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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의 토토 - 개정판
구로야나기 테츠코 지음, 김난주 옮김,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 프로메테우스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먼저, 나는 이 책을 읽기 훨씬 전부터 이 책의 저자인 쿠로야나기 테츠코상에 대해 알고 있었다. 바로 그것 때문에 이 책을 집어들기를 망설였던 것도 사실이다. 내 머릿속의 쿠로야나기 테츠코상은 언제나 진한 화장에 둥근 가발을 쓰고 드레스같은 원피스를 입고 다니는 할머니로, 내가 아는 일본사람 중에 말을 가장 빨리하는 사람이었다. 이런 나의 선입관이 너무나 순수하게 보이는 이 책을 읽는데 적지 않게 방해가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일단 뚜껑을 열어보니 다행히도 생각보다 내 머릿속의 테츠코상과 토토를 병립시키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이 책은 조금 독특한 아이 토토와 토토가 다녔던 도모에 학원의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예전에 TV에서 방영되었던 영국의 'summer hill'이라는 학교가 생각났다. 수업시간도, 휴식시간도, 모두모두 자유로운 서머힐.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은 수업을 듣고, 놀고 싶은 학생들은 수영을 하고, 집에 가고 싶은 사람은 집에 가고...서머힐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얼마나 부러워했던지..자율학습을 하면서도 친구들과 혹시 우리나라에는 그런 학교가 없는지 궁금해하며 정말 천국같은 학교라고 얘기하곤 했었다.
그런데 토토가 살던 곳에는 그런 학교가 있었다. 바로 도모에 학원. 기차를 개조해서 만든 도모에 학원은 요샛말로 '눈높이를 맞춰주는'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것이 일반 초등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전학오게 된 토토에게는 정말 꼭 맞는 곳이었다. 이 곳에서 토토는 친구들과 함께 많은 중요한 것들을 배우게 된다.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로버트 풀검의 책도 있었듯이, 도모에 학원 시절에 토토가 배운 것들은 환갑이 넘은 지금도 테츠코상의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인생의 나침반으로 자리잡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테츠코상이 70-80년대에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었던 가요 순위 프로그램(우리나라로 치면 가요톱텐)의 사회를 처음 제의받았을 때 내건 수락 조건은 '시청률을 위해 순위를 조작하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인기있는 가수를 TV에 내보내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순위를 바꿔치기 하는 일은 결코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결국 이 프로그램은 '가장 정직하고 믿을 수 있는' 가요 순위 프로그램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도모에 학원 시절의 토토는 어른이 되어서도 결코 정직하고 순수한 마음을 버리지 않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