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로망 백서
박사.이명석 지음 / 북하우스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여행자의 로망 백서.

얼마나 멋진 제목인가.
제목만 보고 홀딱 반해서 한국 나가는 친구에게 부탁까지 해가며 손에 넣은 책이다.
여행관련 책이라면 나름대로 열심히 구해서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은 내가 읽은 그 어떤 여행서와도 달랐다.
독특하고, 신선하고, 달달하고, 적당히 맹랑한 이 책을
나는 불행히도(?) 출장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으며 쓰린 속을 달래야했다.

처음 해외여행을 떠날 때 나도 런던행 비행기 안에서 들떠서 잠을 이루지 못했었다.
비행기가 착륙하는 동안 칙칙한 런던의 날씨를 내려다보며 꿈꾸었던 그 모든 달콤한 로망들.
우아하게 유럽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주리라. 유명한 미술관을 모두 방문하여 감동을 느껴주리라.
멋진 유럽인들과 친구가 되어 엽서를 주고받아보리라. 침대열차에서 낭만적인 밤을 보내보리라..등등등
오랫동안 꿈꾸었던 여행이었던만큼 로망도 가지가지, 희망도 가지가지였다.

결국 나의 첫 해외여행은 프랑스 카페에서 마시다 버린 사약과 같은 쓴 커피,
다리가 부러지도록 돌아다녀도 뭘 봤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나는 미로같은 미술관들,
친구는 커녕 말도 제대로 안 통하는 쌀쌀맞은 유럽 사람들,
낭만적인 밤은 커녕 두 시간마다 차장이 여권검사하러 오는 바람에
잠도 하나도 못자고 눈이 팅팅 부었던 쿠셋칸으로 이어졌다.
나의 여행은 여행전에 가졌던 모든 로망들을 하나하나 부숴가는 과정이었다고나 할까.

그 이후로도 수많은 여행을 해오면서 항상 여행 전에 이런저런 로망들을 꿈꾸었지만,
실제 여행에서는 로망이 산산히 조각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바로 그래서 '로망'이라고 하는거겠지. 실제로 실현되기 어렵기에.

이 책은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꿈꿀만한 장미빛 로망이 가득 담겨있다.
로망이니까, 조금 snobby하고 조금 사치스럽고 조금 황당해도 좋다. 왜냐면 로망이니까.
나로써는 여행 자체도 좋지만, 여행을 준비하고 계획하는 것도 큰 즐거움의 하나다.
나만의 로망을 하나하나 마음속에 메모해가며.

이 책은 여행을 많이 해본 분들보다는 슬슬 여행을 이제부터 떠나려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 책을 보고 마구마구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있을까.
인생에서 여행만큼 값진 투자도 흔치 않다고 생각하기에.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저자들의 여행이 주로 유럽, 동남아, 일본 등지의 배낭여행 정규코스(?)에 집중되어 있어서 그랬는지
주로 이와 관련된 글들이 많았던 느낌이다. 꼭 아프리카, 남미, 오지까지 가지 않더라도 
미국이나 호주 등의 넓은 땅을 여행할 때에만 꿈꿀 수 있는 로망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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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02-16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지까지 가려면 돈이 많이 드니까요.^^ 평생 여행할 사람들인데, 어떻게든 가지 않겠어요? 암팡지고, 앙증맞은 리뷰예요.

Kitty 2006-02-17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오지여행은 돈이랑 시간이 많이 들어요 ㅠ_ㅠ 말도 안 통하고;;;;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