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인 Lean In - 200만이 열광한 TED강연! 페이스북 성공 아이콘의 특별한 조언
셰릴 샌드버그 지음, 안기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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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용의 질은 둘째치고, 셰릴 샌드버그라는 여성은 참으로 영리한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달려듦'이라는 뜻을 가진 이 책에서 그녀는 여성들이 왜 사회적인 지도자가 될 수 없었는지를 분석한다. 

 

2. 여성들은 남들에게서 자신의 성과에 대한 과한 칭찬을 듣고서도 왠지 사기를 친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이 드는 기분이 든다고 한다. 이것은 '사기 치는 느낌'이라는 전문용어로 불리는데, 이러한 기분으로 인해 언젠가는 자신의 뽀록이 들통 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들은 자신이 공을 세웠더라도 그로 인해 사람들의 시기나 미움을 받지 않으려고 남 앞에서 자기 능력을 의심하고 자신이 이룬 업적을 가볍게 치부하는 '자기 의심'이라는 심리학적 편향을 지닌다고 한다.  

 

그리고 하이디/ 하워드 연구(같은 행동을 한 사람의 이름을 남성적인 하워드와 여성적인 하이디로 알려줬을 때 나타나는 반응을 연구)에 따르면 하워드라는 이름을 듣고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하이디라는 이름을 듣고는 반대로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성 에누리와 성 역할에 관한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고정관념. 즉,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성은 사회에서 공을 내세우기를 좋아하고 협상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리더의 자질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여성은 무엇보다도 남을 배려하는 자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성들은 공을 세워도 드러내질 않고, 협상도 수동적으로 임하면서도 자신의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으면 보상은 저절로 따라오겠지 하다가 혼인과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의 문제 때문에 자신의 직무의 전문성을 부여할 수 없고, 따라서 승진에도 뒤처지게 된다고 진단한다. 

 

3. 이러한 문제점은 남성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열등했던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고 있지만, 그 역할에 관해 오래전에 이미 무의식적으로 학습된 관념 때문에 나타난 문제일 수도 있고, 아니면 유전자의 전승 과정에서 비롯된 진화론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우리가 파충류를 무서워하는 이유는 우리가 진화가 더딘 상태였을 때 천적이었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것처럼 남성을 바라보는 시각과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에 깃들어 있는 누적된 경험들이 유전자에도 내재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린인의 달려듦이라는 것은 앞에서 열거한 이런 부정적이며 수동적이고 자기 비하적인 관점들을 깨버림으로 성취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4.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은 과연 이런 단점들이 여성에게만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것은 남성과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 성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은 주장을 하고 싶다. 그러므로 "여자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있고,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가 아니라 "그 문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문제고,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사회에서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조건"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5. 어떻게 되었건 셰릴 샌드버그는 이 책을 통해서 또 한번 우위에 서게 되었다. 그녀는 여성이 리더가 되지 못하는 이유를 모두 체득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이 사회의 리더로 서기 위해 자신의 어떤 부분을 주의 깊게 경영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 따라서 그녀는 리더로 서기 위한 기반을 공고히 다졌음을 알린다. 

 

이것이 무슨 말이냐 하면. 여성은 대부분 이런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팀킬과 비슷하다.) 그렇지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그러한 편견을 이겨내고, 성공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에 달려들어야 한다. 

 

샌드버그는 이것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았으므로 샌드버그가 성취해나갈 모든 행보는 이러한 편견을 이겨내기 위한 행동일 것이고, 당신은 그것을 부정적인 눈이 아닌 성을 뛰어넘는 인간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누구보다도 셰릴 샌드버그 자신에게 아주 유용한 협상도구로 사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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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수기 - 세상 끝에 선 남자 아시아 문학선 5
주톈원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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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의 자유. 특히, 성과 관련된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간단히 생각해보면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면 그 자유는 쉽게 용인될 수 있지 않을까? 여기. 욕망에 솔직한 여린 남성의 목소리가 기록되어 있다. 

 

2. 이 기준을 적용한다면 그의 성적 성향과 그것을 자유롭게 누리려고 하는 권리를 우리가 막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동성애가 터부시의 대상이 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미셸 푸코의 성과 권력의 이야기. 그리고 구조주의의 대표적인 학자 레비스트로스의 견해에 따르면 분리된 성에 지워진 역할은 사회적 관계의 편리성을 위해 적용되었고, 그것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 내려왔을 뿐이다. 

