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북촌에서>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서울, 북촌에서 - 골목길에서 만난 삶, 사람
김유경 지음, 하지권 사진 / 민음인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서울에서 북촌이 지니는 의미는 서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를 통하여 남다른 측면이 있다. 조선시대 때부터 서울의 심장부였던 까닭에 항상 최고 권력과 맞닿아 있었다. 훈구파와 사림파 등 조선시대 권력가들의 정치 암투가 있었던 곳이었고, 근대화를 향한 개화파의 열정이 살아 숨쉬던 공간이기도 했다. 굴곡의 근현대사를 거치면서 경제 논리에 밀려 우리의 기억 속에서 차츰 잊혀져가던 북촌은 당시의 영화(榮華)로운 모습은 아니지만, 다시 우리들의 가슴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하고 있다. 

고층 아파트와 빌라가 빼곡이 들어선 서울에서 유독 한옥이 그나마 제대로 된 모습을 지키고 있어 우리 선조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몇 안되는 곳 중의 한 곳이다. 보호 정책 아래 마지막 남은 한옥 900여 채는 조선시대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1930년대 이후 근대 도시 한옥으로 지어진 것이지만 그나마 우리나라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처음 북촌에 갔을 때가 떠오른다. 한옥에 살았던 나로서는 동네가 전부 한옥으로 이루어진 북촌이 왠지 정겹게 다가왔다. 아이들이 커다란 나무 대문을 열고 나올 것만 같기도 하고, 아주머니들이 이웃집에 전해 줄 음식을 들고 나올 것만 같기도 했다. 그 이후로 자주 북촌 일대를 찿았다. 요즘은 화랑과 카페들이 삼청동 쪽에 속속 들어서면서 젊은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 되었다. 어떤 때는 다니기 불편할 정도다. 이러다가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북촌의 모습마저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내심 우려가 되기도 하고, 이제껏 그래왔듯이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하는 북촌의 모습이 기대되기도 한다..

책에는 북촌의 가게들, 한옥, 정원, 음식,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빼곡하게 정리가 되어 있다. 그렇다고 북촌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피맛골 열차집, 보신각 종, 세종문화회관, 성돌이, 5월 종묘 대제, 6월 불교 영산재 등 서울을 수놓고 있는 예술, 건축, 문화 등을 아우르고 있다.

5년의 저술, 20년의 취재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은 이 책에 실린 글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조선 마지막 황후 순정효 황후 윤 씨의 조카 윤흥로, 윤건로 씨, 원로 법학자 고 최태영 박사, 세종문화회관을 설계한 건축가 엄덕문, 보신각 종을 지키는 조진호 씨 등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와 작품 사진처럼 멋진 사진 등 지은이가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둘러 본 북촌의 역사가 고스란히 소개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마치 북촌에 관한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생생하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북촌에 대한 지은이의 애정이 없었더라면 이 오랜 동안의 작업이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지은이는 북촌을 바라보는 것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개발 논리에 밀려 자꾸만 원래의 모습을 잃어가는 북촌과 서울의 유적들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행정 당국의 무사안일한 업무 태도와 멀리 내다보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기도 한다.

나만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은이가 30여 년간 경향신문 문화부 기자, 문화부장으로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글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해당 글과 관련된 사진도 가까운 곳에 배치하였더라면 책을 읽기가 수월할텐데, 사진만 따로 각 글의 뒷부분에 모아 두어서 가독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북촌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지도를 같이 실어두었더라면, 아직 북촌에 와보지 않은 사람들이나 북촌을 제대로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가져본다.

북촌이라는 공간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앞으로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안에서 몸담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체취, 그리고 숨결은 언제나 변함없이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그래서 북촌은 영원히 우리 곁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머물러 있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유독 올해 겨울은 추웠는데, 오늘은 날씨가 많이 풀린 것 같다. 이번 주에는 이 책을 따라 북촌을 거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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