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골리앗 - 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기술
말콤 글래드웰 지음, 선대인 옮김 / 21세기북스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난이도 : ★

 

1. 

 

자본주의. 이 시대의 골리앗은 전 세계 부의 절반을 차지하는 1%의 사람. 혹은 전 세계의 부의 86%를 차지하는 10%의 사람들이다. 자본주의 구조에 맞춰서 진화한 우리 시대의 골리앗은 힘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들의 후손이 태어나자마자 통장을 만들어주고. 억대의 주식을 물려준다.   

 

말콤 글래드웰의 <다윗과 골리앗>에서는 '뒤집힌 U자 곡선형'이라는 중용의 개념을 통해서 가난한 사람뿐 아니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을 가진 사람도 성공하지 못(?)하거나 불행해 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자녀들은 독립심을 가지지 않아도.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부유하게 살 수 있기 때문에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간절하게 꿈꾸고 노력할 수 없는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럴 수도 있고, 그런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솔직하게 나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후손은 재벌 2세로서 경영을 이어받거나. 아니면 재벌 출신의 연예인이라는 타이틀로 대중의 선망을 받고, 그런 사람의 인생 혹은 그런 내용을 다룬 드라마가 대중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자본주의와 같은 의미를 가진 돈의 힘이 계속 세상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시간이 지속되는 한. 그들이 유산으로 남기는 자본의 힘은 그들의 후손을 자본의 힘을 가진 골리앗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자본의 골리앗은 지난번에 읽은 <다보스 이야기>의 다보스 포럼 같은 상위 몇 %의 귀족 모임에 참여하여. 경제, 문화, 사회에 관련된 최신 정보를 얻고, 골리앗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평등한 세상에 대하여 논하고, 그런 대화를 통해서 그들의 생각대로 세상을 재편하려는 노력을 이어간다. 21세기의 골리앗은 과거의 골리앗처럼 둔하지는 않은가 보다. 

 

그런데 슬픈 사실은 21세기 자본의 골리앗(재벌)을 이길 수 있는 존재를 현실에서 찾기를 포기한 어느 드라마 작가는 골리앗의 대항마로 400년 동안 늙지 않고, 시간을 멈추게 할 수 있고, 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말을 엿들을 수 있고, 천리안을 가진. 그리고 게다가 잘 생기고 머리까지 좋은 외계인을 창조했다는 것이다.  

 

2.

 

<다윗과 골리앗>은 인간에게 숨겨진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판단한다. 말콤 글래드웰은 인간의 자아실현 가능성을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긍정을 통해서 성공할 확률을 높인다 하더라도. 가능성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이요. 실패의 가능성 역시. 빛과 그림자처럼 공존하고 있음을 피할 수 없다. 작가도 그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 측면은 163쪽에서부터 166쪽을 요약한 다음 문단에서 쉽게 파악할 수 있다. 

 

163~166 요약. 우리는 끔찍하고 충격적인 무엇인가에 대한 반응이 딱 한 가지 종류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쉽게 결론을 내리는 잘못을 저지른다. 그렇지 않다 반응은 두 가지다. 빗맞은 목표물에게는 정신적 외상이 그대로 남는다. 반면, 폭탄이 멀리 빗나간 사람들은 스스로를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 무엇도 우리를 해칠 수 없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게 한다. 이처럼 공포를 극복하면 희열을 얻는다.

 

충격적인 시련과 고난을 앞에 두고. 인간은 두려워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두려움을 이겨내거나. 두려움이 생각했던 것보다 작게 느껴질 때, 인간은 용기와 희열감을 얻는다. 하지만 폭탄이 날아오는 순간. 폭탄이 자신이 있는 곳에서 멀리 빗나가서 안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폭탄을 맞고 숨진. 그래서 우리들에게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므로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것은 목숨을 담보로 한 확률 싸움이요. 싸움을 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충족시켜야 할 조건은 두려움을 참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꿈과 신념이 정말로 자신의 목숨을 걸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3. 

