대해서 지적해보고자 한다.

이 책을 쓴 지은이의 의도는 의학상식을 좀 더 쉽고 편하게 대중들에게 이해시키는 한편 상업적인 목적에 희생당한 잘못된 의학상식을 바로잡고, 우리들이 은연중에 소문으로만 알고 있었던 의료계의 어두운 부분을 밝은 곳에 드러내 놓음으로써, 건강을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이 다같이 한번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보는 장(場)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지은이의 의도처럼 이 책은 의학상식을 재미나게 풀어헤치고 있다. 전문적이지도 않으면서 쉽게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은 지은이가 직접 겪은 다양한 체험과 여러 가지 참고문헌, 지은이의 걸걸한 입답이 한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이니 신문이니 하는 다양한 대중매체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건강을 소재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심지어는 교양오락프로라는 미명하에 의사들이 등장하여 몸에 좋은 음식이나 아니면 어떤 약이 몸에 좋은지를 침이 튀기도록 이야기하는 장면을 흔히 접하게 된다. 그러면 그 방송이 있은 다음날은 전날 방송된 프로그램 내용에 따른 음식이나 약품이 잘 팔린다고 한다.

매스미디어의 위력이 절실히 느껴지기도 하는 점이지만 우리 국민들 모두가 건강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은이의 말대로 결론은 하나!!!

제대로 된 의학정보를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과연 우리 의료계는 그러한 물음에 자신있게 답할지는 나로서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은 우리들의 삶의 양과 질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려는 과도기 단계라 하겠다. 이를 두고 꼭 무슨 열병에라도 휩싸인 이상한 국민적 정서로 볼 필요는 없다. 자신의 건강을 자신이 돌보지 않으면 누가 돌봐준단 말인가. 예전처럼 까막눈을 가진 사람들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고 정보가 공유화된다면 이러한 열병도 차츰 사라지게 될거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많은 부분에 있어 독자들에게 잘못된 의학상식에 대해서 알려주는 올바른 지침서로서의 작용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은이가 설파하는 이야기들 중에서는 이미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이야기들도 많다. 연세가 드신 분들에게는 이런 이야기들이 솔깃할지 모르겠으나 요즘처럼 매스미디어가 발달한 시기에는 조금은 동 떨어진 내용일 수도 있다.

원래 제 식구 감싸는게 하나의 관례처럼 여겨왔으나 지은이는 용감하게도 의료계의 어두운 부분을 여지없이 까발리며 그 폐단을 지적하여 신선함을 심어주고 있다. 하지만 지은이는 무조건 결론부분에서는 제약회사와 의사들이 문제라는 투의 거친 글쓰기를 해서인지 어찌보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려는 지은이와의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의료계에 대한 불신을 더 조장할 수도 있다는 느낌이다. 오히려 그러한 맹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방향이었더라면 더 매끄러운 글쓰기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지은이는 네이버 블로그 등 많은 포털사이트에서 정보를 가져왔는데 이런 용어들과 글 중간 중간에 보이는 최신 유행어라든지 하는 부분들은 이 책의 독자층을 한정하는 가장 큰 단점으로 보이며 정보에 대한 불확실성을 초래하게 된다. 그리고 재미나게 글을 쓰려다보니 정확한 근거없이 인터넷상의 정보나 지은이 개인적인 느낌을 적어 논리의 비약이 보이는 부분도 눈에 띠는데 이런 경우 인용문에 대해서는 정확한 출처를 제시하여 글의 신뢰성을 높였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 단적인 예를 들자면 지은이가 인터넷의 블로그 등에서 인용한 글들이나 신문기사인데 81쪽의 경우 배우자의 사망으로 '결혼'자체가 없어진다고 하지만 '결혼'자체가 없어지는 경우(결혼이라는 말은 법적인 용어가 아니고 혼인이 맞다) 즉, 혼인이 소멸하는 경우는 혼인에 무효사유나 취소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그렇고 사망으로 인하여 기왕에 있었던 혼인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상속순위에는 혈족만 해당하고 인척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다만 배우자만 예외적으로 상속을 받는 것이다. 배우자가 4촌 이내의 인척이어서 상속을 받는 것은 아니다.

121쪽에서는 코골이가 이혼사유가 된다고 판사가 판결했다고 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 코골이가 이혼사유가 아니라, 코골이로 인한 고혈압, 발기부전 등이 것이지 코골이는 직접적인 이혼사유가 아니었다. 흔히 신문기사에는 판결문을 고등어 중간부분만 남겨두듯이 앞뒤를 잘라버리고 기사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현 정부도 그런 기사를 자주 쓰는 몇몇 언론사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당하는 사람은 미칠 지경이니깐^^

편집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 책은 내용과 달리 편집은 너무 안이하게 되어 있다. 드문 드문 등장하는 삽화는 아예 안넣는 것보다 못하고, 책의 편제상 대목차, 소목차 등이 일정한 규칙없이 제 멋대로 쓰이고 있으며 각주에 쓰인 글이 본문으로 들어가 있고, 약어의 경우나 학자들의 이름은 풀어서 써주는 등의 조그마한 배려가 아쉽게 다가왔다.

의학정보나 건강정보를 전달하는 정도에만 머무는 게 대부분의 책들의 경향이었다면 지은이가 보여준 시도는 신선하면서도 투박한, 그야말로 사나이다운 글쓰기의 맛이 베어나온는 글들이었다.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 하려는 욕심이 앞서다보니 전체적으로 글의 균형이 맞지 않은 부분이 많지만 이를 별론으로 하고, 지은이의 시도에 대해서는 올바른 평가가 되어져야 할 것이며 다음 번에 나올 책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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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5-08-23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ㅅ! d(-_-+)

2005-08-23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키노 2005-08-23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수퍼겜보이 2005-08-23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아직 안읽어서 66쪽의 살인방조가 어떤 사건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러나 최근 대법원 판례는 ㅂ 병원 사건에서 보호자의 요구에 의한 의사의 퇴원조치를 부작위가 아닌 작위로서 살인방조를 적용한 것으로 압니다. 구별이 분명한 것은 아니니 그 정도는 봐주셔도...

어쨌든 비판적인 리뷰가 신선합니다~

키노 2005-08-23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의 실수네요.. 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2도995 판결, 살인(인정된 죄명 ; 살인방조) 흰돌님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 그 부분은 삭제 내지 수정 하도록 하죠..제가 넘 성급하게 죄명만 보고 글을 올린 것 같네요.. 아마 대법원에서 의료행위 현실을 고민한 흔적의 판결이 아닌가 합니다.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수련의는 무죄고, 원래는 의사는 1심에서 살인죄의 공동정범이었는데 살인방조로 처벌한 걸 보면요.. 역시 글쓰기는 힘들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