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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세우는 옛 그림 - 조선의 옛 그림에서 내 마음의 경영을 배우다
손태호 지음 / 아트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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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은 일 년에 딱 두 번, 봄과 가을에 소장품들을 일반인에게 공개한다. 일 년에 두 번 밖에 일반인들에게 개방을 하지 않는 탓에 전시회가 열리는 날이면 미술품을 보러 온 관객들의 줄이 장난이 아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지 않으면 줄만 섰다가 관람도 못하고 오는 수가 발생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5월달에 전시회가 열렸는데 게으른 관계로 가보지 못했다. 너무 아쉽다. 우리 선조들이 남긴 미술품을 미술관에서 직접 눈으로 보는 기회가 흔하지 않기 때문에 더 아쉬웠다.

 

20세기는 유럽과 미국이 정치, 경제, 문화 등 세계를 지배한 시대였다. 자연히 우리가 배운 세계사는 서구 위주로 되어 있었고, 마찬가지로 미술 작품에 대한 평가도 서구인의 시각에서 이루어졌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일본 등 동양 미술품에 대해서는 작품적인 가치보다는 서구인들의 것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신기하게 보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유명한 작품 몇몇을 제외하고 나머지 작품들은 그 작품이 가진 진정한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우리 자신들도 마찬가지다. 교육의 영향도 크고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자체도 한 몫하고 있다. 우리도 모르게 어느새 서구인의 시선에서 작품을 바라보고 있다. 서구의 유명 화가들의 작품은 꿰고 있으면서도 정작 우리 선조들이 남긴 미술품에 대해서는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고 이를 대중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미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발벗고 나서서 우리 선조들이 남긴 그림에 대한 관심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책은 우리 선조들이 남긴 많은 작품 중에서 특히 조선시대의 그림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지은이는 우리 옛그림 속에서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가질 것을 권한다. 자기성찰과 수신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옛 그림 보기야말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일 뿐만 아니라 배움과 수행의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옛 그림이든 아니든 그림을 보는 것 자체는 우리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지은이는 우리 옛 그림에 대한 애정을 개개인의 성찰로 등식화할 정도로 우리 옛 그림에 대한 맹목적인 예찬을 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다소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면이 보인다.

 

1부 “절망으로 피워 낸 꽃”에서는 연담 김명국의 설경산수도에서 그리움을, 공재 윤두서의 유하백마도에서 자신감을, 탄은 이정의 풍죽도에서 책임감을, 다산 정약용의 매화쌍조도와 매조고에서 애틋함을, 현재 심사정의 딱따구리에서 초탈함을, 안견의 몽유도원도에서 꿈을 이야기하고, 2부 “그래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삶”에서는 김정희의 수식득격에서 비움을, 윤두서의 자화상에서 엄격함을, 신윤복의 주사거배에서 취흥을, 정선의 계상정거도에서 진중함을, 김홍도의 황묘농접도에서 축원을, 신윤복의 사시장춘에서 설렘을, 허목의 월야삼청에서 지극함을 살펴보며, 3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다 행복하기를”에서는 김홍도의 춘작보희, 군작보희에서 쓸쓸함을, 정선의 인왕제색도에서 간절함을, 신윤복의 월하정인에서 은밀함을, 김두량의 긁는 개, 삽살개에서 충직함을, 작자를 알 수 없는 감모여재도에서 사무침을, 채용신의 매천 황현 초상에서 통렬함을 읊고 있다.

 

그림을 본다는 자체만으로 기분이 좋다. 그림을 보는데 무슨 지식이 필요하리만은 그림 속에 깃든 당대의 역사와 회화사에서 가지는 의미, 그리고 그림을 내 삶과 연관시켜 읽는 다면 그림을 좀 더 재미있고 볼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다. 그런 점에서 다소 과하게 느껴지는 지은이의 우리 옛 그림에 대한 애정을 이해할 것도 같다. 지은이의 우리 옛 그림에 대한 사랑이 다소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것은 아마도 고인이 되신 오주석 선생님과 유홍준 전(前)장관이 쓴 책들을 먼저 읽어서 그 글과 지은이의 글이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다보니 그렇게 느껴지는 것은 아닌가 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취미와 기호가 있고 그와 같은 것들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직업을 가지고 그 사람의 됨됨이를 이야기하는 요상한(?) 전통이 있는데,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지은이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생활에서 그 사람을 읽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모든 중년들은 직장에 쫒기고 집안 일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너무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 이제부터라도 옛 그림이든 아니면 다른 문화 생활을 통해 자신의 먼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며, 자신의 삶과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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