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 유쾌한 미학자 진중권의 7가지 상상력 프로젝트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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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던 미학 오디세이가 영양이 풍부한 미학 단백질이라면, 이 책은 어디에 비유할 수 있을까? 달콤한 초콜렛 코팅이 되어있으면서도 수십 가지 종류의 비타민이 알토란같이 가득 들어있는 말랑말랑한 종합 비타민! 사람의 몸이 삼대 영양소만으로 움직일 수 없듯이, 미학 공부에도 잘 듣는 비타민 하나 씹어먹는다고 해서 나쁠 건 없겠지. 바로 이 책,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이 책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예술작품에 표현된 수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이 탄생시킨 놀이들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종이 접기나 주사위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도 있지만 라테르나 마기카..? 와 같이 발음하기조차 어려운 놀이들도 등장한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이름이 익숙하건 익숙하지 않건 간에 처음 몇 페이지만 읽어보면 아하~ 이거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는 것.

 

가벼운 도입으로 시작해서 읽어갈수록 더욱 많은 지식을 얻게 된다는 점은 미학 오디세이와 다르지 않다. 다만, 이 책에서는 진중권씨가 독자들에게 장난스럽게 많은 문제들을 제기한다. 예를 들어, 이 그림과 저 그림이 뭐가 다르지? 라든지..이 그림에는 무엇이 숨어있지? 등등.. 보통 이런 문제를 내면 몇 장 뒤에 정답도 같이 실어주겠지..라는 나의 예상을 보기좋게 배신한 이 책. 결국 한 문제는 끝끝내 못 풀어서 나의 둔감함을 다시 한 번 실감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섹션은 바로 정리하기. 처음에는 정리하기가 어떻게 놀이가 되는 거지..? 하고 생각했는데 세상에! 정리하기를 놀이뿐만 아니라 완전히 예술로 바꿔버린 사람이 있었다. 바로 Ursus Wehrli! 그는 세계의 유명한 그림들을 정리'해버리기로 마음먹었다는데, 일평생 걸려 얼마나 많은 대가들의 '어지럽혀진' 명화를 정리해버릴지 기대된다. 이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기발하고도 재미있는 생각을 해낸 걸까?

 

(유명한 고흐의 침실 그림)



(잡다한 것은 싹 아래로 숨겨버리고 가구들을
척하니 침대 위에 올려놓아 정리해버린 침실 -_-;;)

이 책은 이런 장난기 어린 놀이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재미있는 동시에 유익하다. 진중권씨의 다른 저서와는 달리 이 책이 비교적 가볍게 씌어졌다는데 대한 의견도 있었는데 난 오히려 그 점에 아주 만족했다. 비타민이 너무 쓰면 먹기 싫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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