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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광우병을 말하다 - 최신 연구로 확인하는 인간광우병의 실체와 운명
유수민 지음 / 지안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미국산 소고기 수입과 관련하여 광우병 문제가 불거지면서 우리 사회를 들끊게 한 적이 있었다. 우리의 먹거리에 대한 위협은 온 국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게 했고, 손에 손에 촛불을 들게 하는 사태까지 만들었다. MBC PD수첩의 보도 내용은 촛불시위에 기름을 부어 넣었고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만은 극에 달했다. 물론 MBC PD수첩의 보도내용이 전달과정에서 일부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었지만, 국민들이 우려하고 불만을 토로한 것은 정부의 광우병에 대한 미지근한 대처였다. 국민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먹거리에 대해 너무나 안이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정부가 우왕좌왕하며 중심을 못잡는 가운데,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과학자들도 광우병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여, 괴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급속도로 번지면서 국민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는 당시까지 광우병에 대한 객관적이고도 정확한 정보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 주위에서 매일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광우병으로 사망하게 될 사람보다 더 많다는 이유만으로 광우병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이도 있었다. 다수의 생명만이 아니라 소수의 생명도 엄연히 보호받아야 한다. 그게 바로 국가가 할 책임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와 같은 광우병에 대한 무성한 논의를 과학으로 풀어보고자 하고 있다. 지은이는 광우병이라는 것 자체도 과학적인 분석과 재현, 검증을 거치지 않으면 안되는 부분이고, 과학이 다른 어느 영역보다 광우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었다.
책은 총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비극의 기원’에서는 최초로 광우병이 발견된 영국에서 2-30대의 젊은이 200여명이 제대로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한 안타까운 이야기들을 들려 주고 있다. 이 모든 것의 배후에는 변형 프라이온이라는 단백질이 있었다. 지은이는 각종 그림과 도표를 통해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변형 프라이온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제2부 ‘인간광우병 발병의 전제조건’에서는 현재 지구상을 뒤덮고 있는 광우병의 불안은 인간이 소에게 먹인 사료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서글픈 현실과 종간의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제3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에서는 30개월 이상의 소가 위험한 이유와 한국인이 광우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지 등 광우병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과 오해들을 소개하고 있다.
제4부 ‘광우병의 미래’에서는 광우병은 끝날 것인지 여부와, 광우병을 막기 위해서는 도축규정 준수와 사료 공장 감찰, 모니터링의 중요성 등 위기 예방과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소의 뇌가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려 있다고 해서 ‘소 해면상 뇌증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줄여서 BSE라고 칭했는데, 언론에서는 어려운 학술적인 용어 대신 이 병에 걸린 소들이 미친 것처럼 행동한다고 해서 ’광우병mad cow disease'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본서 제30쪽 참조)고 하는 광우병. 한미 FTA체결 과정에서 우리의 관심을 끌기 이전까지는 그저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던 광우병에 대해 조금이라도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가 된 책이다.
물론 과학이 광우병에 대한 문제를 100%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이라는 것도 각종 데이터와 검증 등을 통해 다수의 합의로 이루어진 이론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일반인들이 잘못 알고 있거나 오해를 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우리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소통의 부재를 막아줄 수 있는 단서를 마련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한 번쯤 정독을 해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