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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최고의 10경 - 영화평론가 김소영이 발견한
김소영 지음 / 현실문화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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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막을 내린 ‘칸 영화제’에서 이창동 감독이 연출한 영화 ‘시’가 각본상을 수상했다.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어서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한국영화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것은 맞다. 양적으로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상당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이창동, 홍상수, 김기덕, 봉준호, 박찬욱 등은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지도가 높은 감독에 속한다.

이런 영화 내․외적인 성장과 더불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건전한 비평문화다. 영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영화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하는 것은 현재 한국영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다. 비디오가 보급되면서 영화인구가 급증하고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많은 정보가 공유, 개방화 되어서 일반인들 중에서도 전문가 못지 않은 식견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일반인들이 영화를 보는 눈이 뛰어나다고 해도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비평가들과는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차원이 다르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지은이는 ‘한국영화 10경’ 이라는 주제로 한국영화가 가지는 매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서 ‘경’이라는 의미는 다의적으로 읽힐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경치가 좋다, 경관이 좋다고 할 때 쓰는 경(景), 거울, 안경, 렌즈 따위를 써서 물체를 볼 수 있게 한 광학기구를 의미하는 경(鏡), 위와 같은 경을 가로지르고 넘어가면서 새로운 경(經)전의 구성을 향해가는 나아가는 경(經) 등으로 읽힐 수 있다고 한다.

책은 1경 ‘경계’, 2경 ‘근대의 원초경’, 3경 ‘미묘한 감흥’, 4경 ‘근접 섹스’, 5경 ‘이만희 무드’, 6경 ‘트라우마의 지형’, 7경 ‘백 번째 경관’, 8경 ‘홍상수가 발견한 경관’, 9경 ‘김기덕의 집과 시간’, 10경 ‘섹슈얼리티의 경계’ 로 이루어져 있다. 크게 나누어보면 분단의 한국사회, 식민지 근대성, 섹슈얼리티, 그리고 이만희, 임권택, 홍상수, 김기덕 등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른 예술 장르도 마찬가지이지만 영화는 특히 직접 그 장면을 보지 않고서는 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다. 배우들의 연기, 미장센 (Mise en Scène), 촬영, 영화가 함축한 내용 등을 글로써만 확인할 수는 없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경계’, ‘청춘의 십자로’, ‘반도의 봄’, ‘검은 머리’, ‘최후의 증인’ 등은 시중에서 구해볼 수 없는 영화들이어서, 이에 대한 이야기는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좋은 글은 지은이가 직접 자신이 그 내용을 소화해서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져야 한다. 그런데 이 책의 글은 지은이가 혼자 이해하고 지은이가 혼자 좋아서 쓴 글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주어와 술어가 일치하지 않고, 문맥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눈에 띄고, 영어나 한문의 경우 원어를 같이 병기하면 좋을 건데 한글로만 기재하여서 무슨 말인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특히 영화의 전문용어는 각주에서 설명을 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예전 한국영화가 대중들에게 지금과 같은 열광적인 호응을 얻지 못한 것은 소통의 부재였다. 영화 관계자들이 대중들의 관심을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은이의 글쓰기는 그런 예전의 한국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답답함을 가진다. 이제는 정보가 개방화, 공유화되어서 대중과의 소통이 더없이 필요한 때이다. 전문가들이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말과 문장으로 계속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일반 대중들과 차별화를 두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현학적인 글쓰기처럼 비춰진다. 공허하게 메아리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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