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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공간 - 소수성, 타자성, 외부성의 사건적 사유
이진경 지음 / 휴머니스트 / 2010년 1월
평점 :
역사란 무엇일까?
인류가 지나온 발자취 내지 그 발자취를 기록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역사에 대한 해석이 다르겠지만, 어떻든 지나온 과거를 담는 것이라면 그 내용은 가장 객관적이고 진실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역사는 후세 사가들이 어떻게 기록하고 평가하느냐에 따라 우리에게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혹자들은 역사를 가진 자가 기록하는 가진 자들의 이야기라는 말도 있다. 완전히 틀린 이야기는 아니라고 본다. 우리가 일제 시대를 거치면서 잘못된 역사를 고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가. 역사학자들도 그 학풍에 따라 역사를 서술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보더라도 역사라는 것이 단순히 흘러온 시간을 훑어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사는 지나온 과거를 통해 현재 우리의 모습을 비추어보고,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할 지를 살펴보는 좋은 시금석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의 역사에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픈 과거가 있든 좋은 과거가 있든,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안고 가야하는 것들이고, 우리의 자양분이 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그 역사는 어떻게 기록되어져야 하고, 또한 우리는 그 역사를 어떠한 자세로 받아들이고 보아야 할 지가 중요한 과제가 된다.
그런데 기존에 소개되어 있는 역사책은 인물 위주나 아니면 사건 위주로 쓰여진 것들이 많다. 자연히 기득권층의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어느 책을 읽더라도 내용은 별반 차이가 없다. 같은 이야기를 소재만 달리하여 서술하고 있어 때로는 식상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거의 비슷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한국의 역사를 읽으면서 소수성, 타자성, 외부성을 이야기한다. 근대 초기 한국에서 역사라는 관념이 탄생하게 된 것과 관련하여, 독립신문, 대한매일신보 등을 통해 근대적 시간-기계의 작동 양상, 근대적 영토 개념의 탄생, 근대적 역사 개념, 근대 초기 역사 관련 개념들의 인접성과 비대칭성 등에 대하여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한미 FTA, 이명박 정부와 촛불시위까지 최근의 우리 역사까지 살펴보고 있다.
이제껏 내가 읽어 왔던 한국사 책들과는 전혀 다른 형식과 내용의 책이었다.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는 식의 역사 이야기도 아니고 사건이나 인물 중심의 역사 이야기도 아니다. 역사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를 새롭게 보고, 또한 한국의 역사를 다시 재조명하려고 하는 것이 지은이의 의도가 아니었나 한다.
6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만만치 않은 분량과 이제까지 읽어 왔던 내용이나 형식과는 전혀 다른 역사책이어서 읽는데 많은 시간이 들었다. 읽었던 부분을 다시 읽기도 하고 많은 되새김질을 했다. 하지만, 지은이가 오랜 세월 동안 갈고 닦은 내공을, 이 책을 한 번 읽는 것으로 이해하려고 한 내 욕심이 너무 과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난 후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일단 지은이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역사 읽기라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도 뭔가 개운하지 않다. 제대로 이 책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내어 다시 한 번 더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인물이나 사건 위주로 쓰여진 흥미위주의 역사책이 범람하는 서점가에서 새로운 눈으로 역사를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