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 사용자들 ‘더는 못참아’

[한겨레   2006-12-13 09: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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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기창 고려대 교수(법학)는 ‘인터넷 소수자’다.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만든 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와 인터넷 접속 프로그램인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사용하지 않는 탓이다. 우리나라 컴퓨터 이용자의 99% 이상이 쓰고 있는 이들 소프트웨어 대신, 김 교수가 사용하는 건 1%도 안 되는 ‘리눅스’와 ‘파이어폭스’다.(그래프 참조) 국제표준 외면 MS사 맞춰 설계…“정보인권 침해”외국선 아무 문제없어…소수자들, 정부상대 소송 추진

김 교수는 공개 프로그램인 리눅스와 파이어폭스가 그 철학에서나 사용의 편리함에서 앞선다는 판단에 따라 소수자의 길을 선택했지만, 그 대가로 각종 불편과 불이익을 겪어야 했다. 12일 김 교수와 똑같은 컴퓨터 환경을 갖춰 직접 금융기관과 공공기관의 누리집(홈페이지)을 이용해 본 결과, 인터넷 뱅킹을 위한 보안프로그램인 공인인증서 발급은 신청 자체가 불가능했으며, 온라인 인·허가 민원, 고충 민원, 정보공개 청구 등도 모두 불가능했다. 반면 미국 국무부, 영국 외무부의 누리집 등에선 회원 가입과 영상 보기에 전혀 장애가 발생하지 않았다.

김 교수는 “미국·영국·프랑스 등 외국에서는 엠에스사 제품을 사용하지 않아도 불편이 없다”며 “덴마크 정부의 경우 온라인 세금 납부, 은행 거래, 상업등기 등의 공공서비스 구축에서 ‘운영체제와 인터넷 접속 프로그램에 구애받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 어떤 컴퓨터 환경에서든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누리집은 엠에스사 이외의 제품에 대한 배려는커녕 ‘누리집 제작·기술 국제 전문가단체’가 권장하는 국제표준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오로지 엠에스사의 소프트웨어에만 기반해 설계된 것이다. 심지어 전자정부 홈페이지에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적합하게 만들어졌다’는 문구까지 넣을 정도다.

김영홍 함께하는시민행동 정보인권부장은 “특정 회사의 독점적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시스템이 설계되다 보니 이를 사용하지 않는 이용자는 공공기관 누리집 접근에 제한이 생긴다”며 “국민의 정보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형록 행정자치부 전자정부 전략기획팀 담당자는 “정부기관이 민간 분야보다 먼저 이 문제를 개선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비용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참다못한 소수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오픈웹’(open.unfix.net)에서 공동 원고를 모집하고 있는데, 현재 84명이 소송 참가 뜻을 밝힌 상태다. 내년 초 이들은 공공기관 누리집에 접근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나 회원가입·민원신청 거부를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정책실장은 “더 큰 문제는 앞으로 개발·설계될 공공기관 누리집 또한 국제표준에 따르도록 강제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리눅스·파이어폭스 1989년 핀란드 대학생이 개발한 리눅스는 개인용 컴퓨터에서 사용되는 운영체제인데, 그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 코드를 무료로 공개한다. 이에 따라 전세계에서 500만명 이상이 참여해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이뤄지고 있다. 파이어폭스는 미국의 비영리재단인 모질라 재단이 인터넷 접속 프로그램 ‘넷스케이프’의 공개된 소스 코드를 누리꾼과 함께 향상시켜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2004년부터 무료로 제공되고 있으며 속도와 개인정보 보호에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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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12-14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컴맹에 가까운지라 리눅스를 쓰고파도 무서워서 못써요. -_-

키노 2006-12-14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얼마전 리눅스와 MS사가 업무제휴를 한 것 같던데. 여하튼 소비자를 위해 무엇이 좋은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때가 된 것 같아요. 특히나 21세기 정보화 시대에는. 이러다가 조지 오웰의 소설처럼 되는게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