 

<다윗과 골리앗>의 내용과 연관지을 수 있는 흥미로운 인터뷰를 본 기억이 있어서 정확한 기록을 찾아서 인터넷을 뒤졌다. 꽃보다 누나 8회의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간다면 해보고 싶은 일이 있나요?" 라는 질문이었다. 그런데 나의 예상과는 달리 그 질문을 받은 배우들은 아무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그중 배우 김희애 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다시 돌아가라면 절대 싫다. 지금이 정말 좋다. 영화 한 편 다 찍었는데 처음부터 다시 찍으라면 좋겠느냐. 밤새고 울고불고 다했는데 처음부터 다시 찍으라면 싫다. 지금에 행복하고 감사하다.”

 

그들은 그들에게 다가왔던 고난과 두려움의 확률을 뚫어냈고, 그 기억을 시간 저편에 묻어두었다. 그들이 고난을 마주했을 때, 다행히 폭탄이 자신이 있는 곳에서 비켜나가서. 혹은 폭탄을 피해 목숨을 걸고 달려온 결과 지금의 자리에 있다고 해석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들에게 다시 폭탄을 퍼붓겠다고 하니. 다시 그들 앞에 닥친 확률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하지 못하는 그들은 모두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손사래를 치는 것이 아닐까? 

 

4. 

 

그런 의미에서 나는 솔직히 말해서 예기치 못한 고난. 혹은 사서 하는 고생처럼 자기 자신에게압력을 가하고, 채찍질하고, 궁지로 몰아넣는 배수진의 방식보다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이론처럼 우리가 무언가를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적절한 난이도를 제공하는 자극 속에서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다. 

 

그게 뭐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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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 이야기 - 세계 거물들은 올해도 그곳을 찾는다
문정인.이재영 지음 / 와이즈베리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난이도 : ★

 

1. 솔직히 이 책을 두고 어떻게 실드를 쳐야 할까 고민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블리치나 보자 싶어서 블리치를 완결편까지 밤새도록 봤다.

 

2. 다보스 포럼이라는 언어(?). 단체를 뜻하는 고유명사 정도로 얼핏 기억하고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다보스 포럼 기조연설 생중계를 지켜보면서 희한하게도 몇 년 전. G20 한국 개최와 그에 대한 경제효과가 무려 40조나 된다는 설레발이 불현듯 오버랩되었다. 그러면서 이것도 혹시 '보여주기식 정치쇼'가 아닐까 싶은 의심병이 생겨났다. 도무지 그것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이놈의 정치 불신병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모르겠다. 

 

3. 어쨌든 <다보스 이야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매년 그 해에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거나 세계를 주도하는 리더를 초대1하여 사회, 경제, 문화의 어젠다를 어떤 단체보다도 발 빠르게 상정하고, 토론하여. 내용을 자료로 남김으로써 거대화하고 있는 다보스 포럼.

 

클라우드 슈밥에 의해서 만들어진 막강한 권력을 가진 이 회의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세계인들에게 발전한 대한민국의 존재감과 힘을 과시하자. 그것을 바탕으로 한국에서도 큰 영향력이 있는 국제적인 행사를 개최하자.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귀족정치가 표방하는 과두제를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는 이들의 모임. 그리고 그 속에서 일하고 있다는 두 저자의 자부심과 우월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솔직히 말해서 난감할 따름이다. 그렇다고 해서 참여와 불참이라는 두 가지의 극단적인 선택 가운데 어느 하나를 강요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그들의 토론 결과물이 상위 1%에 유익한 것이 아니라 나머지 99%에 유리한 방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잘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1. 초대장을 받을 사람을 정하는 작업도 심사숙고하여 결정한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렇게 보낸 초대장에 응하기 위해서 기업 회원의 경우. 다보스 포럼에 참석하려면 평균 참가비가 4만 달러(약 4천200여만원)정도가 소비된다. 그렇게 모인 엄청난 자본이 다보스 포럼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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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밥상 - 건강.젊음.활력을 되찾는
방기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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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난이도 : ★

