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일까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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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개인적인 보통씨에 대한 애증(?)은 뒤로 접어두고. 드디어 '다' 읽었다. 우리는 사랑일까.

일반적인 소설책의 경우 작가는 말을 아낀다. 독자들에게 행간의 의미를 곱씹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독자 개개인의 풍부한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여주인공은 서글서글한 눈매에 사랑스러운 미소를 띄고 있었다. 에서 멈추지 이마는 눈 위로 약 10cm 가량 올라와 있으며 눈의 길이는 2.3cm 남짓이었다. 라고 묘사하는 작가는 없다. 

이러한 면에서 보통씨는 참 친절하다. 물론 보통씨라고 해서 코가 얼마나 높으며 손에 주름이 몇 줄이나 잡혔는지를 자세하게 묘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등장 인물들의 머릿속,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모든 복닥복닥한 심리를 자세히도 풀어 설명해준다. 얼마나 편한가! 책을 읽으면서 도대체 이 남자 주인공은 왜 이러는걸까? 이 여자는 또 뭐야! 나 같으면 절대 안 이런다!! 하며 흥분할 필요가 없다. 한가지 일에 대해 3-4장에 걸쳐 왜 그런 결과가 되었는지에 대한 자세한 배경설명과 이론적인 가설을 첨부해주고 있으니까. 암. 친절하고말고.

이 소설은 간단히 말해 엘리스와 에릭의 사랑이야기이다. 어디에나 있음직한 커플. 적당히 사랑하고 적당히 갈등하며 적당히 고민하는 연인들의 이야기. 엘리스와 에릭의 행동, 말 하나하나에 찰싹찰싹 달라붙어있는 보통씨의 설명이 너무나 '정곡을 찌르는' 바람에 가끔은 웃음까지 나온다. '사랑에 대한 소설'책을 쓰면서 역사나 과학 교과서에나 등장할 법한 연대도표 및 모식도까지 동원해 침을 튀겨가며 설명하는 보통씨. 이런. 학교 선생님 말씀처럼 잘 새겨들어보면 틀린 말이라곤 하나도 없다. 얄미울 정도로. 심지어 이 책은 결말까지 마음에 들었다. 화이팅 앨리스으으으~!를 외치며 기분좋게 마지막 장을 덮었던 것이다.

남자친구가 왜 나에게 충분히 관심을 보이지 않을까. 하고 고민하는 사람. 여자친구가 맨날 바쁘다고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데이트를 미루는 사람. 애인을 보면서 내가 정말 저 사람을 사랑하는걸까? 하는 생각이 가끔씩 머리를 스치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내쪽에서 상대방을 더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물론 현재 사랑을 하지 않는 사람은 더욱 더 당연히 읽어야한다!)

P.S. 도대체 보통씨는 연애를 얼마나 해본걸까? 개인적으로는 산전수전 다 겪은 선수(?)이기를 바라는데, 그 이유는 연애 경험도 별로 없이 이런 연애 해부학 책을 몇 권씩 썼다고 생각하면 오싹해지기 때문이다. 무써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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