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책쟁이들>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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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책쟁이들 - 대한민국 책 고수들의 비범한 독서 편력
임종업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출퇴근 시간 지하철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잠시 손에서 놓았던 책을 들게 되었다. 이전에는 직접 운전을 하여 출퇴근을 했기 때문에 책을 읽기 보다는 주로 음악을 들었다. 특별히 시간을 내지 않은 다음에는 책을 볼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의외로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책을 읽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 왜 사람들이 책에 빠져드는지를 어느 정도는 실감을 할 수 있었다.
이제는 계획을 짜서 읽고 싶은 책을 정해놓고 책을 읽을 정도로 나름대로의 독서 계획도 세우게 되었다. 틈이 나면 서점으로 책순례도 다니고, 절판되어 없는 책을 구하기 위해 헌책방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책이 내 생활을 변화시킨 것이다. 이제는 책을 안 읽으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가 되었다. 나름 책을 읽는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펼쳐보면서 나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였다.
이 책에 소개되는 사람들은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책에 미친 사람들’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추억의 만화를 찾아 헌책방을 헤매다 만화편집자가 된 만화 마니아 박지수, 28년간 몸담은 회사에 사표를 내고 북카페를 차린 김종헌, 25년 동안 모아온 10만여 점의 고서를 위해 책 박물관을 열었다가 빚잔치를 벌인 여승구, 독서동아리에서 인생의 반려자를 만난 현대판 나무꾼 김태석, 교회 안에 도서관을 만들어 지역민들에게 제공한 김종대, 불문학 교수로 정년 퇴임 후 명예교수직을 마다하고 간다라 불교 연구에 뛰어든 민희식 등 28인의 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언뜻 보더라도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지은이는 ‘꿈꾸는 자들의 책, 사람을 읽다 책을 읽다, 배움의 즐거움, 진리를 찾아서, 사회를 생각한다’ 라는 제목하에 총 5부에 걸쳐 우리 시대의 책쟁이들을 소개하고 있다. 한결같이 그들의 삶에서는 치열한 열정을 읽을 수 있다. 단순히 책을 좋아한다는 차원을 넘어 책을 통해 자신과 이 사회를 바라보고 내 주위를 살피는 따뜻한 시선이 묻어나온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마치 모 방송국에서 방송하는 ‘인간극장’을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드라마틱하다. 회사원, 우체국장, 한의사, 목재상, 논술강사, 학자 등 직업도 다양하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책에 대한 이야기는 더 와닿는 것 같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라는 진부한 질문과 이 질문에 대해 답을 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논의의 주제가 될 수 없다. 무슨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 그리고 책을 읽고 내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하는 것들이 이제 논의되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에 소개되는 사람들의 서재에 들어서는 순간 알 수 있다. 그들은 우리들에게 자신들만의 비밀 서재를 조심스럽게 열어보여 준다.
책에는 부록으로 책 수집 요령이라든지 자신들이 소장한 책 목록, 그리고 독서 방법 등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앞으로 책을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될 내용인 것 같다. 요즘 책읽기와 관련한 다양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그다지 도움이 될만한 책을 발견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 책에 소개된 내용들이 더 유용한 것 같다. 한 사람이 쓴 책읽기에 관한 책보다,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 닦은 자신들만의 내공을 전해주고 있는 이 책의 내용이 훨씬 좋은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웃 일본이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책을 많이 안 읽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잘못된 입시 위주의 교육 풍토와 비주얼에 강조되는 현재의 시대적 흐름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이제 너무 안일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책을 읽지 않더라도 살아가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책을 통해 나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이 세계와 호흡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런 경험은 책을 읽어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하나의 특권아닌 특권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