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방송인 겸 화가' 한젬마씨 책 대필 의혹

[한국일보   2006-12-20 19:13:20] 

작업지시서 수준의 초고에 대필작가가 경험·감상 넣어출판사 "고쳐쓰기다" 주장

유명 방송인 겸 화가 한젬마(37ㆍ여)씨의 책들이 대필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제의 책은 국내 화가 20명의 삶과 작품에 관한 감상을 담은 ‘화가의 집을 찾아서’ ‘그 산을 넘고 싶다’(2006년 샘터)를 비롯,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였던 ‘그림 읽어주는 여자’ ‘나는 그림에서 인생을 배웠다’(1999ㆍ2000년 명진출판) 등 총 4권이다.

‘화가의 집…’ ‘그 산을…’ 등의 출간에 관여한 A씨는 20일 “간단한 내용의 한씨 초고를 받아 책을 대필한 작가가 따로 있다”며 “내용의 상당부분이 대필작가의 경험과 감상으로 채워졌다”고 밝혔다. 그는 “책에 인용된 각종 문학작품과 영화도 대부분 대필작가가 첨가했다”며 “‘화가의 집…’에 언급된 일부 화가들은 초고에도 없어 현장답사에 동행한 대필작가가 전부 썼다”고 전했다. 이들 책에는 고은 시인의 ‘만인보’, 페루 시인 세사르 바예호의 ‘이젠 아무도 안 살아요’ 등의 작품이 인용됐다.

A씨는 또 “책 서문에 미술동호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발로 뛰어야지 앉아서 전화만 한다’고 면박을 당했다는 내용과 꼬치꼬치 캐묻다가 문화재 도둑으로 몰린 부분 등도 대필작가의 체험”이라고 지적했다. 한씨는 책 출간 이후 각종 인터뷰에서 이 부분을 자신이 직접 겪은 것으로 설명했다. A씨는 “한씨 책들이 저명인사의 구술을 받아 대필하는 자서전이 아니라 맛깔스러운 문체와 감성을 주무기로 하는 수필이기 때문에 명백한 대필에 해당한다”며 “독자들은 대필작가의 글 솜씨와 문화취향을 즐긴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씨가 썼다는 초고의 일부 내용을 분석한 결과, 주제만 비슷할 뿐 최종본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초고는 화가의 이력을 메모식으로 나열한 뒤 시 문학작품 그림 등을 글 중간중간에 적절히 끼워넣어 달라는 내용의 작업지시서 수준에 가까웠다. 대필작가로 알려진 B씨에게는 현재 2%의 인세가 지급되고 있다.

B씨는 “(대필 여부에 대해)말할 처지가 안 된다”면서도 “한씨 책을 3년여에 걸쳐 만들었고 글을 쓰는 데만 6개월 정도 할애했는데 고쳐쓰기(rewriting) 수준은 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 책을 출간한 샘터사는 “한씨는 구성작가가 있다는 전제 하에 기획과 구성에 좀 더 힘을 쓴 까닭에 자신이 써낼 수 있는 글보다 다소 거친 상태의 원고 초안을 출판사에 넘긴 것뿐”이라며 “대필이 아니라 고쳐쓰기”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출간된 한씨의 베스트셀러 ‘그림 읽어주는 여자’와 ‘나는 인생에서…’도 각각 여성지 편집장과 편집기획사 작가 2명이 대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진출판측은 대필작가의 존재를 부인하면서도 “한씨가 전문작가가 아닌 탓에 내부적으로 도움을 많이 준 건 사실이고, 책도 상품인지라 한씨의 경험뿐 아니라 어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여기저기서 취합했다”고 밝혔다. 한씨는 “일부 아이디어를 작가 등에게서 빌린 건 사실이지만 책 기획부터 현장답사, 초고 작성 등을 직접 했기 때문에 이름만 빌려주는 식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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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12-20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기사 봤는데...거참..거참...입니다...
출판사나 본인은 극구 부인이라는데..결론이 어떻게 나오던간에 씁쓸합니다..

마늘빵 2006-12-20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찌 이런 일이. 거참. 진짜. 너무하네요.

키노 2006-12-24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론이 어떻게 날런지 궁금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