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력 증후군 - 제1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윤고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난이도 : ★

1.

우리는 필연적으로 지구 중력 아래에서 생활한다. 중력으로 인하여 우리는 각각 체중을 부여받는다. 몸 속에 내재된 중력은 사실상 한몸 같다.그런데 여기 <무중력 증후군>에는 또 다른 의미의 중력이 등장한다.소설에서 이야기하는 중력은 삶과 세월에 녹아있는 무게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몸무게와 달리. 외부로부터 전달되는 이러한 삶의 무게와 세월이 주는 무게는 우리를 압박한다. 이러한 각종 스트레스가 제공하는 압박감 덕분에 그것에 시달리면서 점점 늙어간다.그리고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한다.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중력)는 인간의 활동에 도움을 준다는 말도 있고,실제로 그러한 압박감을 이용해서 일을 마무리하는 사람들도 제법 존재한다.그러나 스트레스라는 것의 본질은 스트레스가 점점 누적되면 쇠가 무게를 견디지 못해 끊어지고,쇠에 같은 양의 스트레스를 지속해서 주입하면 그 피로를 견디지 못하고 끊어진다는 것이다.인간 또한 마찬가지다.

2.

<무중력 증후군>이 그려내는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끊어지거나 부서지기 직전의 사람들이다. (책에서 비유하는 여러 장면들을 인용하지 않고 넘어간다.직접 읽어보길 바란다.)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무언가를 갈구하며 일탈을 꿈꾼다.

그런 압박감과 목마름을 해갈시켜줄 사건이 발생한다. 그것은 바로 ‘달의 분리’라는 황당한 사건이다.이 사건에서 중요한 점은 뉴스에서.그리고 각종 TV 토론회에서 달의 분리와 그것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극단적인 사건들에 관해서 시시각각 포커스를 맞추는 데 반해서.육안으로 분리된 달을 실제로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이것은 ‘훼이크’ 다.그리고 인정하긴 싫지만 이같은 방식의 훼이크는 우리 사회를 이루고 있는 하나의 구성요소다.

3.

달이 분리되었다.2개, 3개, 4개, 5개 그리고 6개. 지구인들은 지구에 비해서 6배나 가벼운 달에서 살기를 꿈꾼다.6배나 작은 달의 중력은 지구 중력의 임계치에 이른 지친 사람들을 유혹할 강력한 무기였다.달에 살게 된다면 사람은 6배 적게 일하고, 6배 적게 늙고, 6배 나중에 죽을 수 있을 것이리라. 게다가 달은 사람들에게 ‘신대륙’ 같은 현실 도피적이면서 동시에 대안적인 요소도 의미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꿈속에서 욕망을 분출하기도 했고,안타깝게도 6배 적은 중력에 미리 몸을 맞추며 지구와의 작별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달콤한 꿈에 그친다.이 소동은 지친 사람들의 마음과 그 마음이 가리키는 욕망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누군가가 계획한 조작극이었다. 2에서 잠시 언급했던 바대로 이것은 퓰리처라는 별명으로 등장하는 여기자가 벌인 ‘훼이크’였다.

우리의 주인공 노시보는 퓰리처가 발견한 가장 이상적인 ‘무중력 증후군’., 지친 지구인의 표본이었다. 퓰리처는 노시보의 증세를 ‘무중력 증후군’으로 정의하고,스트레스 증후군을 앓고 있는 전 세계인들에게 당신은 지금 병을 앓고 있다.병명은 ‘무중력 증후군’이라고 세뇌시킨다.그렇게 규정짓는다.

131.“어떤 질문의 답이 사실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뉴스가 되느냐 덜 되느냐. 그뿐이죠.”

“생각해봐요.달과 관련된 미신들을 믿는 건,달이 정말 초인적인 힘을 가져서가 아니라구요.대중매체나 소문으로 달의 어떤 능력에 대해 반복해서 떠들면, 사람들은 우선 그 이야기에 대해 익숙해지죠.점점 많은 사람들이 믿게 되고,어떤 사람들은 그런 강화 현상을 지켜보다가 자신이 보게 될 자료를 선택하게 된다구요.그 선택 기준이 뭐겠어요?바로 우리가 제공한 뉴스죠!”

이 부분에서 작가는 거꾸로 흘러가는. 정크화하는 작금의 저널리즘을 신랄하게 풍자한다.사회의 진실을 뉴스로서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뉴스의 보도가 사회를 통제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작가는 판단했다.그래서 <무중력 증후군>은 디스토피아적인 현실을 비판하는 소설이기도 했다.

4.

결국, 저널리즘의 마구잡이식 특종 잡기로 인해.잠시 헤드라인을 장식한 <무중력 증후군>은 자리를 떠났다. 그와 동시에 달은 단 하나의 존재로서 제 모습을 찾았고,사람들 또한 자신에게 지워진 중력을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다.그러나 또 다른 저널리즘은 사람들의 중력을 덜어낼 만한 획기적인 무언가를 기획하고 있을 것이다.<무중력 증후군>의 만년필 증후군과 같은 무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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