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책 표지의 어린 흑인 소년의 모습이 너무 가슴 아픈 책이다. 여태까지 몰랐던 진실이었고, 그리고 알려 주지 않았던 진실이어서 더더욱 가슴이 아팠던 내용들이다.

유엔 식량 특별 조사관인 지은이 장 지글러의 어린 아들 카림이 지은이에게 “아빠! 우리나라에는 먹을 것이 넘쳐나서 사람들이 비만을 걱정하고 한 쪽에서는 음식 쓰레기도 마구 버리고 있잖아요? 그런데 아프리카와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의 많은 나라들에서는 아이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니 정말 기막힌 일 아니예요?” 라고 질문하면서 이야기는 오랜 동안 진실을 덮어왔던 먼지를 털어내기 시작한다.

아마 지은이의 아들 ‘카림’도 책 표지의 흑인 소년과 비슷한 또래가 아닐까. 카림은 위와 같은 질문을 하는데, 한 쪽에서는 그저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것이 전쟁일 정도로 참혹한 삶을 살아가야 하다니. 이 세상이 너무 잔인한 것 같다. 신은 존재하는 것일까?

지은이는 아들의 질문에 대해 현재 전 세계적인 기아의 실태, 기아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과 이에 대한 대책을 아주 쉽고 간단 명료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여태까지 다른 많은 책들이 수많은 그래프와 도표로 책의 외양을 꾸미는데 치중한 데 반해, 지은이는 자기가 직접 몸으로 체험한 사실을 솔직담백하게 쏟아내고 있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지은이의 이야기가 더욱 가슴에 와닿게 한다.

1984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평가에 따르면, 당시 농업생산력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120억의 인구가 먹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이 생산되고 있는데, 2005년 기준으로 10세 미만의 어린이가 5초에 한 명씩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는게 현실이라고 한다.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 현실에는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었다.

지은이는 이와 같은 기아가 계속되는 것은 장기간의 내전, 원주민들의 무지로 인한 자연파괴, 정치부패, 거대한 세계 곡물시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시장가격 조작, 구호조직의 자금난과 구호활동의 딜레마 등을 원인으로 들고 있다.

그 중에서도 칠레 아옌데 민주정부가 분유 무상 배급 공약을 했다가 세계적 다국적 기업인 스위스 네슬레 회사에 의해 무너진 이야기나, 서아프리카 소국 부르키나파소의 청년 혁명가 상카라가 38세라는 젊은 나이에 프랑스의 견제로 사망하였다는 내용은 가히 충격 그 자체였다. 우리가 알 수 없는 거대한 검은 손이 이 세계를 옥죄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러한 기아의 다양한 원인들 중에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사회구조에 있다. 사회구조라는 것을 세계로 확대해보면 금융자본주의가 득세하는 ‘신자유주의’의 정치․경제 논리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지원을 받는 나라의 사회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나머지 부패한 정부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전례를 막기 위해 인도적 지원의 효율화를 이루어야 하고, 단순한 물자를 원조하기 보다는 사회적인 구조개혁이 따라야 하며, 인프라를 정비하는 것이 기아를 줄일 수 있는 가장 급선무라고 한다.

이러한 물적 지원 시스템의 정비와 더불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기아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우리의 자세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희망은 서서히 변화하는 공공의식에 있다.……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유일한 새명체인 인간의 의식 변화에 희망이 있다.(본서 제22쪽 내지 제23쪽 참조)”라는 지은이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머리 속을 맴돌며 여운을 남기고 있다. 

2000년에 출간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세계는 큰 변화의 흐름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복잡한 국내 사정과 세계 정세에서 오늘도 기아에 허덕이는 어린 생명들의 불씨는 바람 앞에 촛불처럼 흔들리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전 세계인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미국의 전 부통령인 엘 고어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지구온난화에 관한 다큐멘터리인 '불편한 진실'로 이제껏 알려지지 않았던 많은 것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 심각성을 경고한 바 있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불편한 진실이지만 우리의 희망이 필요한 것이다. 책을 덮고서도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는 울림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뜻깊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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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18 22:0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갈라파고스 2007년 11월 도서목록에 있는 책으로 2007년 11월 8일 읽은 책이다. 관심분야의 책들 위주로 읽다가 알라딘 리뷰 선발 대회 때문에 선택하게 된 책인데, 이런 책을 읽을 수록 점점 내 관심분야가 달라져감을 느낀다. 총평 물질적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이기에 이 책에서 언급하는 "기아의 진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막연하게 못 사..
 
 
비로그인 2007-04-16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이름처럼 책을 많이 보시네요.
제 서재열고 브리핑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많이 읽으시고, 많이 들으시고,일도 하시고...
바쁘시겠어요.
음악은 잘 듣고 있어요.
주로 운동할 때 듣는데 옛 생각이 많이 나지요.
행복한 한 주 시작하세요.

키노 2007-04-16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운동할 때 들으시는구나. 전 그 노래 들으면 예전 무도회장 가던 일이 생각나요^^;; 승연님도 즐거운 한주 되세요

비로그인 2007-04-17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도회장을 다니셨나요?
웬지 음악을 듣기만 하고 몸은 안 움직이셨을것같은....
저는 그랬거든요.
대학 1학년 때만 빼곤 매번 개강파티 종강파티를 그곳에서 했는데 미칠뻔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