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유럽 현대미술관 기행 - 현대미술을 보는 눈 1 현대미술을 보는 눈 1
이은화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 오랜만에 정말 마음에 드는 미술관 기행서를 만났다!
제목처럼 '21세기'를 바라보는 이 똘똘한 책은 예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실제 읽어보니 기대를 저버리기는 커녕 10배는 더 좋았다.

도판이 많은 미술책이 보통 비싸다는 점을 감안해 보았을 때
16000원의 정가(물론 알라딘에서 사면 더 싸다..)로 미루어보아
200-250 페이지 남짓의 적당히 얄팍하고 종이질 좋은 책이겠거니..생각했는데
아주 기분좋은 배신을 당하고 말았다.
400페이지에 가까운 두툼한 이 책은 (포토리뷰에서 책 옆면을 찍어올릴 것을..실물을 보면 실하디 실하다.)
종이질이 좋고 도판이 많음은 물론 편집도 예쁘고 내용까지 알차니 어디 하나 나무랄데가 없다!!

이 책은 제목처럼 21세기에 유럽에서 가장 볼만한 현대 미술관을 소개하고 있다.
나름대로 몇번의 유럽여행에서 관심있는 미술관들을 찾아다닌다고 열심히 발품을 팔았건만
이 책에는 듣도 보지도 못한 너무나 새로운 미술관들과 새로운 작품들이 수없이 소개되어있다.
물론 예전에는 현대미술에 지금만큼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일부 미술관들은 2000년 이후에 개관한
그야말로 21세기의, 21세기에 의한, 21세기를 위한 따끈따끈한 미술관들인 것이다!

같은 유럽 미술관 기행이라는 점에서
내가 예뻐하는 이주헌씨의 '50일간의 유럽 미술관 기행'과 비교해보지 않을 수 없는데,
이주헌씨의 책이 순수한 '관광객' 시선에서 쓰여진 반면
이 책은 유럽에서 수년간 현대 미술을 공부하며 유럽 곳곳의 수많은 미술관을 제집처럼 드나든
저자의 경험이 잔뜩 녹아있다.
단순한 미술관 안내 책자에서는 결코 읽어낼 수 없는 미술관에 대한 뒷이야기라든지, 
현대미술 작가들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책을 읽는 내내 흥미있게 펼쳐진다.

현대미술을 접하는데 익숙하지 않다면 당혹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도대체 저것이 뭘 그린 것인지, 뭘 표현한 것인지, 이리 둘러봐도 알쏭달쏭, 저리 둘러봐도 아리송.
그럴 때 이런 똘똘하고 친절하고 신선한 미술관 안내서 한 권 어떨까.
물론 예술이란 누가 설명을 해주는 것이라기보다는 관람자 자신이 느끼는 것이지만,
스스로 충분히 즐겁게 현대미술을 즐길 수 있는 내공(?)을 기르기까지는
나보다 많이 아는 사람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른 미술관 안내서와는 달리
상설 전시물보다는 특정 기간에만 전시되는 특별전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 점도 눈길을 끈다.
같은 작품을 보고 저자의 설명 내에서 상상력을 제한당하기보다는
저자의 설명을 바탕으로 새로운 작품에 '응용'해 보라는 저자의 배려이리라. 

예전 유럽여행에서 이주헌씨의 '50일간의 유럽 미술관 기행'을 가지고 떠나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면
다음에 유럽여행을 떠날 때는 단연 이 책이다.
아차차. 책이 튼실한 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
배낭 안에서 만만치 않은 부피와 무게를 자랑할 듯 하니까. 아이고 내 어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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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6-02-17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두툼한 것이 탐나더라구요. 저는 현대미술 쪽은 잘 모르고,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안 샀는데, 리뷰 읽고나니 꼭 사야할 것 같은데요? ^^

Kitty 2006-02-18 0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실 현대미술 취향은 아니었는데
최근에 관심이 많이 생겨서 이것저것 챙겨보고 있는 중입니다.
이 책은 정말 좋아요. 두툼 튼실 보기만해도 뿌듯합니다. 히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