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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자서전 - 어느 베스트셀러의 기이한 운명
안드레아 케르베이커 지음, 이현경 옮김 / 열대림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제목은 살짝 딱딱하나 내용은 아주 말랑말랑한 책이다. 제목이 책의 자서전이라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하고 읽어보았는데 정말 '책'이 주인공이 되어 담담하게 자기 일생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니 '토이스토리'라는 애니메이션이 생각났다. 무생물인 장난감들이 사람이 없을 때는 생명을 얻어 말도 하고 움직이기도 하는 이야기. 이 책은 토이스토리의 책 버전이라고나 할까.
이 이야기는 출간된지 약 60년된 한 책아저씨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이 아저씨는 그동안 세번의 주인을 거쳤으며 지금 중고서점에서 애타게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지긋한 세월을 사는 동안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데, 우연히 옆에 꽂히게 된 책들을 통해 많은 문학작품들을 접했고, 조용히 책장에서 인간들의 삶을 지켜봐왔으며, 그를 통해 세상 돌아가는 것을 깨달았다.
참 귀여운 상상력이다. 이 책의 저자는 살짝 주변머리가 허전한 아저씨던데 어떻게 이런 천진한 아이같은 깜찍한 생각을 해냈을까? 명작이라고 불리는 책들의 거만함이나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새 책들의 새초롬함이라니. 게다가 여자 주인의 보드라운 손길을 기다리는 책아저씨의 앙큼한 바램을 또 보라지. 책들의 이야기이지만 사람들의 세상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나니 책 한권 한권이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수만권, 수십만권씩 인쇄되는 책 중에 내 손에 들어오게 되는 이 한권은 도대체 나와 얼마나 큰 인연인가 말이다. 아무렇게나 책상 밑에 쑤셔넣은 책들, 아니 한술 더 떠서 흔들리는 의자를 고정시키려고 의자 다리에 받쳐놓은 책은 지금 얼마나 울며불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있을 것인가. '차라리 나를 다른 주인에게 넘겨줘~~~!'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