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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 시대가 던진 질문의 답을 찾다
권희정 지음 / 꿈결 / 2013년 5월
평점 :
바나나 맛 우유에는 바나나가 없다. 그러니 바나나의 영양가도 없다. 이름과 개념만 외우는 철학은 소크라테스향 첨가 음료일 뿐이다. 소크라테스의 고민을 모르는 철학에는 당연히 소크라테스의 지혜가 없다. 생명도 없고 핏기도 없는 철학. 시대의 맥락도, 철학자의 고민에 대한 교감도 없는 철학. 질문은 귀찮고 이유는 따분한 세상에서 우리는 오늘도 2,500년 전 철학자의 이름 다섯 글자를 마신다.
1. 상당히 냉소적인 서문이다. 나에게는 자조적으로 다가오는...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다. 우리는 책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끼워 넣을 뿐, 그들의 생각이라는 큰 틀 안에서의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궁금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일 테다.
이 서문을 보면서 얼마 전. 켄 베인 교수의 <최고의 공부>를 읽으면서 눈길이 머물렀었던 능동적인 독서에 관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는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는다면 훨씬 더 이해력이 증가할 것'이라며 능동적인 가치를 우리들에게 권하였는데, 이러한 능동적인 독서의 실존이 바나나 맛 우유에 바나나의 영양가가 있는 생과일 주스 같은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다.
솔직히 이 책에서 언급하는 대다수의 책들은 실로 무겁게 느껴진다. 제목을 들어본 적이 있는 책은 많지만, 실제로 읽어본 책은 그리 많지 않았다. 게다가 읽어봤던 책 또한 도대체 내가 뭐를 읽고 있는지 혼란만 야기했었던 추억만 남아있다.
2.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 책에서 주의 깊게 살펴야 할 점은 불후의 저작을 남긴 대학자는 어떻게 해서 이런 작품을 남길 수 있었는가? 에 있다. 그들은 현세의 압력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갈망의 목소리를 읽었고, 과거로 되돌아가 목소리의 기원을 탐구했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현재의 사회적 문제를 진단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에는 중용적 사고가 바탕이 되었고 말이다.
다시 말해서,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안에서 숨 쉬는 이들은 자신의 시대적 한계를 뼈저리게 느낀 사람들이었고, 또한 그것을 뛰어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존재들이었다.
3. 지은이가 과거 학자들의 문제의식과 진단을 정리하여 우리에게 보여주려는 이유는 그것을 학습하라는 일차원적인 의미가 아니었다. 물론, 이 책들은 사상적 기초의 성격이 강한 책들이기 때문에 이 책들을 배움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배움에 그치지 말고 창조에 이르러야 한다.
즉, 작가는 책을 읽는 우리들로 하여금 과거의 학자들처럼 자신의 시대를 관통하는 사상을 만들어내기를 바라는 것 같다. 시대의 모든 철학은 시대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처방전을 가지고 있을 때야 비로소 그 생명을 얻는 것처럼 말이다.
4. 그런 의미에서 철학자의 사상을 학교 수업의 형식으로 엮은 <철학을 권하다>처럼 열거된 책들의 사상을 마음대로 뽑아 우리 시대에 맞는 간단한 문장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세상은 다수의 이해관계가 초기 조건으로 설정된 카오스다. 따라서 시시각각 달라지는 현상에 우리는 소요유의 상대주의적 관점처럼 넓고 다양하게 사유해야 한다.' 랄까?
5. 다만, 살짝 아쉬운 점은 시의성이다. 문맥상으로 유추해봤을 때, 서술 전개에서 초점이 되는 시기가 가까운 과거가 아니라 약 10년 전의 과거로 느껴지니 말이다. 어떻게 설명해야 이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지 모르겠는데, 나열되는 책들의 한국어 번역 출간 시기도 그렇고.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롭게 나온 유행하는 지식은 생략된 것 같다. 이게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6. 함께 읽을 책의 목록까지 살펴가면서 천천히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