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감]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공간 공감
김종진 지음 / 효형출판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공간(空間, space)이란 무엇일까?

사전적인 의미로 접근한다면 공간은 상하 ·전후 ·좌우 3방향으로 퍼져 있는 빈 곳을 말한다. 하지만 공간은 각 학문의 특성에 따라, 혹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인식된다. 일반적으로 공간은 빈 곳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공간을 빈 곳이라기 보다는 또 다른 ‘장(場)' 이라고 설명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공간은 정의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공간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예의이자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다른 사람의 공간에 너무 많이 비집고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서로에게 예의일 뿐만 아니라 서로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소통의 거리도 된다고 본다.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노라면 한 템포 숨을 돌릴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한 것 같다.

 

지은이는 다양한 의미를 가지는 공간 중에서 건축 공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건축에 대한 지식이 그다지 많지 않은 나로서는 어림짐작해 볼 수 밖에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건축에 있어서도 공간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어느 정도의 공간이 확보되어야 건축물도 보기가 좋을 뿐만 아니라 꽉찬 건축물에서 느낄 수 있는 긴장을 완화하여 줄 뿐만 아니라 각 구조물 사이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를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지은이는 특이하게 건축에서의 공간을 음미한다. 인간의 이성으로 세계를 규정하는 일은 매우 조심스럽고 위험한 작업인 만큼 공간을 정의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라고 한다. 공간을 정의하기 보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공간 그 자체로서 먼저 몸과 마음으로 느껴보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지은이는 공간을 경험하는 방법으로 우리들의 오감(五感)을 이용한다. 건축과 관련한 책이어서 전문적인 건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지만, 의외로 인문학적인 성찰로 책 전체가 채워져 있다. 오감을 통해 공간을 느껴보고, 우리들의 삶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고 있다.

 

책은 6장에 걸쳐 공간의 경험이 각자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살펴보고, 공간을 거닐고, 머무르고, 내려가고, 올라가는 등 공간을 경험하며, 빛을 통해 공간을 바라보고, 우리의 오감을 활용하여 공간을 향기 맡고, 듣고, 만지는 의식을 치른다. 우리는 공간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공간을 기억하고 시간 속에서 공간을 살펴보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이 책에서 지은이가 공간을 통해 우리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경험’이 가지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현대인들은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느끼기 보다는 남의 이야기를 자신의 것처럼 말하거나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진정한 자신의 이야기가 빠져 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우리의 존재를 확신한다. 경험은 단순히 냄새 맡고, 만지고, 느끼는 것 이상이다. 지은이는 감각의 체험은 표면적인 자극의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고유한 정서나 기억에 닿으면 각자의 깊이가 만들어지며, 이는 우리 삶에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건축 뿐만 아니라 철학, 사진, 영화, 그림 등 다양한 장르를 이야기 속에 끌여들여 공간이 우리들에게 가지는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하고 있다. 다소 감상적이고 비슷한 내용들이 반복되었지만, 그냥 보고 스쳐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이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줄은 몰랐다. 공간을 통해 경험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