1. 일단, 제목에 대한 잡담을 하자면...(제목이 남자의 밥상인줄로만 알았는데 인터넷에서 책 검색을 해보니 앞에 몇 가지 수식어가 붙는다.) 책에 담긴 내용에 비해서 제목이 너무 몰개성적(이미 종영된 예능 프로그램 같기도 한 제목)이다. 지난 번에 읽었던 <유대인의 형제 교육법>이라는 책도 그렇고. 원고의 제목을 단 한 단어로 줄여서 부각시키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2. 책의 결론은 정해져있다. 이 결론은 불치병을 앓았던 저자의 경험에서 기인했고, 또 그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의 의학과 다른 방향으로 공부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환자들을 치료해왔기 때문에 믿을만하다고 여겨진다. 어쨌든 이 책의 목차들을 기승전결로 나누어읽을 때, 결론은 항상 같고, 여러 번 등장하는 이야기도 있기 때문에 참고하길 바란다. 교과서로 따진다면 여러 번 등장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 내용은 바로 동물성 식품인 고기, 생선, 계란, 우유의 섭취를 피하고, 채식을 하자. 쌀밥 대신 현미밥. 그리고 견과류를 즐겨 먹자. 소금 섭취를 줄이자.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단식을 하자.로 간단히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네 가지 문장이 저자가 주장하는 건강 젊음 활력을 되찾는 유일한 방법이다.

3. 왜냐하면 인간은 채식동물로 진화(간단하게 인간의 치아모양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해왔기 때문에. 또 한 가지는 인류가 이렇게 풍족한 생활을 했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육식. 그리고 과식했을 때, 섭취한 음식물과 영양소를 완벽하게 소화시킬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화하지 못한 잔류물은 소화기관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썩어서 몸에 해로운 박테리아를 생성하고, 비만과 당뇨와 같은 성인병. 그리고 암을 유발한다고 한다.

4. 우리에게 채식 말고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전혀 없다는 점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오래 살고 싶으면 지금 당장 육식을 끊고 채식을 해야한다니 말이다.

이 분야의 책에 관심이 없어서 지금까지 우유에 대해서 경고하는 책. 옥수수에 대한 위험성을 이야기하는 책. 한식에 대해서 경고하는 책. 1일 1식을 권유하는 책이 있다는 사실만 알고, 무심코 흘려보냈었는데. 이번에 <남자의 식탁>을 읽고서 지금껏 잘못 알고 있었던 식습관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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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4
나쓰메 소세키 지음, 노재명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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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 ★

1.

나쓰메 소세키 전집 중 이제 4권째 읽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인간이 아닌 고양이를 화자로 등장시켰다.3의 존재가 가진 객관성이라는 가면을 씀으로써 아직까지 확실하게 매듭짓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내면을 감출 수 있었다.

<도련님>은 도덕적으로 악에 가까운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정리하고 넘어간 측면이 강했다.

<풀베개>는 인간에 속한 모든 것(특히, 속된 것)을 벗어던지고 철저히 객관적으로 보려는 생각으로 인간을 바라보려고 하는 것은 자신이 고양이가 아닌 인간이기 때문에 모순을 깨달았다고 본다.

<태풍>은 철저하게 현실을 파고든다. 그 시대에 속한 인간(도야 선생)으로서 그 시대를 살아가는 자신(해탈을 꿈꾸는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인간(구애받고 있는 인간)을 바라본다. 더 나아가서 그가 원하는 이상을 실현하고, 계몽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인물상을 그려냈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명징한 울림을 주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2.

내가 읽었던 어떤 소설들은 사회에서 느낀 부조리에 포커스를 맞춘다.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 많이 아파.”혹은 “내가 왜 아픈가?”. 그리고 "내가 이렇게 변한 것은 부조리 때문이다."라고. 그런데 소세키의 <태풍>은 그것을 쿨하게 인정해버린다.다음 페이지를 넘기듯이 해결방안을 모색한다.<태풍>은 그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뇌를 담고 있다.

부조리를 인정한다는 것에 내재된 의미는 “다나카야키처럼 내가 아닌 다른 것의 탓(타인 혹은 세상)만 해서는 변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그러므로 도야 선생처럼 혹은 나카노 군처럼 세상을 주도하라”같은 계몽적인 메시지일 것이다.

