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의사가 있으면 재미있을꺼야

공중그네 ㅣ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재미있고 유쾌한 책이로군요. 리뷰들이 좋아서 읽어보았는데 경쾌하고 좋았습니다.

대책없는 의사 아저씨 이라부와 황당한 간호사 마유미. 보통의 정신과 의사처럼 환자의 고민을 찬찬히 들어주기는 커녕 일단 주먹만한 주사부터 놓고 환자의 괴로운 사정에 귀를 기울이기는 커녕 제멋대로 판단하고 설쳐댑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도 도대체 이라부의 치료법이 무엇인지 가늠이 가지 않네요. 이 책에는 5명의 환자가 나오는데 모두 직업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며, 해결 방법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유일한 공통점이라면 이라부를 찾는 모든 환자들은 처음에는 '뭐 이딴 의사가 다있어~' 하며 황당해 하지만 어느새 두번, 세번, 이라부를 찾으며 마음을 털어놓게 된다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무엇인가 해결책을 제시해 줄 것을 기대하고 정신과 의사를 찾지만, 결국 자신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병의 원인을 정확히 알아내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우리나라에서야 아직 신경정신과에 다닌다고 하면 '어딘가 이상한 사람' 쯤으로 바라보겠지만 외국에서는 정신과 의사를 '카운셀러'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요. 정신병원=미친 사람의 공식이 꼭 성립하는 것도 아니구요. 현대인들은 누구나 다소의 정신병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하니까요. 지나친 스트레스로 이상이 생기거나 절망으로 삶의 의욕을 잃었을 때 고급스러운 사무용 가구가 갖춰진 삐까번쩍한 진료실에서 편안한 의자에 앉아 상담을 해주는 신경정신과 의사도 좋겠지만 이라부같은 '행동파' 의사도 재미있을텐데..하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