 

실제로도 정신과 진단기준 DSM-4 에 따르면 동성애는 정상인과 같은 기준을 적용받아야 한다. 그 이유는 동성애자가 사회적 관계 형성을 하는 데 있어서 전혀 문제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동성애자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동성애가 아니라 근친혼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근친혼은 유전적으로 취약한 점을 공통적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취약성에서 찾아오는 질병을 막아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후대를 이으려는 확고한 의지가 없는 (쉽게 말해서. 독신주의자). 자신의 성적 욕망을 가장 쾌락을 주는 방식으로 충족하려는 욕구가 그 어떤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황인수기>의 떠나간 자. 그리고 남은 자. 그리고 화자 '나'의 목소리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3. <황인수기>의 문장은 상당히 감각적이다. 당신의 인생에서 삶이 무엇인지. 죽음은 무엇인지. 삶에서 상실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적막감은 어떠한지. 라는 화두를 앞에 두고 상당히 솔직하고 실존적인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동성애자 중에서도 여성의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황인수기>의 화자 '나'는 여성스러운 동성애자였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는 작가가 여성이라는 이유가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동성애라는 코드를 사용하지 않고도 충분히 훌륭하게 공백을 메울 수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황인수기>는 동성애를 삽입하여 태초의 인간의 접근에 철학적으로 접근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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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세트 - 전3권 샘깊은 오늘고전 15
유성룡 원작, 김기택 지음, 이부록 그림 / 알마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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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징비록은 우리의 가장 치욕스런 역사 중 하나인 임진왜란의 참혹한 패배를 기록한 자료다. 이러한 기록을 남긴 서애 유성룡은 제목을 징비 (懲毖 : <시경(詩經)>의 "예기징이비역환(豫其懲而毖役患)", 즉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는 구절에서 따온 제목)라고 붙였는데, 그 이유는 이 기록을 대하는 후세의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는 이런 부끄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2. 임진왜란은 한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200년 동안 큰 전쟁을 치르지 않았기에 평화라는 울타리 속 나태에 젖어있었던 조선의 무능한 유학자들은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어서 권력 싸움을 하기 바빴다. 이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유명한 장면은 전쟁 전. 일본을 방문한 통신사 황윤길(서인 출신)은 "일본이 전쟁을 일으킬 것 같다."고 주장했고, 김성일(동인 출신)은 "일본은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라는 엇갈린 진술이었다. 

 

여기서 징비록의 내용을 바탕으로 이 두 사람의 힘겨루기를 좀 더 자세히 읽어보면 거짓말을 한 김성일은 일본이 전쟁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전쟁 확률을 100%로 보지 않았고, 따라서 괜히 그 사실을 밝혀서 혼란만 부추길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거짓말을 했다고 서술되어 있었다. 

 

하지만 일본의 정세는 김성일의 '설마 하겠어'라는 안이한 생각과는 달리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전국시대가 종결되었고, 전쟁이 불러온 넘치는 힘을 국외로 분출할 필요성과 더불어 자신의 정적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서 전쟁을 이용하려 했던 것처럼 일본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했다. 

 

3. 그리하여 대비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조선에 밀어닥친 일본의 대군은 침입한 지 고작 열흘 만에 한양까지 밀고 들어왔다. 그들이 이렇게 빨리 조선의 성들을 함락시킨 원인은 기본 병력의 부족, 조총과 대검 Vs 활. 무기의 열세, 넓고 개방된 지형에 축조한 성, 일본의 조총부대에 전혀 대응하지 못한 전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원인인 백성을 아우르지 못한 것 정도를 들 수 있겠다.  

 

신립이나 이일처럼 유명하다고 소문난 조선의 장수들은 허수아비처럼 힘없이 쓰러졌고, 선조는 평양으로 도피를 떠나야 했다. 점점 더 수세에 몰리게 되자 평양을 지나 의주까지 피난했던 선조는 광해군에게 왕권을 위임(분조)하고 자신은 명나라의 백성으로 살겠다고 귀화를 선언했으니…. 참으로 한심한 임금이 아니던가. 그랬던 자가 전쟁이 끝내더니 귀화 건을 없던 일로 되돌려버렸다. 그냥 명나라에 가서 살지 참, 나….

 

그러고 보니. 근 100년 내.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했던 당일. 국군은 잘 싸우고 있으니 서울시민들은 침착하라. 자신도 서울을 떠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라디오 방송을 대전에서 녹음했던 지도자 이름이 생각난다. 

 

4. 한편, 이렇게 굴욕을 당하고 있는 사이 명나라에 구원을 요청했고, 우여곡절 끝에 한반도에 파견된 명나라 군사에게 전쟁의 모든 권한을 이양했다. 그래서 조선의 장수들은 왜란 내내 명나라 군대의 지휘 아래에서 전투를 벌여야 했고, 조선은 안중에도 없이 맺은 명나라와 일본 간의 협정에 따라 조선군은 일본을 공격하지 못하게 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조선에 지원 온 명나라 군대는 조선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본군을 명나라로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었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따라서 명나라는 일본을 한반도에서 완전히 몰아내려 하지 않았고, 그들의 국경에 접근하는 일본 군대를 평양 아래까지만 붙잡아두면 되었으니. 답답한 것은 조선이었다.