3.

<태풍>은 대칭구조로 이루어진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세상을 계몽시키려는 이상을 가진 도야 선생과 사람들에게 진실한 사랑의 가치를 알려주고 싶어하는 나카노 군이 과거의 가치를 숭상하는 사람. 그리고 서양 문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서로 대응된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각각의 세계에서 선인이라고 불릴만하다. 이런 해석을 앞에 두고 유일하게 사죄드려야 할 인물은 도야 선생의 아내다.

가장 바람직한 이상향은 도야 선생의 가치와 나카노 군의 가치가 서로 융합하는 것이겠지만. 각양각색의 환경에 노출되어 각기 다른 가르침을 습득한 인간의 마음을 그렇게 간단히 조립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런 식의 분류를 인정하기로 한다.

도야 선생과 나카노 군의 하위 층위에 각각 한 부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도야 선생이 느낀 세상의 부조리를 느꼈지만, 그것을 극복할 생각을 하지 않고 세상을 비관하고 하며. 정체하고 있는 다카나야키 군. 그리고 세속적 가치(물질주의)를 자신의 발전에 이용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에 지배당해버린(틀림없이 사람이 있고 그 뒤에 돈이 있는데. 그 물질을 보고 사람을 규정지어버리는. 데리다 식의 역전) 게이샤,젠틀맨,세상 물정에 밝은 사람으로 언급되는 불특정다수라고 할 수 있다.

<태풍>에서 중요시하는 관점은 도야 선생과 나카노의 각기 다른 두 가지의 계몽철학이지만, 결국 그것을 받아들일 사람은 다카나야키 군. 그리고 훗날 책으로 출간되면 읽게 될 불특정다수의 사람들. 더 나아가서 지금 책을 읽고 있는 두 부류의 독자들일 것이다. 그러므로 소설 속의 다카나야키 군뿐만 아니라 현실의 독자들도 이 소설을 읽음으로써 각자가 필요로 하는 계몽의식이 싹튼다.

나카노 군의 돈 (남편과 아내의 관계회복. 즉, 사랑의 매개물)과 도야 선생의 가르침(사회지도층이라고 불릴만한 사람이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사회를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가르침)이 다카나야키 군을 매개로 만나는 소설의 결말도 인상적이다.

4.

소세키가 문제 의식을 느낀 시점이 메이지 40.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문제의 대한민국이 건국된 시점이 광복 후 60. 따라서 우리 주위를 둘러보기에 충분한 시간이라 본다. 그리고 100년 전에 발표된 소설 <태풍>에는 우리가 심심치 않게 느꼈던 것들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읽어보길…) 해설의 말대로 보편성을 획득한 작품이다.

제목. 태풍의 의미가 태풍처럼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태풍의 눈처럼. 조용히 그리고 굳건히 움직이는 개인의 의지라는 해석을 하신 대장물방울의 생각에 동의한다. 선인이라 칭했던 도야 선생과 나카노 군에게는 자신의 의지가 가장 중요했다고 본다. 그것이 태풍같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인간의 방식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 자체가 태풍의 온전한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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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 증후군 - 제1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윤고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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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 ★

1.

우리는 필연적으로 지구 중력 아래에서 생활한다. 중력으로 인하여 우리는 각각 체중을 부여받는다. 몸 속에 내재된 중력은 사실상 한몸 같다.그런데 여기 <무중력 증후군>에는 또 다른 의미의 중력이 등장한다.소설에서 이야기하는 중력은 삶과 세월에 녹아있는 무게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몸무게와 달리. 외부로부터 전달되는 이러한 삶의 무게와 세월이 주는 무게는 우리를 압박한다. 이러한 각종 스트레스가 제공하는 압박감 덕분에 그것에 시달리면서 점점 늙어간다.그리고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한다.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중력)는 인간의 활동에 도움을 준다는 말도 있고,실제로 그러한 압박감을 이용해서 일을 마무리하는 사람들도 제법 존재한다.그러나 스트레스라는 것의 본질은 스트레스가 점점 누적되면 쇠가 무게를 견디지 못해 끊어지고,쇠에 같은 양의 스트레스를 지속해서 주입하면 그 피로를 견디지 못하고 끊어진다는 것이다.인간 또한 마찬가지다.

