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기쁨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자연이 연출해 내는 숱한 장면에서 감동을 받게 되지만, 사람으로부터 얻게 되는 감동만한 것은 없을 것이다. 세계 최고를 찾기 위한 자전거 여행이라고 하지만, 나는 어쩌면 그보다는 이런 점을 확인하고 싶어서 어제도 오늘도 페달을 밟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160쪽
히말라야 산속에서 눈에 파묻혀 있을 세이지를 통해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식의 고통을 내 부모나 친구들에게 주어서는 절대로 안 되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던 것이다. 여행을 강행하는 동안에, 나는 이대로 죽어도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 발길이 닿는 대로 아무 데고 마구 휘젓고 다녔다. 그것이 얼마나 독단적인 생각이었는지를 나는 세이지의 어이없는 죽음을 통해 절실히 깨달았던 것이다.-1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