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 할인행사
박흥식 감독, 설경구 외 출연 / 엔터원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1990년대 이후부터 우리 영화계에서는 일상사를 다룬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졌습니다.일상사를 다룬다는 점에서는 같은 측면이 있지만 현실비판적인 리얼리즘영화와는 달리 현실에 안주하면서도 현실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는 것이 이러한 영화들이 가진 일반적인 경향입니다.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라든지 홍상수 감독의 일련의 영화 혹은 프랑스 감독인 에릭 로메로의 영화들이 이러한 일상을 중심으로 한 영화들의 대표적인 작품들로서 신예 박흥식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도 그러한 영화들과 궤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다만 약간의 차이라면 위의 영화들은 주인공의 죽음이라든지 아니면 치정에 관련된 것이라든지 영화를 보는 이들의 시선을 끌만한 소재거리를 가지고 있지만 ‘나에게도 아내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이 영화에서는 그러한 것들은 거의 ?아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그런 면에서 이 영화를 끌고 가는 감독이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평을 얻지 않았나 합니다.


언뜻 제목에서 풍기는 영화의 전체적인 이미지는 남녀간의 로맨스를 그려나갈 것으로 생각하지만 감독은 오히려 주인공들의 세세한 일상사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뿐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멜로물에서 볼 수 있는 주인공들의 가슴절절하거나 애잔한 사랑얘기는 어느 곳에서도 ?아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남자 주인공인 봉수는 30대 안팎의 은행원으로 일상에서 탈출해보고 싶어하지만 우리네 보통 인생처럼 그저 생각뿐이고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평범한 총각이고 여자 주인공인 원주는 사랑에 대한 꿈을 머금고 사는 보습학원의 강사로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그려져 있습니다.이러한 인물들은 우리들의 주변을 보면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어찌보면 우리들의 지금의 모습일 수도 있는 캐릭터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나름대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잔잔한 재미를 주는 것은 일상을 살아가는 두 남녀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거기엔 우리가 간혹 마음속으로 품은 보이지 않는 부분들까지도 보여줌으로써 잔잔한 웃음을 머금게 한다는 것입니다.예를 들면 노총각 봉수가 결혼을 앞둔 친구가 내심 부러면서도 그 앞에서는 무덤덤하더니만 세차장안에서 소리지르며 자신의 신세한탄을 하는 장면이나 원주가 분식집에서 아이들에게 개구리 시리즈를 이야기를 해주다가 좋아하는 사람이 들어오자 갑자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들릴락 말락하게 속삭이는 장면 등은 이 영화만이 가진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상적인 것들의 반복으로 인하여 때로는 두 주인공간의 이야기가 너무 느슨하게 전개되는 듯한 면도 없지 않아 있는게 사실입니다.그건 아마 우리들이 잠재적으로나마 영화를 통해서 보고자하는 것들이 우리가 통상 보아온 멜로물의 전형과 같은 것들을 원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너무나도 단순하고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우리들의 생활을 이토록 잔잔하고 이쁘게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감독이 지닌 재능일 것입니다.그리고 이에 더하여 주인공 역할을 맡은 설경구와 전도연의 튀지 않고 화면속에 녹아들어가는 자연스러운 연기도 한 몫하였다고 할 것입니다.


디비디의 경우 화질이나 음질에서 크게 거슬리는 것은 없으며 스페셜 피처로 설경구와 전도연의 인터뷰와 메이킹 다큐가 수록되어 있어서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그 여운을 살릴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모처럼 만나보는 가슴 따뜻한 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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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5-01-20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노님의 이 작품의 '일상'을 좋게 보셨군요. 저는 좀 과장된 일상같은 느낌을 받았었거든요. ^^;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한석규가 아버지에게 비디오 작동법을 가르쳐주다가 화를 내는 그런 장면이 진짜 일상같더라구요. 취향은 다르지요, 뭐. ^_^

키노 2005-01-21 0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쵸..보기 나름이죠^^;; 8월의 크리스마스는 무거운 분위기였다면 위 영화는 밝은 편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