 

이런 지지부진한 전쟁 동안 일본군은 한반도의 조선인을 마음껏 학살했다. 항복하려거든 창고에 들어가라고 했으면서 사람들이 들어가자마자 창고에 불을 질러 전부 태워 죽이기도 했고, 정유재란 때는 목숨을 빼앗는 것도 모자라 코를 베어 갔다. 어이없는 것은 명나라는 일본인의 귀를 베어오라고 명령했다고 하는데, 모자란 귀는 조선 백성의 귀로 대신했다고 전해진다.  

 

장기간 이어진 전쟁과 명나라의 군량의 많은 부분을 조선에서 지원해야 했기 때문에 식량을 얻을 방법이 없어진 많은 백성들이 굶어 죽었고, 죽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람의 시체를 먹거나, 산 사람까지 잡아먹었다고 한다.   

 

5. 이런 고통스럽고 굴욕적인 상황 속에서도 두 차례의 왜란에 나라를 잃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순신이라는 걸출한 영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한, 일본의 혼란을 야기시킨 이름 없는 의병의 항쟁도 거룩했다. 하지만 절망적인 사건에 직면하여 어쩌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는 영웅을 마냥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 애초에 그런 굴욕적인 순간을 맞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징비록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힘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것은 징비록에서 부족하게 느껴졌던 군사력, 외교력, 경제력 같은 하드 파워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에서 더 나아가서 이 시대의 눈에 맞게, 다양한 분야의 지식, 그리고 문화와 예술 같은 소프트 파워를 더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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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 시대가 던진 질문의 답을 찾다
권희정 지음 / 꿈결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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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맛 우유에는 바나나가 없다. 그러니 바나나의 영양가도 없다. 이름과 개념만 외우는 철학은 소크라테스향 첨가 음료일 뿐이다. 소크라테스의 고민을 모르는 철학에는 당연히 소크라테스의 지혜가 없다. 생명도 없고 핏기도 없는 철학. 시대의 맥락도, 철학자의 고민에 대한 교감도 없는 철학. 질문은 귀찮고 이유는 따분한 세상에서 우리는 오늘도 2,500년 전 철학자의 이름 다섯 글자를 마신다. 

 

1. 상당히 냉소적인 서문이다. 나에게는 자조적으로 다가오는...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다. 우리는 책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끼워 넣을 뿐, 그들의 생각이라는 큰 틀 안에서의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궁금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일 테다. 


이 서문을 보면서 얼마 전. 켄 베인 교수의 <최고의 공부>를 읽으면서 눈길이 머물렀었던 능동적인 독서에 관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는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는다면 훨씬 더 이해력이 증가할 것'이라며 능동적인 가치를 우리들에게 권하였는데, 이러한 능동적인 독서의 실존이 바나나 맛 우유에 바나나의 영양가가 있는 생과일 주스 같은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다.  

 

솔직히 이 책에서 언급하는 대다수의 책들은 실로 무겁게 느껴진다. 제목을 들어본 적이 있는 책은 많지만, 실제로 읽어본 책은 그리 많지 않았다. 게다가 읽어봤던 책 또한 도대체 내가 뭐를 읽고 있는지 혼란만 야기했었던 추억만 남아있다. 

 

2.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 책에서 주의 깊게 살펴야 할 점은 불후의 저작을 남긴 대학자는 어떻게 해서 이런 작품을 남길 수 있었는가? 에 있다. 그들은 현세의 압력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갈망의 목소리를 읽었고, 과거로 되돌아가 목소리의 기원을 탐구했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현재의 사회적 문제를 진단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에는 중용적 사고가 바탕이 되었고 말이다. 

 

다시 말해서,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안에서 숨 쉬는 이들은 자신의 시대적 한계를 뼈저리게 느낀 사람들이었고, 또한 그것을 뛰어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존재들이었다. 

 

3. 지은이가 과거 학자들의 문제의식과 진단을 정리하여 우리에게 보여주려는 이유는 그것을 학습하라는 일차원적인 의미가 아니었다. 물론, 이 책들은 사상적 기초의 성격이 강한 책들이기 때문에 이 책들을 배움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배움에 그치지 말고 창조에 이르러야 한다. 

 

즉, 작가는 책을 읽는 우리들로 하여금 과거의 학자들처럼 자신의 시대를 관통하는 사상을 만들어내기를 바라는 것 같다. 시대의 모든 철학은 시대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처방전을 가지고 있을 때야 비로소 그 생명을 얻는 것처럼 말이다. 

