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그리스의 영광과 몰락>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고대 그리스의 영광과 몰락 - 트로이 전쟁에서 마케도니아의 정복까지
김진경 지음 / 안티쿠스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최근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가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적이 있었다. 출판계가 불황인데다 인문서적은 더더욱 인기가 없었던 상황에서, ‘로마인 이야기’의 히트는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바꾸어 생각해보면 그간 많은 사람들이 내용이 풍부하고 재미있는 책에 굶주려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 이후로 로마에 관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며 출판계에서 하나의 트렌드가 될 정도였다.

그런데 ‘로마’ 만큼이나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그리스’다. 로마시대의 전(前) 시대로 그리스는 로마를 태동하게 하였고, 현재 우리가 이야기하는 민주정과 교육, 학문, 예술의 싹을 틔운 시기였다. 서구 문화사에서 그리스를 빼놓고는 서구 문화사 자체를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그리스 문화가 차지하는 정도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주(主) 무대가 된 공간과 시간이 바로 그리스다. 그래서인지 그리스라고 하면 일단 신화가 떠오르고 뭔가 모를 신비감에 쌓이게 된다.

책은 6개의 챕터로 되어 있다. ‘그리스의 태동’에서는 신화와 전설 속에서 등장하는 것으로만 여겨졌던 미케네 문명과 트로이를 발견한 슐리만이 등장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꿈과 이상이 없었더라면, 아직도 먼지 속에서 오랜 잠을 자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역사시대의 개막’에서는 ‘폴리스’라는 도시 중심의 독특한 그리스 정치 문화를 언급하면서 민주정의 발전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페르시아 전쟁과 아테네의 약진’에서는 페르시아와 그리스 간에 벌어진 수 차례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페르시아 전쟁은 현재까지도 영화와 미술 등 각종 예술 장르에서 자주 단골 소재로 등장할 정도로 드라마틱하다.

‘펠로폰네소스 전쟁과 스파르타의 제국화’에서는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경쟁관계, 그리고 힘의 우세를 보인 스파르트가 몰락하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다. ‘알렉산드로스의 동방원정’에서는 변방의 세력에 지나지 않던 마케도니아가 중앙 무대로 등장하면서 전 세계를 지배하게 되는 과정이 펼쳐지는데, 알렉산더의 원정기는 영화로도 몇 차례 만들어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다. 마지막 챕터인 ‘서양정신의 기원, 그리스 고전’에서는 여태까지 정치를 위주로 해서 서술하였던 것에서 벗어나, 그리스 문학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비극작가, 헤로도투스, 투키디데스 등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이 시기에 등장하여 찬란한 그리스 문화를 꽃피웠다. 

‘고대 그리스의 영광과 몰락’이라는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책은, 그리스가 ‘태동, 성장, 쇠퇴, 몰락’ 하는 일련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물론 서구권의 이야기이고, 그것도 아주 오래된 때의 이야기여서 단순히 흥미 위주의 읽을 거리라고 생각할 수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그리스의 역사나 문화는 서구 사회의 곳곳에서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리스의 흥망성쇠를 통해 현재 우리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고, 또한 더 나아가 미래 우리의 모습을 설계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다. 다만 무대에 등장하는 주인공들만 다를 뿐이다. 그리스가 아직까지도 읽히는 이유는 이처럼 그리스가 가지는 독특한 역사와 문화적 향취가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은 2005년 작고한 지은이가 30년 동안 강의한 내용을 토대로 하여 출간된 책이라고 한다. 30년이라는 세월이 설명해주듯이 지은이는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그리스 역사와 문화의 전문가라고 한다. 지은이는 전문서같은 냄새가 날까봐 각주를 없앴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요즘 출간되는 다른 역사서와 달리 전문적인 냄새가 많이 난다. 그림이나 사진 등은 거의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대신 깨알같은 글자가 눈에 많이 들어온다.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수없이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사건들을 흡수하기가 쉽지 않다.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표나 그림으로 정리를 해주었더라면 좀 더 재미있게 책에 다가갈 수 있지 않았나 한다. 그리고 그리스 문학에 대해서는 많은 지면을 할애한 반면, 나머지 예술 장르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야기가 없어서 그 부분도 많이 아쉬웠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출판시장을 감안했을 때, 국내작가가 쓴 그리스 역사와 문화에 대한 책이 나와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이다. 서구 정신세계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에 대해 조감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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