2.

<무중력 증후군>이 그려내는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끊어지거나 부서지기 직전의 사람들이다. (책에서 비유하는 여러 장면들을 인용하지 않고 넘어간다.직접 읽어보길 바란다.)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무언가를 갈구하며 일탈을 꿈꾼다.

그런 압박감과 목마름을 해갈시켜줄 사건이 발생한다. 그것은 바로 ‘달의 분리’라는 황당한 사건이다.이 사건에서 중요한 점은 뉴스에서.그리고 각종 TV 토론회에서 달의 분리와 그것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극단적인 사건들에 관해서 시시각각 포커스를 맞추는 데 반해서.육안으로 분리된 달을 실제로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이것은 ‘훼이크’ 다.그리고 인정하긴 싫지만 이같은 방식의 훼이크는 우리 사회를 이루고 있는 하나의 구성요소다.

3.

달이 분리되었다.2개, 3개, 4개, 5개 그리고 6개. 지구인들은 지구에 비해서 6배나 가벼운 달에서 살기를 꿈꾼다.6배나 작은 달의 중력은 지구 중력의 임계치에 이른 지친 사람들을 유혹할 강력한 무기였다.달에 살게 된다면 사람은 6배 적게 일하고, 6배 적게 늙고, 6배 나중에 죽을 수 있을 것이리라. 게다가 달은 사람들에게 ‘신대륙’ 같은 현실 도피적이면서 동시에 대안적인 요소도 의미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꿈속에서 욕망을 분출하기도 했고,안타깝게도 6배 적은 중력에 미리 몸을 맞추며 지구와의 작별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달콤한 꿈에 그친다.이 소동은 지친 사람들의 마음과 그 마음이 가리키는 욕망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누군가가 계획한 조작극이었다. 2에서 잠시 언급했던 바대로 이것은 퓰리처라는 별명으로 등장하는 여기자가 벌인 ‘훼이크’였다.

우리의 주인공 노시보는 퓰리처가 발견한 가장 이상적인 ‘무중력 증후군’., 지친 지구인의 표본이었다. 퓰리처는 노시보의 증세를 ‘무중력 증후군’으로 정의하고,스트레스 증후군을 앓고 있는 전 세계인들에게 당신은 지금 병을 앓고 있다.병명은 ‘무중력 증후군’이라고 세뇌시킨다.그렇게 규정짓는다.

131.“어떤 질문의 답이 사실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뉴스가 되느냐 덜 되느냐. 그뿐이죠.”

“생각해봐요.달과 관련된 미신들을 믿는 건,달이 정말 초인적인 힘을 가져서가 아니라구요.대중매체나 소문으로 달의 어떤 능력에 대해 반복해서 떠들면, 사람들은 우선 그 이야기에 대해 익숙해지죠.점점 많은 사람들이 믿게 되고,어떤 사람들은 그런 강화 현상을 지켜보다가 자신이 보게 될 자료를 선택하게 된다구요.그 선택 기준이 뭐겠어요?바로 우리가 제공한 뉴스죠!”

이 부분에서 작가는 거꾸로 흘러가는. 정크화하는 작금의 저널리즘을 신랄하게 풍자한다.사회의 진실을 뉴스로서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뉴스의 보도가 사회를 통제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작가는 판단했다.그래서 <무중력 증후군>은 디스토피아적인 현실을 비판하는 소설이기도 했다.

4.

결국, 저널리즘의 마구잡이식 특종 잡기로 인해.잠시 헤드라인을 장식한 <무중력 증후군>은 자리를 떠났다. 그와 동시에 달은 단 하나의 존재로서 제 모습을 찾았고,사람들 또한 자신에게 지워진 중력을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다.그러나 또 다른 저널리즘은 사람들의 중력을 덜어낼 만한 획기적인 무언가를 기획하고 있을 것이다.<무중력 증후군>의 만년필 증후군과 같은 무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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