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4
나쓰메 소세키 지음, 노재명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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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 ★

1.

나쓰메 소세키 전집 중 이제 4권째 읽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인간이 아닌 고양이를 화자로 등장시켰다.3의 존재가 가진 객관성이라는 가면을 씀으로써 아직까지 확실하게 매듭짓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내면을 감출 수 있었다.

<도련님>은 도덕적으로 악에 가까운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정리하고 넘어간 측면이 강했다.

<풀베개>는 인간에 속한 모든 것(특히, 속된 것)을 벗어던지고 철저히 객관적으로 보려는 생각으로 인간을 바라보려고 하는 것은 자신이 고양이가 아닌 인간이기 때문에 모순을 깨달았다고 본다.

<태풍>은 철저하게 현실을 파고든다. 그 시대에 속한 인간(도야 선생)으로서 그 시대를 살아가는 자신(해탈을 꿈꾸는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인간(구애받고 있는 인간)을 바라본다. 더 나아가서 그가 원하는 이상을 실현하고, 계몽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인물상을 그려냈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명징한 울림을 주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2.

내가 읽었던 어떤 소설들은 사회에서 느낀 부조리에 포커스를 맞춘다.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 많이 아파.”혹은 “내가 왜 아픈가?”. 그리고 "내가 이렇게 변한 것은 부조리 때문이다."라고. 그런데 소세키의 <태풍>은 그것을 쿨하게 인정해버린다.다음 페이지를 넘기듯이 해결방안을 모색한다.<태풍>은 그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뇌를 담고 있다.

부조리를 인정한다는 것에 내재된 의미는 “다나카야키처럼 내가 아닌 다른 것의 탓(타인 혹은 세상)만 해서는 변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그러므로 도야 선생처럼 혹은 나카노 군처럼 세상을 주도하라”같은 계몽적인 메시지일 것이다.

3.

<태풍>은 대칭구조로 이루어진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세상을 계몽시키려는 이상을 가진 도야 선생과 사람들에게 진실한 사랑의 가치를 알려주고 싶어하는 나카노 군이 과거의 가치를 숭상하는 사람. 그리고 서양 문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서로 대응된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각각의 세계에서 선인이라고 불릴만하다. 이런 해석을 앞에 두고 유일하게 사죄드려야 할 인물은 도야 선생의 아내다.

가장 바람직한 이상향은 도야 선생의 가치와 나카노 군의 가치가 서로 융합하는 것이겠지만. 각양각색의 환경에 노출되어 각기 다른 가르침을 습득한 인간의 마음을 그렇게 간단히 조립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런 식의 분류를 인정하기로 한다.

도야 선생과 나카노 군의 하위 층위에 각각 한 부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도야 선생이 느낀 세상의 부조리를 느꼈지만, 그것을 극복할 생각을 하지 않고 세상을 비관하고 하며. 정체하고 있는 다카나야키 군. 그리고 세속적 가치(물질주의)를 자신의 발전에 이용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에 지배당해버린(틀림없이 사람이 있고 그 뒤에 돈이 있는데. 그 물질을 보고 사람을 규정지어버리는. 데리다 식의 역전) 게이샤,젠틀맨,세상 물정에 밝은 사람으로 언급되는 불특정다수라고 할 수 있다.

<태풍>에서 중요시하는 관점은 도야 선생과 나카노의 각기 다른 두 가지의 계몽철학이지만, 결국 그것을 받아들일 사람은 다카나야키 군. 그리고 훗날 책으로 출간되면 읽게 될 불특정다수의 사람들. 더 나아가서 지금 책을 읽고 있는 두 부류의 독자들일 것이다. 그러므로 소설 속의 다카나야키 군뿐만 아니라 현실의 독자들도 이 소설을 읽음으로써 각자가 필요로 하는 계몽의식이 싹튼다.

나카노 군의 돈 (남편과 아내의 관계회복. 즉, 사랑의 매개물)과 도야 선생의 가르침(사회지도층이라고 불릴만한 사람이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사회를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가르침)이 다카나야키 군을 매개로 만나는 소설의 결말도 인상적이다.

4.

소세키가 문제 의식을 느낀 시점이 메이지 40.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문제의 대한민국이 건국된 시점이 광복 후 60. 따라서 우리 주위를 둘러보기에 충분한 시간이라 본다. 그리고 100년 전에 발표된 소설 <태풍>에는 우리가 심심치 않게 느꼈던 것들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읽어보길…) 해설의 말대로 보편성을 획득한 작품이다.

제목. 태풍의 의미가 태풍처럼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태풍의 눈처럼. 조용히 그리고 굳건히 움직이는 개인의 의지라는 해석을 하신 대장물방울의 생각에 동의한다. 선인이라 칭했던 도야 선생과 나카노 군에게는 자신의 의지가 가장 중요했다고 본다. 그것이 태풍같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인간의 방식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 자체가 태풍의 온전한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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