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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하는 교회
E. H. 브로우드랜트 지음, 전도출판사편집부 옮김 / 전도출판사 / 1990년 12월
평점 :
품절
프랭크 바이올라의 "교회가 없다"와 더불어 지금까지 읽은 교회사 책 중 가장 훌륭한 책이라고 단언한다. 주류 교회사에 밀려 분파 운동으로 폄하되었던 교회들이 사실은 신약교회의 원리에 충실하고자 했던 참된 교회였음을 잘 밝혀주었기 때문이다. 저자의 노고에 찬사를 보낸다.
책은 신약교회의 모형과 원리를 제시하며 시작한다. 이어서 교회가 어떻게 이 원리를 저버리고 세속화되었는지를 밝힌다. 그리고 이 세속화된 주류교회 속에서 신약교회의 모형과 원리를 끝까지 지키려고 했던 교회들의 역사를 열거한다.
바울파, 보고밀파, 왈도파, 알비파, 롤라드파, 후스파, 재침례파, 메노파......이 이름들은 교회사에서 분파주의 운동, 과격파, 좌익 교회라고 알려져왔다. 단지 소수이기 때문에, 세속 권력을 등에 업지 못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실상은 주류교회는 이들처럼 순수하지도, 헌신적이지도, 열정적이지도 못했다. 이들의 역사는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다. 그리스도와 그분의 말씀을 따르기 위해 이들은 어떤 타협도 허락지 않았으며 죽음도 불사했다.
반면에 어거스틴, 루터, 칼빈 등은 오랜 시간동안 찬사를 받아왔다. 아주 많은 부분에서 세속의 흐름과 권력에 타협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오늘날도 이들을 따른다고 자처하는 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여전히 세속과의 타협을 통해 인간적인 전통과 제도를 유지해오고 있다. 그 결과 교회는 심한 중병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스도를 신실하게 따르고 신약교회의 원리와 정신을 복원하려는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주류교회가 아니라 신약교회의 원리와 정신을 유지하려고 했던 선조들에게서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이미 유럽과 영어권 국가에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는 이런 연구들이 소개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유감스럽다. 장로교회를 비롯한 주류교회가 교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브로우드벤트나 프랭크 바이올라, 로버트 뱅크스나 볼프강 짐존 같은 학자들의 연구와 보고가 더 많이 소개되고 읽혀지기를 바랄 뿐이다.