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블레의 아이들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라블레의 아이들 - 천재들의 식탁
요모타 이누히코 지음, 양경미 옮김 / 빨간머리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큰 행복감을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음식이라고 이야기해도 크게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먹는 즐거움이 없다면 정말 세상 살맛나지 않을거다. 혀끝을 파고들며 뇌를 자극하고 온몸에 전율을 일으키는 음식이 있는가 하면, 은근히 사람의 마음을 녹이며 잔잔히 파고드는 음식도 있다. 저마다 음식에 대해 가지는 느낌이나 추억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된장찌개’의 행복을 잊을 수 없다. 방과후 집으로 향하는 길. 멀리서 들려오는 도마위를 부딪치는 부엌칼 소리, 담을 넘어 은은하게 동네 어귀를 적시는 달콤쌉싸름한 향내. 입안 가득히 침이 고이고 얼굴에는 미소가 번지며 발거움이 가벼워진자. 특히 봄나물에 함께 실려오는 향은 최고다. 

이 책에는 그런 향내나는 음식이야기가 등장한다. 제목만 본다면 소설일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소설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책이다. 책장을 넘기면 맛난 음식이 오감을 자극한다. 사람들이 어느 정도 살게되면서부터 살기 위해서 음식을 먹는 단계에서 벗어나 즐기기위해 음식을 먹으면서 음식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책이다. 

지은이는 천재적인 예술가들이 즐겨 먹었던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세계적인 영화 감독인 오스 야스지로의 ‘카레 전골’, 한 세기를 풍미했던 발레리나인 이사도라 던컨의 ‘캐비아 포식’, 기호학자인 롤랑 바르트의 ‘덴푸라 예찬’, 메이지 천황의 ‘대 오찬회’,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과자’, 이맘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작가인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푸딩’ 등. 당대를 풍미했던 천재적 예술가들이 즐겨 먹었던 음식들이 소개되고 있다. 

지은이는 천재적인 예술가들이 남긴 자료들을 샅샅이 뒤져 그들이 즐겨 먹었던 음식들을 재현했다고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상당수의 음식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고, 그나마 이름이라도 들어본 것은 먹어보지도 못한 것들이었다. 한마디로 “그림의 떡”이었다. 그리고 천재적 예술가라고 소개된 사람들도 대부분 일본인에 치중되어 있어서 생소하게만 느껴졌다. 

솔직히 음식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이외에 이 책과 나와의 공감대 형성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뭔가 겉도는 느낌이었다. 음식이라는 것이 만국공용어가 될 수도 있지만, 각국마다 자신들만의 독특한 음식문화가 있어서 잘못하다가는 문화적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런 경우가 아닌가 한다. 모처럼 천재적인 예술가들의 만찬에 초대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그냥 날린 느낌이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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