 

4. 그런 의미에서 철학자의 사상을 학교 수업의 형식으로 엮은 <철학을 권하다>처럼 열거된 책들의 사상을 마음대로 뽑아 우리 시대에 맞는 간단한 문장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세상은 다수의 이해관계가 초기 조건으로 설정된 카오스다. 따라서 시시각각 달라지는 현상에 우리는 소요유의 상대주의적 관점처럼 넓고 다양하게 사유해야 한다.' 랄까? 

 

5. 다만, 살짝 아쉬운 점은 시의성이다. 문맥상으로 유추해봤을 때, 서술 전개에서 초점이 되는 시기가 가까운 과거가 아니라 약 10년 전의 과거로 느껴지니 말이다. 어떻게 설명해야 이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지 모르겠는데, 나열되는 책들의 한국어 번역 출간 시기도 그렇고.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롭게 나온 유행하는 지식은 생략된 것 같다. 이게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6. 함께 읽을 책의 목록까지 살펴가면서 천천히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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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의 비극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서계인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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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의 비극>은 세계 3대 미스터리 중의 하나라고 일컬어지는 작품이라고 한다. 요크 헤터의 자살을 기록한 프롤로그를 거쳐, 본격적인 살인 사건을 전개하는 1막이 시작된 후, 초반 5장의 전개를 지켜보면서는 솔직히 그렇게 대단하다는 느낌을 못 받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는 사건과 그것을 예상하는 죽은 자의 소설. 

 

하지만 보기 좋게 죽은 자의 분노와 욕망을 비껴서 지나가는. 그 욕망에서 잉태한 마치 돌연변이 같은 또 다른 욕망의 상승이 불러오는 반전 덕분에 뒤로 갈수록 눈알이 움직이는 속도가 상승했다. 상승 와중에 갑작스럽게 만나게 되는 범인의 붉은 눈동자는 무섭기도 했고 말이다. 

 

이러한 소설 내부의 욕망을 모두 인지하고 있었던 드루리 레인의 마지막 진실이 담긴 "무대 뒤에서"의 끝을 넘기며 세계 3대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충분히 불릴만한 몰입감과 긴장감이라는 기분 좋은 감옥에서 석방될 수 있었다. 

 

367. " 이 사건은 실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합니다. 이것은 죄와 벌의 문제만으로 간단히 처리해버릴 수 있는 사건이 아닙니다. 이 사건 속에는 병리학이나 이상심리학, 사회학이나 윤리학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2. <Y의 비극>은 이처럼 사건 동기에 관한 다양한 관점에서 생겨나는 문제의식과 그것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고, 보기 좋게 매듭지으려는 전개와 작가의 철학이 돋보인다. 하지만 그 전개는잔혹하게도 오로지 드루리 레인이라는 초인적 판단 능력을 지닌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소설 내내 남겨둔다. 드루리 레인 = 엘러리 퀸의 공식이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Y의 비극>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몇 가지 있긴 한데, 그중에서도 가장 주의 깊게 생각해 볼 부분은 귀머거리이며, 전직 연극배우이자 탐정인 드루리 레인이 내린 판단의 근거와 내용이다. 

 

3. 그러한 근거와 결론에 대해서 수긍하는 편이다. 레인의 명석한 두뇌는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어 했지만, 애석하게도 원하지는 않았던 모습의 진실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탐정이기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어쩔 수 없이 치부를 밝게 드러내야 했다. 

 

하지만. 레인이 생각하기에는 그 진실의 이면에는 위험한 요소(특히, 인본적인 부분)가 많았기 때문에 공개하길 원했고, 그들에게 기회를 주어 그들 스스로 헤쳐나오게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과 동시에 돌연변이가 남을 해치게 방관할 수도 없었고 말이다. 

 

작가도 말하지 않는가? 

 

408. "그의 공적을 부정하려거든, 전체적인 관점에서 냉철하고 사려 깊게 판단한 다음 그렇게 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되는 외가 쪽 가문 사람들의 방탕한 과거를 상징하는 그것. 도리스 레싱의 소설 <다섯째 아이>의 갈등의 발단이 된 그것.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오랄라>의 비극과도 궤를 같이하는 그것을 나쁘게만 해석하는 것은 작위적이지 않은가 생각해본다. 

 

<Y의 비극>의 이 부유하나 불행한 가문의 사람들 성격을 괴팍하게 만들어버린 것. 그것 말이다. (고전 소설의 소재 가운데 이런 소재를 차용하는 경우가 예를 든 것만 세 작품인데 이러한 이유는 무엇이며, 이것은 어떤 상징을 가졌는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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